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대북 정책 ‘My Way’ 의지 …5ㆍ24 조치 풀고 남북 변화 모색

文-트럼프 대북 시각차 조율 필요… 北, 핵 절대 포기 않고 미국과만 대화

文정부, 북핵 문제 6자회담ㆍ UN 등에 맡기고 비정치적 남북교류 우선해야

남북 경색국면, ‘해외동포 역할론’ 주목… ‘물물교환’식 남북교류 개성공단 살려

‘웜비어 사건’으로 북미 강대강 상황…문 대통령 ‘중재자’역할 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회동한데 이어 30일 밤 실질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현안에다 긴급하게 대처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을 띠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환대하면서도 대북문제, 양국 무역 불균형 등을 거론하며 첫 만남부터 심도 깊은 논의를 제안했다. 여기에 한미동맹,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 비중있는 현안들이 의제로 다뤄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ㆍ미 양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직결되고 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사안들로 인해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북핵, 한미FTA 등 양국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공동 발표했지만 공개 안된 물밑 대화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대북 정책에 관해 한미 간에는 적잖은 시각차를 보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종일관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에 무게를 둔 반면,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우선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간 여러 현안들에 있어서 타협과 양보를 하면서도 대북 정책에서만큼은 ‘My Way’ 입장을 보여 미국 측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전언이다.

미국 정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5ㆍ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미국은 처음에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일정한 조건에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귀국 후 5ㆍ24 조치 해제라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으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냉담한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할지, 또는 한ㆍ미 정상회담 후에도 미국과 강대강(强對强) 국면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은 북핵 외에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해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아직 인질로 잡혀있는 자국민의 송환이라는 또다른 문제로 북한과 맞서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만 북핵을 논의하려고 하고, 우리 정부에는 6ㆍ15 선언과 10ㆍ4 선언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실제 5ㆍ24조치를 해제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다.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이 향후 남-북-미국 3국에 어떤 변화가 올지 짚어봤다.

한ㆍ미 정상회담 화두 ‘북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밤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향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방안 ▦한반도 평화 실현 ▦실질 경제협력과 글로벌 협력 심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한ㆍ미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정상 간 회담에서 최대 관심사이자 의제는 단연 ‘북한’이었다고 한다. 한ㆍ미 양측은 정상회담 후 공개된 것 이상으로 ‘북한’ 현안들에 대해 심도있는 물밑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과 만찬에서 “북한과 무역에 토론할 것”이라며 사실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에 공조하자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동맹에 기초해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번영에 함께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시 양국 정상의 발언은 의례적인 덕담일 수 있지만 ‘북한’은 가장 현실적이고 비중있는 의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북한’을 매우 다루기 어려운 상대로 여기며 항상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CIA(중앙정보국)를 통해서 북한 동향을 보고받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대북 정책은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같이 북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장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북한에 관해 묻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질문한다”며 “내가 북한 관련 보고 없이 (정보 브리핑을 마치고) 백악관을 빠져나오는 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처럼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었던 적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 이상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해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했는가 하면, 5월 10일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혀 남북정상회담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과거 정상회담과 관련된 인물로 임명하고, 대북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렇듯 한ㆍ미 양국 정상이 북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본질적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이 ‘대화’를 우선적이고 기본 기조로 하는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과 대화를 오가고 있으며, 북한에 억류돼 있다 귀국한 후 사망한 웜비어 대학생 사건 이후엔 강경 노선 입장이다.

폼페이오 국장은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난 20년간 북한이 자신의 색깔을 바꿔 서구 문명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강하고 정교한 대북 압박 없이,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며 핵ㆍ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기조를 띨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자칫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정책에서 엇박자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북핵’ 한ㆍ미 한목소리…북한은 ‘이중 태도’

한ㆍ미 정상회담의 촤대 의제인 북한 문제에서도 ‘북핵’은 최대 관건이다. 북핵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이 보조를 맞추는 반면 북한은 한ㆍ미 양국에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북핵에 대해 한국과 미국 모두 한목소리로 동결과 궁극적인 폐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북핵 관련 대화에서 미국만 상대하고, 한국은 빠지라고 한다.

