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의원 시상 근거 타당한가 공방

국회 "우수의원 시상 통해 입법 및 정책개발의 질 높이는데 기여"

법률소비자연맹 “주체측의 평가기준 불합리, 의원들 불만 팽배” 주장

"불합리한 선정기준에 따른 시상이 입법의 질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 비판

한민철 기자

국회사무처가 선정한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선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법·사법감시 법률전문NGO 법률소비자연맹(총재 김대인·이하 법률소비자연맹)은 지난 3월 30일 국회사무처가 선정해 국회의장 명의로 시상한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53명에 대한 선정 기준 및 자격 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국회사무처(운영지원과)는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국회의원을 선정하고 있다. 시상은 법안 본회의 가결건수 및 회의 출석률 등 양적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 정량평가 부문과 법률 제·개정시 의견수렴과정부터 정책효과·집행비용 등 다양한 질적 측면을 심사하는 정성평가 부문으로 구분했다. 특히, 올해는 의원입법의 질적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해 작년에 비해 정량평가 비중을 대폭 축소(29명→10명)하고,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12명→21명)했다는 게 국회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탄핵 등으로 어수선했던 올해에도 정성평가 최우수 3명과 28명의 우수의원(정성평가부문 18명, 정량평가 부문 10명), 22명의 정당추천 의원이 선정됐다.

하지만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이번 우수의원 선정에 있어 우수법안과 우수 정책에 대한 공개가 없고, 때문에 공정성 내지 평가내용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결된 법안자체가 0건인 의원의 경우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했는지 알 수 없고, 정량평가의 경우도 선정된 의원보다 많거나 같은 수의 법안을 통과시킨 의원이 있는 등 선정결과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수 파악됐다는 설명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지난해 5월 30일 20대 국회가 출범한 날부터 같은해 말일까지를 기준으로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국회의원으로 선정된 이들 중 가결된 대표 법률안이 한 건도 없는 의원이 무려 16명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아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 법률안처리형식(대안, 수정안 등)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라며 우수의원 선정 시 대안반영폐기법안 및 세입예산안부수법률안으로 지정돼 수정안에 반영된 후 폐기된 법안도 평가대상에 포함했다고 반박했다.

즉, 정량평가 부문은 가결된 법안뿐만 아니라 대안반영폐기법안 및 세입예산안부수법안도 포함해 우수의원을 선정했고, 정성평가 부문은 지난해 처리된 법안(대안반영폐기법안 및 세입예산안부수법안 포함) 중 의원당 1건씩 제출한 법안을 심시하여 우수의원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성평가는 가결된 건수에 관계없이 의원이 심사대상으로 제출한 법안을 대상으로, 법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외부 심사위원에 의해 심사되므로 건수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률소비자연맹은 각종 출석률에 있어 전체 300명 의원들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의원이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국회사무처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 각당 간사는 가결법안이 0건인 의원까지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해당 의원의 경우 정량평가 부문 우수의원으로서 객관적 평가지표에 따라 심사하여 선정했으며, 다른 두 의원도 정성평가 부문 우수의원으로서 지난해 처리된 법안(대안반영폐기법안 및 세입예산안부수법안 포함) 중 의원들이 한 건씩 제출한 법안을 외부 심사위원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법률소비자연맹은 특히 국회사무처가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국회의원 시상식 개최를 위해 작성한 보도자료에는 없는 정당추천 우수의원 22명 중 7명이 추가 수상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 측은 "정성·정량 평가를 제대로 한 것인지 공정성의 문제와 짬짜미 그리고 엉터리 수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상과 상금을 받지 못한 의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 시상식은 정량?정성평가 부문 우수의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정당추천 부문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요구 시 이미 공개했고, 총 25명의 의원이 수상했다"고 밝혔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선정기준에는 가결법안건수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면서, 대안반영 폐기 법안을 가결법안 건수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라머 "원안가결이나 수정가결건수가 적어서 가결법안안을 평가할 수 없으면 가결법안건수가 많은 의원을 우선 선정하고, 대안반영 법안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국회의 법률안처리형식(대안, 수정안 등)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로, 사무처는 우수의원 선정 시 대안반영폐기법안 및 세입예산안부수법률안으로 지정되어 수정안에 반영된 후 폐기된 법안도 평가대상에 포함했다"며 "동일 제명 법안이 제출된 경우 여러 건의 내용을 포함해 대안으로 처리하고 해당 법안은 대안반영폐기되므로 대안반영폐기법안도 가결된 법안과 같이 심사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사라진 16명의 우수의원은?

법률소비자연맹은 국회사무처가 밝힌 정량 평가 우수의원선정 기준대로 라면, 총 26명이 우수의원이 돼야 하지만, 10명만이 선정된 점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량평가만으로 우수의원에 선정된 10명 중 가장 낮은 법안수를 가진 A 의원은 대표발의한 법안 중 가결된 법안은 없고 대안반영폐기만 4건이다. 그런데 대안반영폐기 대표발의법안까지 4건 이상인 의원은 모두 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회의 출석 및 상임위원회 출석률이 저조한 6명의 의원을 제하고도 26명이 국회사무처가 제시한 정량평가 기준에 따라 A의원과 동점이거나 상위점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A의원은 대안반영폐기법안 4건과 지난해 말 2017년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세입예산안부수법률안으로 지정된 4건, 총 8건의 법안으로 정량평가결과 공동 8위에 해당한다"며 "A의원이 공동 19위로 총 26명이 우수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대안반영폐기법안 및 세입예산안부수법안을 포함하지 않은 결과에 따른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정당추천이면 심사도 없이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인가

국회사무처에 의하면 정당별 우수의원 추천 22명은 정당에 일임하고, 각 원내정당 별 추천인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소속위원 수에 비례해 할당해야 한다.

