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방산비리 의혹 검토 돌입…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노리다

무기도입 돈줄 막은 MB, 방산비리의 시작

합수단 부실·기획 수사 논란…배후에는 우병우?

방산비리 재수사 신호탄은 F-35A…김관진의 운명은?

문재인 정부가 4대강에 이어 방위산업 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를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에 국방개혁팀을 만들어서 방산비리를 주로 보도록 하는 계획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정부의 비리를 감사할 가능성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라”라면서도 “방산 비리는 방위력 증가에 하나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고 방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수위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난달 23일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지, 환경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어떤 게 있는지를 깊이 있게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방산비리에 대해) 수사를 하는 일은 청와대나 검찰에서 할 일”이라며 “(국정기획위는) 현장에서 그런 조사를 해온 팀들과도 만나서 의견을 나누면서 제도 개선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 5년의 청사진을 수립하는 국정기획위에서 나왔기 때문에 향후 방산비리 재조사 및 척결이 국정 과제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난 4월 30일 유세에서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최순실을 비롯해 국가권력을 이용한 부정축재 재산은 모두 국가가 환수하겠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방산, 자원 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으면 환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방산비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극에 달했다. 통영함 음파탐지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등 막대한 예산이 드는 무기 도입 과정에서 숱한 비리가 이뤄졌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해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지금까지 저질러진 방산비리는 2000여 개에 이른다”며 “이명박 정부 2008년, 2009년, 2010년 3년 사이에 다 저질러졌다. 과거 정부 것은 한 것도 못 찾았다”고 이명박 정부 시절 방산비리 재조사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군 곳곳에서 방산비리가 터져 나오자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11월 검사와 군 검사 등 100여명 규모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을 꾸려 수사를 벌였다. 합수단은 이듬해 77명을 기소했지만 재판결과 상당수 군 장성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됐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다. 합수단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진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수사 방향을 정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무기 도입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다.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F-15SE가 최종선정단계까지 간 것도 논란이었지만 막판 탈락된 후 F-35A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현재 감사원은 두 달째 F-X 사업 관련 감사를 벌이고 있으며 F-35A 선정을 주도한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F-X 사업 감사가 방산비리 척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른 대형무기도입 사업도 문제제기가 계속 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무기도입 돈줄 막은 MB, 방산비리의 시작

지난 2011년 3월 당시 노대래 신임 방위사업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리베이트만 없애도 무기 도입 비용의 20%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노 방사청장은 방산 비리를 척결한다는 미명 아래 무기도입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이쯤에는 방위사업청이 아닌 청와대가 무기사업을 결정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군은 줄어든 예산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리베이트까지 감안해 저가의 질 낮은 무기를 도입했고 군 전력은 자연스레 감소하게 됐다. 대표적인 무기가 통영함 음파탐지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이다. 통영함 음파탐지장비의 경우, 해군이 예상했던 사업비는 최소 70억~90억 원이었다. 하지만 군에 배정된 예산은 40억 원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음파탐지기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군은 결국 유럽의 전문 업체가 아닌 미국의 알려지지 않은 업체와 41억 원에 계약했다.

해상작전헬기 도입사업은 청와대의 지시로 기종이 바뀌었다는 주장이 있다. 유력 후보 기종인 시호크가 탈락하고 성능이 뒤떨어지는 와일드 캣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전직 방사청 장교는 “시호크가 더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해군도 당연히 그걸 원했다. 그런 분위기가 청와대 지시로 바뀌었다”는 밝히기도 했다. 시호크는 최대이륙중량이 와일드 캣보다 두 배 가량 크고 연료탱크가 커 체공시간이 길고 작전반경이 넓다. 하지만 대당 500억 원인 와일드 캣에 비해 3배 가량 비싸다. 성능에 상관없이 가격이 싸니 와일드 캣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군이 요구하는 작전 성능 중 대잠수함 작전 기준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정치권과 군 고위층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군사평론가는 “MB 정부에서 군 관련 사업은 청와대 지침에 따라 오로지 최저가 입찰로 진행됐다. 그러다보니 값은 싸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 사업이 그런 식으로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합참의장 재직 당시부터 방산비리에 연루되어 내사를 받다가 퇴임 후 기소됐고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무기중개상과 이명박 정부와의 유착 관계도 끊임없이 지적됐다.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세운 사단법인 이사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이 모씨가 영입된 것이다. 육군 대장에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까지 지낸 이 모씨는 이명박 정부 말기까지 이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로비스트들이 전방위적으로 고위직 장성을 통해 군에 영향력을 미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근거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일광공영 등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3년4개월,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등을 선고받았다.

합수단 부실·기획 수사 논란…배후에는 우병우?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 통영함 음파탐지기 등 방산 비리를 조사하고자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합수단은 대대적으로 수사에 들어가 2015년 전·현직 장성급 11명 등 77명을 기소하면서 방산비리 액수가 1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비리 금액은 비리 혐의자 1인당 수억 원대에 불과했다.