‘이렇듯 북핵에 관한한 한ㆍ미 양국과 북한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변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북한의 핵 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고 말한 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원샷에(한꺼번에) 완전한 북핵 폐기로 가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북한이 추가적으로 핵ㆍ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를 약속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 중단을 내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북핵에 대해 기본적으로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지난 20년간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까지도 거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 전략이 북한에 통하지 않자 한 때 ‘대화’ 전략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북한에 억류됐다 귀국한 웜비어 대학생 사망 이후 북한과 북핵에 대해 강경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2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선 “우리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경제·외교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에 대한 입장을 대변했다.

한ㆍ미 양국이 북핵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경 입장을 보이는데 반해 북한은 미국의 압박에도 아랑곳 않고 핵ㆍ미사일 실험을 이어갔고, 한국에겐 북핵은 북미 간 문제이므로 빠지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지난 5월 14일 지대지 중장거리 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한반도 평화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논할 문제로 한국이 끼어들 바가 아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우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운명 관련 미국과 회계할 것이 많다”며 “그것은 우리와 미국 사이에 논할 문제로서 괴뢰(한국)들이 끼어들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라며 “북한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북한을 의식할 필요 없이 끊임없이 북핵의 동결ㆍ폐기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명분’에 얽매여 현실과 동떨어진 북핵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어떠한 압박에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이나 유엔 등에 맡기고 남북은 비정치적인 경협에 전력하고, 장차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핵 동결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천명하고 핵ㆍ미사일을 고도화한 이후 군사적으로 남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남한이 북핵을 거론하는 것에 불쾌해하고 우습게 본다”고 말했다. ‘경제’를 매개로 한 민간 교류, 경협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문 대통령 ‘5ㆍ24조치 해제’ 강행 의지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카드’를 꺼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관계 단절의 상징인 5ㆍ24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ㆍ미 간 주요 현안들에 대해 타협과 양보를 할 수 있지만 대북 관계에서만큼은 한국 정부의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 일환으로 남북관계 회복의 걸림돌이 돼 온 5ㆍ24조치 해제를 우선적으로 단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5ㆍ24조치는 2010년 3월 북한의 소행으로 알려진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지 약 두 달후인 5월 2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북 교역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대북제재 조치다.

5ㆍ24 조치 중 주요 내용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 전면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및 EEZ 항해 불허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투자 사업 보류 등이다.

이에 따라 인도적인 목적이라 해도 사전에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대북지원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조치로 인해서 개성공단 기업 등 남북 경협 1000여개 기업은 가동률 저하, 높은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과 파산 등의 위협에 직면했다.

5ㆍ24조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향적인 변화가 가능성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10월 13일 청와대에서 통일준비위원회(위원장 대통령)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5ㆍ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이듬해인 2015년 5월 24일 5ㆍ24 대북제재 조치 5년을 맞아 천안함 폭침사건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하고 남측이 5ㆍ24 조치를 해제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5ㆍ24조치는 해제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더욱 희박해졌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고, 실제 이를 위한 만간교류 등이 활성화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5ㆍ24조치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남북교류와 남북관계의 발전적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5ㆍ24조치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5ㆍ24조치 해제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5ㆍ24조치 해제에 따른 후속 조치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남북이산가족상봉과 유엔 제재로 어려움이 있는 개성공단 재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5ㆍ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는 북한도 바라는 바여서 문 대통령 의지에 따라 현실화될 수 있다.

관건은 5ㆍ24조치 해제후 남북교류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관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서 승인한 민간단체의 방북은 물론, 6ㆍ15 남북공동행사도 거부했다. 5ㆍ24조치를 해제하더라도 특단의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 한 남북 대화의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동포 남북교류 주체로… ‘물물교환’ 해법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취임 후 4대국을 방문한 특사들은 공통적으로 ‘북한’ ‘남북관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이자 한미동맹의 파트너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현실적 방안으로 5ㆍ24 조치 해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전술한 바와 같이 5ㆍ24 조치 해제 이후 어떻게 굳게 닫힌 남북의 문을 여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1차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북한이 바라는 바가 다르고 북한이 수용할만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현재의 북한은 2000년, 2007년 정상회담 할 때와 완전히 다르다. 세계적 수준의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은 ‘갑’ 입장에서 남한을 대하려 한다”며 “5%의 평양을 상대할 게 아니라 95%의 주민을 보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과 해외에서 교역을 해온 장백산 해외동포재단 이사장은 “남북 대화에 한국 정부나 민간이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동포’가 주체가 돼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1972년 최초의 남북대화 이후 2000년ㆍ2007년엔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북이 대결하고 있는 것은 남과 북의 대화ㆍ교류 주체가‘정부’이기 때문에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북 모두 현행법에 발이 묶여 민간이 대화나 교류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며 “‘해외동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소식통도 남북 교류에 ‘해외동포’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장 이사장의 견해에 동의를 나타냈다.

