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남북관계 개선 최우선, 북핵 문제 해결 등 유엔 역할 커져

유엔 경험 많은 강 후보자 적격, 반기문 전 총장과 연대 활동 적합

‘강경화 정국’으로 여야가 날선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결격 사유를 들어 반대를 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면서 전선(戰線)이 형성된 것이다.

특이한 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인선한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야당의 평가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대응 등에서 강 후보자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ㆍ국민의당 야3당은 각료 후보자들에 대해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지만 유독 강 후보자에 대해선 한결같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문 대통령과 여권은 어느 후보자보다 강 후보자를 감쌌다. 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을 비롯해 전직 외교부 장관들이 강 후보자 지지를 선언한 것이나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외교부 공무원 노조 등이 강 후보자 임명을 호소한 것도 이례적이다.

대체 외교부라는 정부의 한 부처 장관을 임명하는데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대통령까지 발벗고 나선 모습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외 정보 관계자, 특히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 후보자가 파격적으로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것이나 문 대통령이 ‘강경화 구하기’에 나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강 후보자가 외교부 장관이 될 경우 단지 한국의 장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엔과 연계해 북한을 비롯한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강경화 구하기’에 나선 ‘특별한’ 이유와 향후 그의 역할을 추적했다.

문재인 정부 가장 파격적인 발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큰 관심사는 ‘인사(人事)’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듯, 어떤 인물을 발탁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가 순항하기도 하고, 역량 부족으로 주춤하거나 암초를 만나 침몰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선 해석이 갈리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 무능력이 워낙 두드러진 이유도 있지만 ‘개혁’, ‘소통’, ‘파격’ 등으로 평가되는 과감하고 신선한 인사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 중 가장 파격적인 인물로 단연 조국 민정수석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꼽힌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10년 간 민정수석직을 검사출신의 법조인이 맡아온 관례를 깬데다 개혁적인 현직 대학교수라는 점이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강경화 후보자는 최초의 여성 외교장관, 비(非) 외무고시 출신, 유엔 최고위직 한국 여성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조국 민정수석과 강경화 후보자는 ‘파격’이란 점에서 공통적이나 차이가 있다. 조국 수석은 ‘검찰 개혁’의 임무를 띤 인사로 향후 역할이 예상되나 강 후보자는 딱히 ‘외교부 쇄신’ 정도가 추정되고 임명 배경이 미스터리란 말까지 나온다.

강 후보자의 주요 경력 또한 외교부 장관이라는 중책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그의 외교관 경력은 주로 유엔에서의 인도주의, 다자외교 부문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에서 북핵 위협이나 미ㆍ중ㆍ일ㆍ러 등 주요국 외교 등의 전통적인 현안에 관한 능력은 미지수라는 평이 나왔다.

때문에 외교부는 물론, 관련 분야 인사나 기관도 강 후보자가 외교부 장관에 지명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 ‘강경화 구하기’ 적극 나서

강경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외교관 경력이 논란이 됐다. 북핵,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미동맹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역부족이 아니냐는 평가 때문이다.

심지어 여권에서조차 강 후보자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문제가 있다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막상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서 강 후보자는 더욱 위기에 몰렸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며 밝힌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의 5대 인사원칙에 저촉된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는 장녀의 학교생활을 위한 위장전입, 장녀 창업문제 개입, ‘증여세 늑장 납부’와 ‘콘도의 증여세 탈루’ 의혹, 본인과 자녀의 건강보험 규정 위반 등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개됐다.

강 후보자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고, 각료로 지명된 인사 중 가장 흠결이 많다는 일부 지적도 나왔다.

야권은 다른 후보자들보다 강 후보자를 집중 문제삼았다.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더이상 협치는 없다”며 압박했고, 일자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도 어렵다고 엄포를 놨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부적격자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 문재인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 역시 “김상조 위원장에 이어 강 후보자까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정권 초반 협치가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조 위원장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였던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에 대해서만은 완강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협치구도를 파괴했는데 (국회가) 작동이 될 수 있겠나”라며 여권에 각을 세웠다.

