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폭발’ 위험, 북미 대화 이끈다

중국ㆍ러시아, 북핵 실험 따른 ‘백두산 폭발’ 심각성 우려해

중ㆍ러 북미 대화 나서도록 北 압박…北, 미국과 힘겨루기에서 안 밀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노동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이뤄질 것인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해 북미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북미 간 정상회담이나 최소한 대화의 문이 열리면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역대 미 정부의 지난 20여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북핵에 대해 오판을 했다며 대북 강경 노선을 천명하고 무력시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김정은 위원장과도 만날 수 있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 미국의 입장과 속내를 의아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요구하고,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북한에 영향력 있는 중국을 앞세워 북핵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요구에 자국의 이익과 국제관계 등을 고려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 한다. 특히 북한의 6차 수폭 실험이 ‘백두산 폭발’ 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면서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백두산 폭발은 중국과 러시아의 운명을 바뀔 만큼 중차대한 문제다. 때문에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의 핵실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핵과 백두산이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는 미국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있는 형국이다.

미국 대북 정책, 압박에서 대화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행동해야 한다면 행동한다”며 대북 군사행동 옵션을 배제하지 않음을 시사하는가 하면, 상황이 되면 북한 김정은과 “영광스럽게 만나겠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둬 자국은 물론 한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렀다.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 중엔 트럼프의 대북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에 제동을 걸었다.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법에 따른 제재 및 압박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 정부는 북한 정권이 북한 비핵화라는 회담의 기본 목적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까지 실무자급 외교 접촉은 계속하되, 고위급 회담과 공식 협상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한반도 전문가는 “트럼프의 전략적 메시지로 읽힌다”며 “‘상황이 되면만나겠다’고 한 것은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만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트럼프는 잘 알고 있다”며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이름지어진 트럼프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한 강온전략으로 시의적절하다”고 평했다.

그는 “북한이 웬만한 압박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면서 “대화가 무리한 압박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관여’ 전략을 쓰는데 중국이 유용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북한 인식‘동상이몽’

트럼프 정부 이전. 역대 미국 정권은 자체, 또는 유엔을 동원한 북한(북핵) 압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중국에 대역(代役)을 요청했다.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을 앞세워 북한을 압박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중국을 활용한 대북 압박 정책은 번번히 실패했다. 그것은 중국이 북핵을 억제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공조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패권경쟁에서 궁극의 상대가 미국이란 것을 잘 알고 오히려 북한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국제관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중국과 북한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하는데 벅찬데 북한이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무력화시키면서 대신 미국에 큰소리 내는 것을 북한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본토까지 말아가는 미사일 개발 및 실험 발사를 묵인하고 심지어 도와주기까지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북핵’이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를 둘러싼 패권경쟁에서 향배를 좌우할 주요 요소가 되면서 트럼프 정부는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거나 우위를 보이기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특별한 관계’를 간파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해 북핵 억제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자국만이 아니라 유엔, 나아가 유럽 등 세계를 동원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자 일단 ‘소나기는 피한다’ 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北 수폭실험으로 인한 백두산 폭발 우려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 역대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에 실패한 경험을 거울삼아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러시아는 협력을 통한 우군화 전략으로 북핵 문제를 풀려고 한다.

최근 미국의 강도 높은 압박을 받은 중국은 북한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앞장서 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또한 북한의 핵실험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강행하려던 6차 핵실험을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으로 일단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때가 되면 미국을 향해 당당하게 핵실험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6차 수폭실험이 성공하면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그것도 수폭을 가진 세계 초유의 국가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북한을 건드릴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핵실험을 강행하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의 수폭 의지가 강고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도 긴장하고 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일반 핵실험보다 강력한 수폭 실험의 경우 이미 위험 징후를 보이고 있는 백두산이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한다. 실제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과학적 근거를 갖고 우려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올해 2월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화산의 지진동과 동적 응력변화 예측’이라는 논문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백두산간 거리는 116㎞로, 이는 중규모 이상 지진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라 북한이 더 큰 규모의 핵실험을 진행하면 활화산인 백두산이 화산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북한이)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휴화산인 백두산의 지질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아가 화산폭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랜드(RAND) 연구소의 국방 분야 선임 연구원 브루스 베넷은 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북한이 대규모 핵실험을 할 경우 백두산이 분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두산 폭발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 운명과도 직결돼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중국은 동북 3성은 물론, 내륙까지 인명과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러시아 또한 극동 러시아 전역과 중부 지역까지 피해를 입게 돼 국가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요청과 별도로 북한을 압박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이 워낙 거세 일단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게 베이징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어떠한 압박에도 핵에 관한 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과 미국 간 ‘파워게임’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두산 폭발’ 이 가져올 북미 간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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