소식통은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유독 ‘해외동포’를 여러차례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민족’이라는 개념에 남북한, 해외동포 등 한민족 전체를 포함하는데 남북이 대결하는 상황에서 해외동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 초입 부분에서 ‘남녘겨레들과 해외동포에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언급한 뒤 “북남당국을 포함하여 각 정당, 단체들과 해내외의 각계각층 동포들이 참가하는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실현하여야 한다”며 “민족의 근본리익을 중시하고 북남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겠다’고 한 부분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대상이 해외동포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해외동포가 경색된 남북관계의 가교 역할을 할 경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 주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양을 상대해서는 대다수 주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거나 아예 없을 수 있는 만큼 북한 주민을 상대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백산 이사장은 “북한 주민들의 생필품 같은 그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유익한 사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평양 외의 95% 북한 주민 생활은 매우 어렵다. 그들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식량난과 기초생활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식품가공업, 농ㆍ수ㆍ임산물 가공업 등이 적합하고 이를 위한 도축장, 도계장, 반찬류ㆍ순대 공장 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장은 그러한 생필품과 주식용 재료가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남북 38접경지대에 공단을 건설하는 방안과 ‘물물교환’ 형태의 교역을 강조했다.

38접경지대에 북한 주민을 위한 공단을 건설하는 것은 개성공단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것과 남한 주도로 효율적으로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

‘물물교환’ 형태는 북한 주민의 손에 생필품 등이 실질적으로 전달되기 위한 방안이다. 남한의 잉여농산물이나 축산가공품, 농자재 등을 북한 주민에 주고 그들로부터는 북한에 풍부한 임산물, 수산물 등을 받는 형식이다.

장 이사장은 “남북 교역에 ‘돈’이 관여될 경우 평양의 중앙 정부가 개입하게 되고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동포 교역에서는 ‘돈벌이’가 아닌 ‘지원’ 개념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북한을 상대로 무슨‘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은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동포가 굳게 닫힌 남북의 문을 여는 데는 교역뿐 아니라 개성공단 활용도 거론된다. 해외동포가 남북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폐쇄된 개성공단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동포가 남북관계 변화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일차적으로 추진할 중점 사업으로 LED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지원사업이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도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백산 이사장은 “북한은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식량난 등은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야간 조명은 방법이 없다”면서 “LED 지원이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밤에 조명이 켜진다면 북한 경제는 현재보다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장 이사장은 “북한 시장경제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확산되고 발전하고 있다”며 “야간에 조명만 밝혀지면 북한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ED의 경우 한국이 세계적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북한에 지원될 경우 북한은 물론 남북관계 변화의 획기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ED는 중소업종 적합 분야이고 북한과 연계되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어 한국에도 매우 유용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웜비어 사건과 북한 인질…한국 ‘역할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강(압박)ㆍ온(대화)’을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압박 정책으로 북한을 몰아붙였지만, 숨죽이며 지켜보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갈’을 간파하고 연이어 미사일 발사를 하고, 핵실험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미국은 ‘대화’전략으로 방향을 틀려고도 했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귀국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강경 기류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국내는 물론 세계 여론에 힘입어 북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주춤하다 북한을 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는 고스란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돌아왔고, 아직 미국에 인질로 남아있는 자국민을 데려오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한은 웜비어 사망 사건 이후 세계 여론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크게 위축돼 있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인질로 남아있는 미국인 3명을 돌려줄 의사도 갖고 있다고 한다. 단, 북한은 송환할 명분과 대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을 송환시킬 수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더할 나위 없이 잘 된 일이고, 북한 또한 세계 여론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건은 북한이 인질 송환에 따른 ‘명분’과‘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거래’를 통해 자국민 인질을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

베이징 소식통은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대신 문재인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해외동포’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해외동포가 북한과의 교류에 제한이 적고,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한국 정부와 미국이 측면 지원을 하면 북한도 인질 송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웜비어 사건으로 북미 관계가 한 걸음도 대화 쪽으로 가지 못하고, 남북관계 또한 여전히 경색국면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해외동포가 이 사건을 풀어간다면 미국과 한국은 물론 세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북한도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이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도 순풍이 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혜안이 요구되는 국내외 상황이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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