이에 각 정당에서 추천한 우수의원은 별도의 심사과정 없이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으로 선정했다면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수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법률소비자연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의원들은 우수의원에 선정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일부 1의원을 제외하고는 대안반영폐기법안조차도 없어 20대 국회 첫해에 가결 법안 건수가 0건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정활동 정량평가 점수는 국회사무처 기준에 의하면, 출석률이 어떠하든 모두 0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수의원 기준 의...같은 조건 의원 다른 평가?

법률소비자연맹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최우수 및 우수의원 중 무려 16명이나 단 1건의 원안가결 또는 수정가결된 대표발의 법률안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민주국가에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은 대의기관인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의 형태로 산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아무리 정성 및 정량 평가라고 하더라도 평가기간동안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단 1건도 가결시키지 못한 의원들이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우수 의원 3명 중 2명은 가결된 대표발의 법안이 없었고, B의원은 수정가결된 법률안이 2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최우수 의원은 법안의 질적 내실화를 위해 정성평가 부문을 통해 선정되었으며, 실적에 관계없이 의원이 신청한 법안 1건씩을 대상으로 외부 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우수법안을 선정했다"며 "정성평가 부문 최우수 의원과 관련해 가결 건수를 지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률소비자연맹은 지난해 말일까지 원안가결 및 수정가결이 된 법률안이 2건 이상 의원은 21명이었음에도, 이들은 정성평가 최우수는커녕 우수의원에 선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가결된 대표발의 법안이 4건인 의원의 경우 정량평가는 물론 정성평가에도 들지 못했고, 3건인 의원 역시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기준은 더욱 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본회의 등 각종 출석률 저조한 의원, ‘정량평가 우수의원’ 선정

법률소비자연맹이 정량평가의 기준이라는 출석률과 관련해 정량평가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의원들의 각종 출석률을 분석해 본 결과, 전체 평균(국회의원 300명)보다 못한 의원들이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소비자연맹은 “본회의에 얼마나 오랫동안 자리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본회의 재석률(개의시, 속개시, 산회시 재석여부)은 평가기간 중 전체의원 평균이 69.59%인데,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일부 의원은 전체 평균에도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원이 법안의 표결과정에 참여하였는지를 알아보는 법안투표율에 있어서 전체 평균은 74.38%였는데, 이들 의원은 전체 의원의 평균에도 못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법률용어를 정비한 법안, 우수법안으로 선정

최우수(정성평가)가 된 C의원의 경우, 평가기간 중 대표발의한 법안이 원안가결이나 수정가결된 것은 없고, 대안반영폐기된 대표법안만 2건이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이 법안의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파악한 결과, 법안내용을 찬성을 하는 것이 아닌 ‘입법 취지는 공감하지만’이라면서 ‘다만’이라는 용어가 많이 나오고 있어 법안에 대한 부정적인(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에는 단순히 법률용어를 정비하는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우수입법(정책)의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이라는 명칭이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Cㅊㅢㅊㅝㄴ의 경우 정성평가 심사대상으로 제출한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은 법률용어 정비를 비롯해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수립에 안전취약계층의 안전에 관한 대책 수립, 위기관리에 필요한 표준화된 매뉴얼 연구?개발에 안전취약계층의 특성 반영 등을 취지로 명시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 소속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입법에서 필요적인 과정으로 규정돼 있고(국회법 제58조), 법안심사 과정상 거의 절대적인 영향이 있다.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는 각계의 의견수렴내용도 표시되는데, 사실상 반대의 경우에는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관행이다.

대안반영 폐기법안 1건인 대표발의 법안, 우수평가는 왜?

법률소비자연맹은 대안반영 폐기 법안이 1건인 경우(7명) 정성평가 우수의원들의 법안에 대한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서를 살펴 본 결과, 대부분 정성평가 우수법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역시 개정법안에 대해 신중 내지 사실상 반대의견이 많았음에도 우수의원에 선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검토보고서는 법안 검토과정의 방향에 관한 의견과 개선안을 제시하는 자료로서, 제시된 의견 등은 법안 논의과정에 반영되어 법안으로 입안한다"며 "정성평가 부문은 국회의장 및 각 교섭단체 등에서 추천한 18명의 외부위원으로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의원입법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D의원의 경우에는 대안반영폐기법안이 0건이고, 수정가결이 1건이었다”라며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내용은 심도높은 논의를 거쳐서 입법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D의원의 경우, 정성평가부문 심사대상으로 제출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종합소득과세표준 3억원 초과 10억원,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각각의 과세표준에 해당하는 세율을 41%, 45%로 하는 안이었음. 법안 논의과정에서 5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고 해당 구간의 세율이 40%로 상향되는 등 법안발의 취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조하는 기구로서 국회운영위원회의 피감기관인데, 피감기관인 국회사무처에서 국회의원들을 평가·시상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있었다”라며 “마치 식약청이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을, 검찰청이 법사위 위원을 평가해 우수의원으로 선정·시상·상금까지 주는 것과 같아서, 피감기관인 사무처가 국회의원을 평가·시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 선정기준에 부합하지도 않는 우열이 뒤바뀐 엉터리 입법우수의원 및 정책개발우수의원, 최우수의원 등의 서열화와 시상이 정말로 입법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국회사무처는 법률소비자인 국민(유권자)들에게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공정하게 분석·평가해 정확하게 알려 주는 기능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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