“승마협회 회장사 변경 압력, 명백한 IOC 헌장 위배”

최순실 요구사항과 ‘닮은꼴’이었던 김기춘의 승마협회 회장사 변경 지시

IOC 산하 단체 운영에 정부 개입은 ‘위반’, 올림픽 헌장 위배 가능성

김기춘 지시로 문체부-체육회의 회장사 변경 압력 이어졌다면, 징계 피할 수 없어

한민철 기자

김기춘(7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을 위반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주간한국> 제2674호에서 보도한 ‘김종에 보낸 김기춘·최순실의 텔레파시 다섯 가지’ 제하의기사에서 다룬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증언 내용에서 비롯됐다.

본지의 해당 보도는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제3회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종 전 차관의 증언과 특검 측 증인신문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룬 내용이었다.

당시 김종 전 차관의 증언에 따르면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대한승마협회의 전반적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고, 김기춘 전 실장도 최씨의 요구에 맞춰 김 전 차관에게 다양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김종 전 차관은 지난 2014년 9월경 최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던 한화 측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최씨가 “한화에서 승마협회를 잘 이끌어가지 못한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삼성에 승마협회를 맡으라고 해야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같은 시기 김 전 차관은 김기춘 전 실장으로부터도 “한화가 승마협회를 맡을 능력이 없어 보인다. 삼성으로 옮겨야 한다”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김기춘 전 실장은 김종 전 차관에 “앞으로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삼성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갈 테니 한 번 만나봐라”라는 지시를 전달했고, 실제로 얼마 뒤 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전자로 교체됐다.

김종 전 차관의 해당 증언을 접한 한 체육계 인사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직접적 압력 등으로 인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바뀐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IOC의 헌장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IOC가 공개하고 있는 IOC의 규정과 올림픽 헌장(Olympic Charter)에서는 IOC 및 IOC 산하 단체들이 운영상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는 것을 ‘위반’으로 명시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배할 경우 IOC는 해당 국가와 체육회에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체육계 인사는 “김종 차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소속인 김기춘 전 실장이 사실상 승마협회 운영에 관여한 것”이라며 “최근까지 승마협회가 회장직도 공석이었고 운영상 문제점이 있었지만,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가 있던 시기도 대한체육회 산하의 가맹단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체육회가 IOC 회원국으로 올림픽 헌장 내용을 우선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만큼, 김기춘 전 실장의 행위는 정부에서 IOC 산하 단체인 승마협회 운영에 관여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IOC 규정 위배 소지가 있고,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지휘 보고 체계에 따라 문체부나 대한체육회로 넘어가 회장사 변경이 있었다면 향후 징계를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IOC 헌장 위배 문제는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참석했던 김종 전 차관에게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김 전 차관이 문체부 재임 시절 체육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수영 국가대표 박태완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한 사실에 대해 IOC의 이중처벌 금지 조항을 무시한 헌장 위배에 해당한다는 질의가 이어졌다.

체육계 인사는 “김종 차관의 위반 사항도 유효하고, 김기춘 전 실장의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것 또한 대한체육회의 조사와 IOC의 징계를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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