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재명 빅매치 성사되나…당(黨) 추미애ㆍ박영선ㆍ우상호 거론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 박원순 1위, 朴 제외 땐 이재명

민주당 차기 서울시장 경선 10파전?

朴-李, 출마 결정 시기 미묘한 차이…李 서울시장에 무게?

지지율·경선룰이 출마 여부 결정 가능성↑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40여 일이 지난 가운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기세가 무섭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53.8%를 기록하며 확고부동한 1위를 차지했다. 열세 지역인 TK에서도 46.8%를 기록할 만큼 전국적인 지지도를 얻고 있다. 지난 23일 발표한 갤럽 조사에서는 지지율 50%를 기록, 2위인 자유한국당(9%)과는 5배 이상 격차가 나기도 했다.

6월 초부터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내년 6ㆍ13 지방선거 준비를 시작한 모습이다. 전국 17개 광역시ㆍ도를 대상으로 ‘민심 경청 최고위원회’라 칭한 일정을 다음달 10일까지 이어가며 지역 민심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연말까지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0만 명,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100만 명을 확보하는 ‘100만 당원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 빠르게 내년 6ㆍ1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이유는 ‘2006년 5ㆍ31 지방선거 참패’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 후반부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단체장 중 전북을 제외한 15개 지역에서 모두 패배했다. 유례 없는 집권 여당의 참패였다. 이 여파로 참여정부는 집권 후반기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시의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방선거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내년 지방선거는 더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집권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할 경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4년 동안 지방선거 및 재ㆍ보궐 등 거의 모든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새누리당의 승리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각종 악재의 길목마다 박근혜 정부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내년 선거 이후 전국 단위 선거는 2020년 21대 총선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6ㆍ13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향후 2년간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청 입장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뜨거운 광역단체장은 서울시장 자리다. 아직 선거까지 1년 남짓 남았지만 벌써부터 사람들의 입에 출마 후보군이 오르내리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추미애 당 대표 등 당내 인사와 청와대 인사까지 자천타천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근 서울시를 출마 가능 지역으로 밝힘으로써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는 인사들은 현재까지 10명에 달한다.

지난 20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는 박원순 현 시장(25.5%)이 1위, 이재명 성남시장(19.0%)이 2위, 황교안 전 국무총리(13.9%)가 3위를 차지했다. 박 시장이 불출마할 경우 민주당 후보 적합도에서는 이 시장이 40.4%로 박영선(16.4%), 추미애(9.5%), 우상호(6.9%) 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빅매치는 성사될까.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10파전?

서울시장은 이른바 ‘소통령’(小統領)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위상과 권한을 갖고 있다. 1962년 제정된 ‘서울시 행정에 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무위원급으로 지위가 격상돼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가지고 있어 서울시에 관한 정책 수립과 국가 규모 업무의 배분 기획 조정 통제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장은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2016년 서울시 예산은 27조 5037억 원에 달했다. 아울러 서울시 소속 지방공무원 1만 6000여명의 임면·징계권 및 정무부시장 등 정무직 임면권도 있다. 이밖에 서울시 산하 21개의 투자, 출자·출연기관장을 임면할 수 있는 등 서울시장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울시장은 대권 후보물망에 항상 오른다. 역사적으로 제2대 윤보선, 제32대 이명박 시장은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으며 제8대 허정, 제22·31대 고건 시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기도 했다.

정치적 상징성과 함께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현재 민주당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현역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 도전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추미애 당 대표와 4선 박영선 의원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대선 직후부터는 우상호 전 원내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솔솔 나오고 있고 86그룹 대표주자 이인영 의원, 3선 김영주 의원, 재선 신경민 의원, 청와대 인사 가운데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설’(說)로만 떠돌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입을 열었다. 이 시장은 지난 20일 중앙언론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나선다. 성남시장, 경기지사와 서울시장 도전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결정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결정해야 한다. 박 시장에 연동되는 사람들이 많고 저도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며 “시간이 좀 있으니까 흐름도 보고 민심도 살펴보고 순리에 따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현재까지 총 10명에 달한다. 지금으로서는 10파전 양상이다.

박원순 “연말에 결정” 이재명 “가을께”…李 ,서울시장에 무게?

이 시장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많이 나올 줄 몰랐다. 경기도 사람이 왜 서울을 가느냐 등 대의에 어긋나거나 반감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또 아니기도 하고 해 잘 모르겠다”며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은연중에 전부터 서울시장도 염두에 뒀음을 내비쳤다.

