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보수야당 정면 겨냥 본격시동 여권 노림수

야권 내부 지방선거 앞둔 ‘정치공작’ 반발감 확산

검찰 등 사정기관이 최근 전 정권 비리 전방위 수사를 본격화하자 야권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보수정당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치공작을 꾸미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검찰 인사에 대한 보수진영의 반응에서 드러난다. 보수야당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해 검찰을 길들이기 위한 정치보복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말하자면 정권 입맛에 맞게 검찰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야권 탄압을 위한 준비 아니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 초 “이번 인사는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때 자신들이 제기했던 의혹에 배치되는 수사결과를 낸 검사들에 대한 보복”이라며 “자유한국당 법사위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조직의 사병화 시도를 규탄한다”고 성토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좌천당한 검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 민정비서관을 역임했거나, MBC 광우병 허위보도 사건ㆍ통합진보당 해산사건 등에서 민주당의 주장에 배치되는 결과를 냈던 검사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권 위원장은“이들을 숙청함으로써 검찰조직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권 위원장은 “이번 인사는 검찰청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게 돼 있고, 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이번 인사는 권한이 한정된 장관 대행과 총장 대행을 통해 단행해 법 취지를 잠탈(몰래 잠식해서 차지함)했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야권 숨통 조이기

권 위원장은 “이번 인사는 검찰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검찰총장·검찰인사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모두 행사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검찰 길들이기’를 검찰개혁으로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인사는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다분히 의도를 내포한 좌천성 인사이자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기 인사도 아닌 불시에 특정인을 찍어내기 위한 기습작전 같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치보복성 물갈이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 정권의 방산비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검찰 등 사정기관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방산비리 정황이 일부 드러남에 따라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발생한 방산비리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승일 등 관련자들이 진술과 더불어 최근 정유라의 진술에서도 일부 정황이 포착됐다는 말이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등 사정기관은 방산비리에 정권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방산비리와 관련해 최근에는 방위사업청이 해군 잠수함 ‘장보고함’ 건조 감리를 민간 방산업체에 맡기는 과정에서 심각한 비리가 저질러진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방산업체 대표와 예비역 해군장교인 방산업체 전무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지난 1일 방산업체 A사 대표 최모(56)씨를 입찰방해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A사 전무이자 예비역 해군대령인 정모(59)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정씨는 2013년 6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평소 친분 관계가 있는 방사청 잠수함사업팀 사업팀장 해군대령 B씨에게 제안 요청서를 전달하고 사업 일정, 평가 기준 등 입찰 관련 정보를 사전에 취득하는 방법으로 본인들에게 유리한 입찰 조건이 설정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이같은 입찰 편의 제공의 대가로 2014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B씨에게 6차례에 걸쳐 총 94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는 2013년 1월부터 최근까지 A사 법인 자금 약 37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 개인적 용도에 쓰고 A사 법인 명의 부동산을 지인에게 시가보다 싸게 팔아 법인에 4억7405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최씨한테 횡령·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정권 실세 방신비리 연루 정황

최씨는 비리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해군장교 출신 정씨를 앞세워 로비에 적극 활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해군 후배인 잠수함 건조 감리사업 실무자를 직접 찾아가 사업 정보를 획득하고, 본인들에게 유리한 평가 기준의 반영 여부 등을 협의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장보고함 건조 감리 용역사업은 장보고함 건조에 있어 품질 제고를 위해 민간업체를 활용해 감리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투입된 예산만 71억원으로 방사청이 발주해 경쟁입찰을 거쳐 2014년 3월 A사와 감리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무려 58억6700만원에 달한다.

최씨와 정씨의 방사청 측 파트너였던 B씨는 최씨에게 예비역 해군장교들의 취업을 부탁하며 A사가 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심지어 최씨 등이 사업자로 선정된 뒤에도 불시 현장감사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등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편의를 제공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현역 군인 신분인 B씨는 재판에 넘겨져 군사법원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사청이 잠수함 건조 감리를 민간업체에 맡기는 사업을 재검토한 결과 업체에 재취업한 예비역 해군장교들이 현장에서 방사청 사업팀 보조에 불과한 업무를 담당할 뿐 실효성, 전문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민간업체에 감리를 맡기는 사업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사정기관은 또 방산비리와 관련해 정유라의 진술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방산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연루사실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최씨는 방산사업에도 손을 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씨는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무기로비스트 린다 김(본명 김귀옥)씨와 가까운 관계였으며, 실제로 만남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는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호형호제하는 관계였으며, 김 전 실장은 무기구매사업을 사실상 총괄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전 정권 실세들이 해외무기구입을 통한 리베이트를 몰래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보고 검찰 등 사정기관이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방산비리=반역죄로 다스려야