야3당의 반발에도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를 넘어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는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양해되지만, 대통령 권한인 장관 임명을 빌미로 ‘협박’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저는 국민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 판단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야당 반대에도 국민 뜻을 받들어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야3당은 “독재적 발상” “신(新)국정농단” 등 강력하게 반발하며 ‘협치’를 접겠다는 전의(戰意)를 나타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은 기정사실화됐다.

강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을 보면 야권은 ‘자격’을 문제삼고, 여권은 ‘능력’을 강조해 충돌한 듯 보인다. 나아가 정국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에 임명한 데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명‘진짜 이유’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에 임명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외교’ 중심으로 안보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일종의 ‘방향타’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는 국방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이뤄져야 하지만, 북한과 주변 4강(强) 등을 상대로 한 ‘능동적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포기와 태도변화를 끌어내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국방안보’보다는 ‘외교안보’ 쪽으로 전략적 방점이 바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같은 입장을 5월 21일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장에 정통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전 주 제네바 대사를 임명하면서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으나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핵 위기에서는 안보에 있어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안보의 개념이 확장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가령 북핵 문제도 정의용 실장과 호흡을 맞춰 양자ㆍ지역ㆍ다자 차원에서 풀어나갈 ‘그랜드 디자인’을 설계하는 식으로 해결해간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해명에 대해 국제 정보관계자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본질’은 다른데 있다고 말한다. 즉,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나아가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 문제 등에서 유엔이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에 유엔 경험이 가장 풍부한 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에 임명했다는 것이다.

또한 강 후보자의 임명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반 전 총장과 강 후보자가 유엔을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강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반 전 총장이 귀국해 정치권 인사들을 만난 것도 ‘강경화 구하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밑그림이 지난 2월 1일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려졌다는 얘기가 있다.

이들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국내에서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자신의 경력을 토대로 유엔과 연계된 주요 활동을 하기 위해 대권 도전을 접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유엔 총장으로서 그가 국가를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이고 유엔과 연계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국제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반 전 총장이 퇴임 후에도 유엔과 관련된 중요한 일을 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럴 경우 반 전 총장의 국내 파트너는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 제격이다. 강후보자는 반 전 총장이 외교부장관 시절 외교부 국장을 지냈고, 유엔 사무총장일 때는 유엔 사무차장보 등을 지내는 등 막역한 관계를 이어왔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만나 1시간 50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 문제는 걱정”이라며 “새 정부 외교 정책 수립과 외교 현안 해결에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언제든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한때 대선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북핵, 사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한미 외교 현안 전반에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의 이번 회동은 2011년 12월 이후 5년 반 만에 이뤄졌다. 반 전 총장은 2011년 12월 봉하마을을 찾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반 전 총장은 대통령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한때 두 사람은 날 선 비판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 반 전 총장의 도움을 요청했고 반 전 총장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불거진 북한 핵과 미사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새 정부 출범 후 ‘난제(難題)’로 확대되면서 심각한 고민을 해왔다는 전언이다.

문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에 강 후보자를 지명한 것도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데 국내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보고 유엔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추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대선 전후 반 전 총장과 대화를 하면서 강 후보자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외 국정의 최우선을 ‘북한’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출범 초기 4대국 특사를 보낸 가운데 미국ㆍ중국ㆍ러시아를 방문한 특사는 한결같이 남북 문제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간단체의 북한 방문도 적극적으로 승인하고 있고, 문 대통령 스스로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15일 6ㆍ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행사에 참석해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정상회담을 염두엔 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을 일체 거부하고 오로지 2000년 정상회담의 6ㆍ15 선언과 2007년 정상회담의 10ㆍ4선언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더욱 강력한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은 우리 정부를 무시하고 미국과 대화를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정부 또한 북핵을 비롯한 북한 문제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선 유엔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강경화 초대 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이고,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실질적인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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