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남북관계 전환 모색…北 모르면 ‘乙’될 수 있어

文정부 무리한 대북 속도전…北이 얕잡아 볼 빌미 돼

北 제대로 알고 대화 나서야…문정부 초기 행보 ‘역부족’ 보여

2000년ㆍ2007년 정상회담 때와 현재 핵 보유한 북한 전혀 달라

北, 문재인 정부 상대 꺼려 …민간 중심 ‘경제’ 매개로 교류해야

김정은 신년사 ‘해외ㆍ동포ㆍ민족’ 주목돼…해외동포 역할 필요

문재인 정부의 초기 행보는 일부 인사 문제로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80%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과 ‘소통’, ‘비정상의 정상화’를 모토로 한 문재인 정부의 과단성 있는 행보는 국정 전반에 전개되고 있다. 특히 ‘적폐’의 상징처럼 돼 온 권력기관에 대해선 강도 높은 조치가 진행될 전망이다.

거칠 것 없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앞으로도 탄탄대로를 달릴 것처럼 비쳐진다. 그런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앞날이 불투명하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대상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경색됐고, 심각한 충돌과 단절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동반자의 길을 모색하려고 한다.

최근 4대국 대통령 특사의 방점이 북한, 남북관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것이나 민간의 대북 접촉을 활성화하려는 것 등은 그러한 맥락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대표적인 게 ‘과유불급(過猶不及)’, 너무 앞질러가거나 속도를 내 북한에 얕잡아 보이는 점이다. 자칫 북한에 ‘을(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을 상대하는데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전제돼야 하는데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어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 정보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향해 여러 루트를 통해 손을 내밀고 있다.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긍정적 시도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전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오판을 하면 남북 무력 충돌도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경계하는 문재인 정부의 ‘위험한 북한게임’을 짚어봤다.

“북한 먼저 가겠다”…북한에 올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저없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을 제외한 여야는 일제히 “국제정세나 대북관계의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공세를 폈다.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 한미 동맹에서 기반하고 출발한다”며 “우리 정부의 미국 설득이 중요하고 북한도 핵문제를 북미수교로 해결하려 한다”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기존 남북 합의 실천·이행을 합의해 남북관계를 복원할 여건이 된다면 당연히 북한부터 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선북행(先北行)의 조건을 제시하며 한 발 물러섰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후 방북 의사를 다시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후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4대국에 특사를 보내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의중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각각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전 중앙일보 회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희상 의원, 송영길 의원 등을 파견했다. 특사들의 임무와 성과는 각각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북한과 남북관계 문제가 다뤄졌다. 특히 미국ㆍ중국ㆍ러시아 특사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석현 이사장은 5월 17일(오후) 오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푸는데 문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美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라는 점에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대화는 ‘적절한 환경’ 아래에서만 진행해야 한다”고 말해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전력하고 있다는 점과 무조건적인 남북대화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중이 드러났다.

미국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홍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데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말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트럼프가 밝혔듯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해찬 특사는 5월 19일 오전 베이징 인민회의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사드와 북핵 문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사는 면담 후 “시 주석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대화를 기대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화답으로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중국의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송영길 특사는 5월 24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송 특사는 ‘북한 상황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북한에 특사를 보낼 용의가 없는가’란 자신의 질문에 푸틴 대통령이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 영향력 있는 국가에 북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의중을 밝혔다. 보수 정권 10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전환하려는 문 대통령의 확고환 의지는 확인된 셈이다.

반면 그러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할수록 북한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한반도에 이해관계가 다른 4강에 일찍 패(牌)를 보여준 것은 오히려 남북대화를 방해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남북정상회담 희망 이뤄질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전후 행보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돼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 방북 의사를 밝혔고, 대통령 취임식 때는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 가겠다고 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당시 문 후보와)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새 정부 첫 국정원장에 북한통인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임명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도 읽힌다. 서 국정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기획·실행했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북한과의 숱한 공식ㆍ비공식 접촉을 주도했다.

