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사드ㆍ 남북관계 미국에 기운데 불만… 이 특사 방중 ‘빈손’ 예정돼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ㆍ이해찬 보내 중국과 관계 개선 나서

사드ㆍ남북관계 등에 중국 비중둬…미국의 반대로 무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文정부 곤혹…자주적 입장 갖춰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별다른 성과없이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이 전 총리가 방중 과정서 ‘홀대’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중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가 직접적인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이라는 고래 싸움에 한국이 새우처럼 처해있고, 두 강대국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략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등 터진’ 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찬 특사에 대한 중국의 의도적 결례에는 상당한 함의가 담겨 있다. 이 특사가 홀대받은 ‘진짜 이유’를 추적했다.

이해찬 중국 특사는 19일 오전 베이징 인민회의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이 특사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40여분간 시 주석을 접견했다.

그런데 시 주석과 이 특사의 면담 좌석 배치가 구설에 올랐다. 이날 시 주석은 대형 테이블 가운데 앉고 이 특사는 그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오른쪽에 비껴 앉았다. 이는 이제까지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나라 대통령 특사와 면담할 때 바로 곁에 나란히 앉았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민회의당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환담했다. 2013년 1월 박근혜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김무성 의원 역시 5년 전 박근혜 특사와 같은 자리에 앉아 가까운 거리에서 시진핑 주석과 대화했다.

이에 비춰 보면 이 특사가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날 때의 자리 배치는 정상급 대우로 보기 힘들다. 이번 특사단의 자리 배치는 시 주석이 지난 4월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를 접견할 때와 같은 것으로 한국 대통령을 대리해 간 이 특사가 중국의 영토인 홍콩 행정 수반급 대우를 받은 셈이다.

때문에 이 특사단 일행이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국 특사 대우를 과거보다 차별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 특사가 중국으로부터 외교적 결례를 받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특사가 홀대받은 ‘진짜 이유’다.

文정부 인사에 중국 태도 급변한 이유

이해찬 특사의 중국 방문은 이미 성과없는 ‘빈손’이 예정돼 있었다. 이 특사가 중국에 건넬 ‘선물’이 없었고, 중국으로선 이 특사의 방중에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 특사가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받은 직접적인 이유다.

그에 대한 단초는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과 16일 서울에서 전개된 G2로 상징되는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14일 베이징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 차 방중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시진핑 주석이 일부 국가 정상들과의 면담을 제치고 박 전 부의장을 만난 건 파격적인 환대였다. 박 전 부의장조차 시진핑 주석을 만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박 전 부의장은 17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을 만나리라는 확신을 못 하고 갔는데 10분가량 면담 기회가 주어졌다. 각국 정상도 아직 안 만난 상태에서 시간을 낸 것은 한ㆍ중 관계를 개선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박 전 부의장을 환대했을 뿐만 아니라 사드 문제로 가해졌던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과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라 한국과 새로운 관계를 도모하고 최대 현안인 사드 문제를 중국 측에 유리하게 풀어가려는 의도였다.

문재인 정부 또한 사드 문제로 꼬인 불편한 한중관계를 해소하고, 더 크게는 남북관계 발전에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려는 측면이 강했다.

한국과 중국의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박 전 부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시진핑 주석에게 전했으며, 친서의 주내용이 사드와 남북관계에서 중국의 역할이라는 말이 돌았다.

중국이 박 전 부의장을 특별 대우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에서 중국 측 입장을 반영했거나 남북관계에서 중국에 비중을 두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진핑 주석과 박 전 부의장의 면담 장면이 국내 언론을 장식한 15일, 트럼프 정부의 매튜 포틴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일행이 방한하는 모습이 함께 실렸다.

한국과 미국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포틴저 일행의 방한이 문재인 정부의 중국 접촉과 관련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미국의 정보관계자는 “박병석 전 부의장의 방중은 단순히 일대일로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남북문제와 사드 등을 포함해 한중 간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과거 김대중 정부가 미국을 제치고 중국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한 전례를 알고 있기에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실제 포틴저 일행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그같은 미국의 우려를 전했다는 게 정보관계자의 설명이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미국보다 중국을 우선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입장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를 반영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미국과 함께 대북 강경 입장을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한 바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공동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과 공동 행보를 취하기로 했고, 북한이 변하지 않는한 강경 대응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으로 그 이면은 종래처럼 중국보다 미국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드 문제에서 미국과 공조하고, 남북관계 또한 미국과 우선 협의해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중국 입장에선 매우 불쾌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찬 특사가 중국 측에 내밀 카드는 거의 없었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본래 박병석 전 부의장이 중국을 방문해 사드나 남북 문제에 대해 초안을 마련하고 이 특사가 마무리하는 수순이 예정됐으나 포틴저 일행의 방한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개입으로 물거품이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이 특사의 방중은 처음부터 거의 무의미한 발걸음에 가까웠다. 중국의 이 특사에 대한 홀대는 미국에 기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항의나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는 셈이다.

中 사드 양보 안해…文정부 고민

이 특사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문 대통령의 인사와 함께 친서를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한ㆍ중 관계를 중시한다”며 “상호 이해와 존중의 기초 위에 정치적 신뢰를 공고하게 하고 갈등을 잘 처리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또한 사드 문제와 관련 “한국 측이 한ㆍ중 관계의 중요성과 역사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첫 통화지만 사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40분간의 통화 중 절반 정도를 사드 얘기에 썼다.

이 특사는 “이번 방중은 사드를 둘러싼 한ㆍ중 간 대화 채널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사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시 주석도 실무 논의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황은 한중 간 최대 현안이 사드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에 관한한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 특사의 방중 후인 22일 “방울은 매단 사람이 풀어야 한다(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풀어야 한다)”며 한국의 사드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왕 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길을 적극적으로 찾기를 바란다”며 “한국 측이 실질적 조치를 취해 (한ㆍ중) 양국 관계의 목구멍에 걸린 (사드라는) 가시를 한시바삐 뽑아내길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관련한 사드 문제에 대해 아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또한 계속될 것으로 알려져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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