또한 통영함 장비 납품사업자 선정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 부장이었던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황 전 총장은 2009년 오모 전 대령(59) 등과 공모해 미국계 군수업체인 H사의 제품이 성능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 전 총장 외에도 방산비리 혐의로 기소한 사람 상당수가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검찰의 부실·기획 수사와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합수단 수사는 박근혜 정부가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면서 건수와 실적을 올리려고 급조된 수사”라며 “방산비리 각 단계를 수사하지 않고 최종 계약과 집행단계만 수사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방산비리는 수천억 원, 수조 원이 걸려있는 정책 결정단계에 집중된다. 몸통은 건드리지 않고 하급실무자들만 걸려든 꼴이다. 제대로 하려면 국방부나 합참과 같은 정책결정기관을 수사해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있다고 본다. 우 수석이 방산비리수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우 전 수석을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 방산비리 수사 결과와 재판 과정을 맞춰보면 수사가 조금 과(過)했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며 “우병우 민정수석에 의해 기획된 사정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정치적 기획’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성과를 보이기 위한 기획이라고 본다.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우 수석이 기획한 것이 방산비리 척결”라고 분석했다.

우 전 수석은 방사청 인사 개입논란에도 휩싸여있다. 박근혜 정부는 방산비리척결을 이유로 방사청에 방위사업감독관실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조직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우병우 전 수석은 김모 방사청 법률소송담당관에게 강제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담당관은 계약직 고위 공무원으로 1년간 신분이 보장된 상태였다.

당시 진양현 방사청 차장은 장명진 방사청장에게 보고한 후 김 담당관의 교체를 재고하도록 청와대에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진 차장이 '항명'을 했다는 이유로 부산광역시 산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보냈다. 2015년 2월에 취임한 진 차장도 1년간 임기가 보장된 상태였다.

방산비리 재수사 신호탄은 F-35A?

문재인 대통령의 방위사업 비리 척결 의지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에 잘 드러나 있다. 대선 공약집에는 “방위사업 비리 적발시 이적죄에 준하도록 처벌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입찰 자격 참여를 제한하겠다”면서 “방산업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할 경우 징벌적 가산금을 대폭 상향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퇴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 의혹 사업 가운데 차세대 전투기 선정 사업을 척결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대선후보 시절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당시 문 후보는 “정말로 우리의 안보능력을 잠식하는 거대한 비리들은 전부 해외무기 도입비리로 그게 핵심”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무기 비리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F-35 전투기 선정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이 부분은 특검이 규명하지 못하며 다음 정권에 가서라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4월부터 2달 넘게 차세대 전투기 사업 관련 ‘실지 감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F-X 감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에 시작됐지만 문 대통령이 전투기 선정 과정 규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F-X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를 시작으로 4대강처럼 다른 대형무기도입 사업의 비리 의혹도 감사대상이 될 여지도 남아있다.

현재 감사원은 방사청이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과 F-35A 전투기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할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체계통합 등 20여 개 기술과 군사통신 위성 1기를 제공 받기로 한 것을 골자로 하는 절충교역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우리 군이 F-35A를 도입하는 조건으로 2018년 1월까지 군사통신위성 1기의 발사를 마치고 우리 군에 넘겨주기로 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은 당초 약속과 달리 비용이 5500억 원에 달한다며 우리 정부에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돌연 위성발사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이에 방사청은 작년 11월 록히드마틴사가 기존 계약상 비용 범위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지연 배상금도 묻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의안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추인했다.

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사안은 F-X 사업의 일부분이다. 정치권 및 국방전문가들이 F-X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의구심을 제기하는 부분은 정책 결정 과정이다. 당초 2013년 9월 F-X 사업 후보로는 F-15SE가 유력했다. F-15SE는 당시에 차세대 전투기로는 성능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F-35A는 가격이 우리 수준을 벗어났고 기술이전 수준도 미달이었다. 유로파이터는 F-15SE와 평가 중 서류 하자로 탈락했다. 하지만 F-15SE는 최종 승인 직전 탈락했다.

2013년 9월 24일 기종 결정을 위해 개최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위원장인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F-15SE 선정안건을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이듬해 3월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는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됐다. 김 전 장관의 ‘정무적 판단’에 대해 당시 국방부는 “국민적 관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예비역 장성들이 방추위 결정 전 청와대에 “F-35A처럼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전투기를 들여와야 한다”는 건의문을 올렸다는 사실도 석연치 않다. 건의문에 이름을 올린 장성 중에는 록히드 마틴에 군사기밀을 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도 포함돼 있었다.

여권에서는 F-X 사업과 관련해 당초 60대에서 40대 도입으로 축소된 과정, 박근혜 정권 실세 개입 의혹 등이 앞으로 규명 대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2013~2014년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 이전 문제가 다뤄지던 시절 국방부 장관으로 이 문제를 총괄한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이 장관재직시절부터 관여했던 무기도입 사업의 전 과정을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도 높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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