국정원 인사에서 3차장에 김상균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3차장은 국정원 재직 시 주로 남북 회담, 교류 협력 분야에서 일하며 서훈 원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다. 김 차장은 서 원장이 수십 차례 방북할 때마다 수행했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 만든 거의 모든 합의서 작성 과정에 실무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언론은 문 대통령이 교황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5월 23일자 ‘문 대통령, 교황에게 남북정상회담 중재 요청’ 제하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교황청에 중재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청 특사인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 교구장을 통해서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문은 “김 대주교는 22일(현지시간) 본지와 만나 ‘23일이나 24일 교황을 알현해 남북 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상세하게 알렸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교황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중재요청 사실을 부인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김 대주교를 통해 교황에게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지만 교황에게 남북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한다는 내용은 친서에 담겨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과 국내외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가 은밀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해찬 중국 특사와 송영길 러시아 특사가 각각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모종의 역할’을 요청했다는 소문도 있다.

최근엔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신빙성있게 들린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8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당선을 축하드린다. 앞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다음날 문 대통령과 만나 국정 전반에 관한 얘기를 나눴고, 문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특별한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의 역할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10년간 굳게 닫힌 분단의 문을 일거에 흔들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실제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은 자체만으로 남북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간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서해교전 등의 무력충돌이 있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고, 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는 가운데 서두르거나 서투른 정상회담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극내외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 대통령이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북한에만 유리하게 된다”며 “자칫 북한에 남북 간 주도권을 내줄 수 있고, 큰 희생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고언이 적지 않다.

국내 한 전문가는 “남북 간에 정치적 접근은 접점을 찾기 어렵고 충돌할 가능성이 큰 만큼 비정치적 민간 분야, 경제를 통해 교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교류 속도 조절 필요…비정치적이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일 현재 대북접촉이 승인된 단체는 10곳에 이른다.

통일부는 지난달 26일 말라리아 방역과 인도적 지원사업을 논의한다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 접촉 신청을 승인한 데 이어 31일 ‘6ㆍ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행사 준비를 위한 6ㆍ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 접촉 신청을 승인했다.

이달 들어 2일에는 인도지원 단체 어린이의약품 지원본부ㆍ어린이어깨동무와 종교 교류 단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ㆍ한국기독교연합사업유지재단ㆍ평화 3000ㆍ단국민족평화통일협의회ㆍ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 본부ㆍ천태종 나누며 하나되기 등 6곳이 접촉을 승인했다.

이처럼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이 활기를 띤 데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과 연동돼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선 민간단체를 통한 교류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반면 우려되는 것은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이 광폭적으로 급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는데 있다. 다시말해 내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흐르거나 특정 목적을 위해 추진될 경우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교류가 ‘정치성’을 띨 경우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고 북한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들어 1호 남북 교류라 할 수 있는 말라리아 방역과 인도적 지원사업을 위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 접촉과 관련해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동행에 의심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단체는 오는 10일 3박 4일 일정으로 원혜영 민주당 의원,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17명의 대표단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인도적 지원을 협의하기 위해 방북할 예정이다. 원혜영 의원은 “이번 방북은 보수ㆍ진보 인사가 망라된 민간 단체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 협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성’이 배제된 남북교류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정치인들이 동행하는 것과 관련해 현 정부와 북환 당국 간에 모종의 ‘미션(Mission)’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 내부와 권력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핵을 보유란 북한은 남한 정부를 제치고 미국을 상대하려 한다”며 “현재와 같은 최악의 남북 상황에선 민간 중심의 경제교류가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정치건, 민간교류건 북한이 남한보다 몇 수 위”라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북한을 상대하려다간 크게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 보수 정권에서 가로막힌 남북 교류를 한꺼번에 추진하는데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성급하게 하다 보면 자칫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핵 보유 북한, 한국 무시…전략 바꿔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문 대통령부터 관계 각료, 민간에 이르기까지 ‘북한 러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화’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남북대화는 북한이 상대다. 대화를 잘 하려면 상대를 잘 알고 준비가 충분해야 한다. 상대를 리드하거나 제압할 수 있는, 이도 안 되면 최소한 마주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가? 현재의 북한을 얼마나 알고, 이에 대응한 전략과 전술은 있는가?