이어 “박 시장이 3선을 한다고 하면 굳이 밀어낼 시도를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박 시장과는 시민단체도 같이 했고 인권변호도 같이 했고 살아온 과정이 다 같다. 팀원끼리, 식구끼리 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박 시장에게 공을 넘긴 모양새다.

하지만 도전 의향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정치는 배고 민심은 강물이다. 국민적 대의, 흐름을 중시해야 할 것”이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해야 될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한데 해야 될 일은 세상이 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지난 3월부터 줄곧 “선거 때까지 1년여라는 긴 세월이 남았다. 시민 의견을 들어가면서 연말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 시장은 “늦어도 올 가을쯤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 출마 결정 시기 관련 미묘한 차이에 해석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지자체장들은 출마 여부에 대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밝히겠다”는 입장인데 유독 이 시장만 ‘가을’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서울시장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로 행보를 결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조직기반을 다지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거취 결정 시기를 박 시장의 ‘연말’보다 앞선 ‘올 가을’로 못 박으면서 박 시장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서울시장ㆍ경기지사 모두 좋은 선택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경기도를 탈환하지 못했다. 그만큼 경기도는 보수 성향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 속에 그간 진보 계열 정당은 임창열 경기지사(1999년~2002년) 이후 경기지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성남시정의 성과를 등에 업은 이 시장이 16년 만에 경기지사직을 석권한다면 상당한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보 진영에서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분류되는 이 시장이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권을 꿈꾸는 이 시장으로서는 의미 있는 정치적 성과가 될 수 있다. 실제 이 시장도 “민주ㆍ개혁 세력이 경기도를 탈환하는 게 당 차원에서 더욱 의미가 크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어서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성남시보다 규모가 큰 경기도에서 다양한 정책 실험을 성공한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행정능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적 상징성과 국무회의 참석, 그리고 여타 광역단체장에 비해 여론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서울시장은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시장으로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다.

출마 여부는 지지율 또는 경선룰이 결정?

박 시장의 서울시정은 현재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전국 17개 시·도지사 지지도’에서 박 시장은 54.7%를 기록하며 상위권인 5위에 올랐다. 수도권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40.3%)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박 시장이 밝힌 출마 시기인 ‘연말’까지 그의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혹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서울로 7017’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고 연내 공개될 ‘다시 세운 프로젝트’, ‘마포석유비축기지 공원화 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이 호평을 받는다면 그간 진행했던 사업의 결실을 마무리하라는 뜻에서 3선 출마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과 연결해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접고 국회진출로 마음을 돌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당내 거물급 중진 인사들이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선 통과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안철수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 병 등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 대선 불출마 선언의 주된 이유가 원내 조직 부재이었기에 여의도에서 자기 세력 기반을 구축해 차기 대선의 발판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다.

이 시장은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충분히 서울시장 도전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겨울, 탄핵 국면에서 이 시장은 민심을 앞서 읽고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며 기초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대선후보로 올라선 바 있다. 차기 서울시장 출마 역시 관련 발언들과 언론 노출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율과 함께 당내 경선룰도 박원순, 이재명 시장의 서울시장 도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계파로부터 사실상 만장일치 추대를 받아 경선 없이 후보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차기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는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이었다는 지난 민주당 경선만큼 힘든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선룰을 놓고 각 후보 사이에서 첨예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경기지사와 전남지사 경선룰을 국민여론조사 50%, 선거인단 공론조사 50%씩 반영한 바 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국민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이거나 대선 경선처럼 국민선거인단 형식을 일부 도입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선 출마 후보군에 속했던 박 시장과 이 시장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내 주자들의 반발도 예상돼 경선룰 합의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통적으로 서울시민, 정부 견제할 수 있는 후보 뽑아

이 모든 시나리오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국정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외의 산적한 과제의 실타래를 풀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하락할 것이고 서울시장 판세는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연대해 서울은 안철수, 경기는 남경필이라는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에게는 익숙한 야권 연대의 모습을 목도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전통적으로 서울시민은 정부 견제하는 차원에서 시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이명박 시장(2002년), 노무현 정부 때는 오세훈 시장(2006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는 박원순 시장(2011ㆍ2014년)이 당선됐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명심해야 한다고 정가는 지적한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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