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기업적폐 청산 나서… MBㆍ朴 정권 실세 연루 기업 제1 타깃

전 정권 기업적폐ㆍ십상시 연결고리 정면 겨냥

검찰 문무일號 개혁 이후 행보 정ㆍ재계 촉각

우병우 등 전 정권 핵심 연루 기업비리 검토

검찰총장 후보자로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지명되면서 ‘검찰개혁’과 더불어 향후 검찰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개혁을 기치를 내건 문재인 정부 인선의 최대 관심사는 차기 검찰 총장이었다. 검찰은 개혁이라는 최대 과제를 앞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수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중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 총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방향성이 결정된다.

이날 문 후보자 지명으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사실상 검찰 수사 지휘부 구성이 마무리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선두에 세운 문무일호(號)는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사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선거 등의 영향으로 반년 넘게 지연된 이번 정기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예고된 상태다. 이르면 7월 하순께 단행될 대규모 정기 간부 인사가 문 후보자의 조직 장악과 리더십 여부를 가늠할 첫 번째 무대로 보고 있다.

검찰개혁 조직장악 관건

복수의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과거 권력 눈치 보기식 수사를 했거나, 권력과 적극적으로 유착한 ‘정치 검사’들을 대대적으로 청소할 계획이다.

청소는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법무부는 지난달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 속에서 ‘과거 부적정한 사건 처리를 한 검사’라는 이유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 4명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가운데 소규모 원포인트 인사가 단행됐지만 본격적인 인사태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사장급에서 차ㆍ부장급에 이르는 전체 간부를 대상으로 한 본격 인사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 태풍 이후 문 후보자가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다독거려 조직을 시급히 안정시킬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면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법무부 장관과 인사 문제를 협의할 권한을 갖는 검찰총장으로서는 ‘제 살 도려내기’의 아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조직 전체의 안정을 위해 국민적 요구와 검찰 내부 사정 사이의 ‘절충점’을 모색해야 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 이후 문 후보자의 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 설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 등을 구체적인 검찰개혁 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의 힘을 다른 기관에 분산시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기존에 가진 힘과 권한을 내려놓아야하기 때문에 검찰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검찰은 줄곧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일관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문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관련해 ‘조건부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도입 법안에 대해 “공감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있다. 저희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이 사안을 대하고 있다”면서 “위헌적 요소가 좀 있어서 그 부분이 해소되는 방안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 후보자가 검찰개혁 방향에 관한 내부적 합의를 모아내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검찰은 개혁 이후에도 숨 돌릴 틈이 없다. 조직 개혁 직후에는 곧바로 부정부패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또 개혁 이후 국민이 수긍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자는 특별수사로 잔뼈가 굵은 대표적 ‘특수통’이다. 이에 검찰이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문 후보자와 윤석열(57ㆍ23기) 지검장은 2007년 대검 중수부 중수1과에 함께 근무하면서 변양균-신정아 스캔들 수사에 참여해 찰떡호흡을 맞춘 적 있다.

특수통 등장에 재계 긴장

검찰 주변과 재계에서는 문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여러 분석과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첫 검찰총장으로 문 후보자를 선택한 것을 두고 주요 사정기관에서 진행 중인 적폐청산 재조사 결과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검찰 수사 사안 대부분이 특별수사 사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원활히 진두지휘할 인물을 꼽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와 김경준 전 BBK 대표 기획입국설,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의 수사를 맡는 등 특별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주목하고 문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말이 들린다. 또 문 후보자가 다른 사정기관의 조사와 적절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 근절을 위한 단속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속 특별감찰반도 감찰 활동을 시작했고 국가정보원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2가지 과제를 선정해 조사를 시작했다. 감사원도 4대강 사업 관련 재감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처럼 재계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전방위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검찰의 역할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과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각 사정기관은 조사ㆍ감찰 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넘긴다.

이렇게 검찰로 넘어간 대부분 특별수사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 분야 전문가인 문 후보가 적임이라는 평가다. 역시 ‘특수통’으로 불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호흡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음달 중 검사장과 부장검사 등 주요 보직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진용이 꾸려지면 적폐청산 관련 수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문 후보자가 청문회에 통과하게 되면 조직정비가 마무리 되는 올해 말 무렵부터 본격적인 기업 사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재계 및 정치권에서 몇몇 기업들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윤 중앙지검장이 미스터피자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재계의 관심은 이후 시작될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총장 인선이 되면 본격적으로 10대 그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재계 전반에 깔려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총장 인선 직후 본격적인 기업 사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지금 당장이 아닌 올해 말 정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7~8월이 휴가철인 데다 조직 파악 시간도 필요해 대대적 사정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검찰 내부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가을에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사정정국이 펼쳐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갑질 정경유착 기업 척결

검찰의 기업적폐 청산 1호는 기업의 ‘갑질’이다. 최근 ‘갑질' 논란을 불러온 기업에 대해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뽑아 들었다.

새 정부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하청업체·중소기업 갈취행위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문재인정부 초기 검찰 수사도 이 같은 불공정행위 기업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갑질 첫 본격 수사 대상으로 미스터피자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스터피자 외에도 부영과 현대위아 등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검찰 고발도 이어지고 있어 검찰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부영그룹이 대상이다. 공정위는 이중근 부영 회장을 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영그룹 총수인 이 회장이 친족 회사 7개사를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에서 빠뜨린 채 신고한 혐의다. 대기업집단 미편입 계열회사는 공시의무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는 등 중소기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에서도 제외된다.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인 현대위아도 공정위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검찰 고발과 함께 3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경쟁입찰의 입찰 최저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정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혐의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혐의로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계열사 현대위아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분명한 이유 없이 최저입찰금액보다 낮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고 소비자의 클레임(보상청구)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해 하도급 대금을 감액한 혐의를 받는다.

자동차부품과 공작기계 등을 제조하는 현대위아는 2013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자사의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최저가 경쟁입찰을 하면서 24건에 대해 최저가로 응찰한 수급사업자와 추가로 금액인하 협상을 해 가격을 더 낮췄다.

응찰자의 잘못 등 객관적·합리적인 사유 없이 최저가로 응찰한 사업자와 추가 협상을 거쳐 17개 사업자로부터 89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로부터 부품 하자 등을 이유로 소비자 클레임에 대한 비용분담을 요구받자 이 중 현대위아에 귀책이 있거나 귀책사유가 불분명함에도 2309건의 비용을 28개 납품 수급사업자에 부당하게 부담시켜 총 3400만원을 하도급 대금에서 공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계열사 지분현황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이중근 부영회장을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공정위는 부영이 2013∼2015년 지정자료 제출 시 친족이 운영하는 7개 회사를 부영의 소속회사 현황에서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부영에 요청했지만 부영은 이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고 6개 계열사의 지분현황을 차명으로 허위 신고하기도 했다. 대기업 미편입 계열회사의 경우 공시의무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위장계열사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이용될 수 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김성주 전 성주디앤디 대표가 공정위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MCM으로 유명한 성주디앤디는 지난 3월 협력사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로 신고당했다.

검찰도 불공정거래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병원에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이 오는 27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불공정거래 첫 타깃은 치킨으로 유명한 제너시스BBQ였다.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BBQ 치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가격 인상과 가맹점 불공정거래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가맹본부의 부당한 행태에 대해 경고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과 함께 전 정권의 기업적폐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정경유착으로 수혜를 누린 기업들에 대해 단단히 손볼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십상시 등 박근혜 정권의 실세로 통하던 인사들과 가까웠던 기업들에 대해서 대대적인 사정이 단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