문재인 정부엔 대선 기간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대선 후에도 전문가들이 합류해 진용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을 고려해도 그간 관련 인사들의 행보를 보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유력 인사로 거론되거나 대선 과정과 이후에도 북한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의 발언이나 글을 보면 ‘현재의 북한’과 동떨어진 해법이 적지 않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군사력을 가진 미국조차 북한을 파악하지 못해 ‘협박’ 공수표만 남발하는 상황에서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상대는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전시상태의 북한이다.

‘대화’가 안되면 언제든 ‘대결’로 뒤바뀔 수 있는 가깝고도 지극히 먼 상대다. 그럼에도 반드시 대화를 해야 하는 숙명적 존재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잰 걸음을 보이며 2000년ㆍ2007년 정상회담에 관여한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의 자주파도 보이고 최대 우방이라는 미국에 정통한 인사들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던 2000년ㆍ2007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은 ‘북핵’이다. 현재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과 다름없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수소폭탄 실험까지 성공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수준은 이미 미국 본토를 폭격할 수준에 이르렀고, 세계 최초로 이동식 미사일 발사 능력까지 갖췄다.

이러한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서 ‘대화’라는 대등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은 정부 간 대화는 미국만 상대하고 문재인 정부는 일방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북한과 대화를 하려 하고, 나아가 남북정상회담도 생각하는 모양인데 꿈도 꾸지 말라”며 “핵을 보유한 북한은 남한을 압박하고 일방적 주문을 할 것”이리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키는 내용을 당 노동당 결정서로 채택한 이후 핵을 앞세워 경제를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소식통은 핵을 앞세운 경제 챙기기의 제1 타깃이 한국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내막을 잘 알고 있다”며 “당시 정상회담 원본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곤혹스러워할 수 있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곤혹스러운 내용’에 대해 함구했으나 국내에서 파장을 불렀던 ‘사초 논란’과 관련있다고 암시했다.

그는 “북한과 정부 대 정부로 대화하는 것은 ‘큰 카드’를 제시하지 않는 한 사실상 어렵다”며 “민간이 주체가 돼 경제 교류를 한 후 정치적 대화를 모색해가는 게 현명한 대처”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 정권을 교체한다든가 김정은을 제거하는 등의 고강도 압박은 때를 놓쳐 물 건너 갔다”며 “오히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을 향해 ‘핵보유국’을 인정해달라고 한다”며 “한국 정부와는 ‘경제’외엔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한 북한 전문가는 “예전 같으면 중국의 압박에 북한이 순수히 응했는데 핵을 보유한 이후엔 버티기도 한다”며 “이젠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최대 압박을 해야 움직일 정도로 배짱이 세졌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하려면 웬만한 ‘큰 떡’이 아니고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북한 다가가기는 성과 없이 뒤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2000년 6월 정상회담(6ㆍ15 선언)과 2007년 10월 정상회담(10ㆍ4선언) 때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고 줄곧 요구했다. 다시말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북한 지원 플랜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문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북한은 무력도발이라는 최강의 수로 현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다.

문제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상대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또는 정부가 직접 나서 북한과 상대해선 대국민 홍보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도모하기 어렵다.

결국 기존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은 ‘민간’에 있다. 민간이 중심이 돼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경제’를 매개로 교류를 하는 것이 그동안 굳게 닫힌 남북의 문을 열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나아가 국내 민간의 북한 교류가 5.24 대북 제재조치와 관련 법규 등으로 쉽지 않은 만큼 해외동포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 ’동포’ ‘민족’이란 말을 유독 강조한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만으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한 처지에 있고, 더욱 강력해진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가 산적한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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