린다 김씨는 이명박 정권 때만 해도 소식조차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들어 갑자기 두각을 드러냈다. 사정기관은 린다 김씨와 최씨가 전투기 도입 사업 추진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린다 김씨가 F-35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해서 록히드마틴과 최씨를 연결, 3자가 함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 진행된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 방산업체에서 움직였던 과정들을 캐고 있지만 린다 김씨는 현재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린다 김씨와 정윤회씨와의 관계, 그 이후에 최씨의 방산업계에 관여했던 부분이 명확히 밝혀질 경우 전 정권의 방산비리 뿌리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 린다 김씨가 갑자기 구속된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의 최정점인 방산비리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국정농단 선에서 게이트를 마무리하고 방산비리를 감추기 위해 린다 김씨의 신변을 구속함으로써 그의 입을 급하게 막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씨는 린다 김씨와 오랜 친분을 쌓았으며 무기 거래에도 손을 댄 것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 최씨가 사드 배치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그를 둘러싼 방산비리 의혹은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에 불과하다는 말이 무성하다.

방산 업계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내용을 들어보면 최씨가 적어도 3명 이상의 무기 로비스트와 연결돼 있으며 그 중 한명이 박근혜 대통령과 특수관계인이라는 것이다.

최씨가 국방비리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정개입농단’이라는 큰 틀에 가려져 눈에 확연히 띄지 않고 있다. 언론과 사정기관 주변 등 일부에서 “최순실 비리의 핵심은 방산비리”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씨의 방산비리에 박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말이 확산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이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는 쉽지 않다. 전 정권 실세들과 국방부 그리고 무기구매를 담당한 국정원이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방산사업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서다.

최씨의 방산비리 개입 의혹을 살펴보면 공군의 차기 주력 전투기(F-X)가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로 선정된 과정이다. 당초에는 이 기종이 아니라 보잉의 F-15SE였던 것으로 알려져 방신비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F-15SE는 유일하게 총 사업비 8조3000억 원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주력 전투기였다.

무엇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보잉이 F-15SE를 팔기 위해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서라도 주겠다고 제안한 부분이 선정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F-35A의 록히드 마틴은 애초 핵심기술 이전을 하지 못한다고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아 구매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차세대전투기 사업은 전체 사업비 규모를 맞출 수 있고, 기술이전까지 가능한 F-15SE로 결정되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박근혜 정권이 집권하면서 기종 선정은 갑자기 변경돼 F-35A로 결정됐다.

2013년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안보상황, 세계 항공기술 발전 추세 등을 감안했다”며 F-15SE안을 부결했다. 이어 2014년 3월 24일에는 차기전투기를 F-35A로 변경하여 선정했다. F-35A는 너무 비싸서 계획된 60대 도입은 불가능했지만 군은 도입대수를 60대에서 40대로 줄이면서까지 F-35A 도입을 강행해 그 배경에 의문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김관진 전 장관은 방위사업추진위에서 “(F-35A 결정에) 정무적 판단을 해야 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밝힌 ‘정무적 판단’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놓고 각종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차세대전투기 사업과 관련한 여러 비리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군 관계자들이 “F-X 사업은 군이 아니라 윗선이 좌우했다”고 고백해 최씨의 방산비리 연루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최근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정권초부터 방산사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는가 하면 특정 영역의 사업을 변경하고 그에 대한 타당성 보고서를 다시 만들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최씨가 미국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씨와 깊은 친분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바에 따르면 최씨가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씨와 2000년대 이전부터 오랜 친분이 있는 관계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지난 2014년 11월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출범해 2015년 3월 29일까지 수사한 결과 대장 3명이 비리의혹에 연루됐다. 이 방산비리 수사로 해ㆍ공군에서 장성 21명이 비리 의혹으로 전역했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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