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3선” 이재명 “경기지사” 안희정 “재보선” 유력

박원순, 최초 3선 서울시장 도전 사실상 결정

이재명, 경기지사 출마 기정사실화…여론조사 압도적 1위

안희정, 재보선 통해 국회 진출 후 당권 도전 가능성↑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아직 10개월여가 남았지만 선거레이스가 조기에 시작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잠룡들의 행선지가 속속 가닥이 잡히면서 당내 출마 후보군들도 입장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연말에 행보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3선 도전을 거의 굳혔고, 박 시장 결정에 따라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기지사 출마도 확정적이다.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박 시장, 이 시장과는 달리 안희정 충남지사는 여의도 입성을 준비 중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할 뜻을 세운 것이다. 안 지사는 등원 후 내년 7~8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차지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최초 3선 서울시장 도전 유력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실상 3선 도전 의지를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 측근은 “박 시장이 최근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며 “서울시장 3선 도전 의사를 굳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여전히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자신의 행보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지만 본인이 언급한 시점보다 빠르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국회 입성 후 당권 도전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3선 도전 대신 중앙정치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의 재보선 확정 지역구는 노원 병에 불과하다. 추후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본선이 아닌 경선에서 지역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는 서울시를 운영했던 박 시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당권 도전은 더욱 첩첩산중이다. 당내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주류인 친문계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문재인 정부 1년이 막 지난 시점에서 친문계가 차기 잠룡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고려 끝에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맞추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편이 대권에 도전하는 데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으로 선회를 했지만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 당내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출마설이 돌던 추미애 대표는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추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며 “당 대표가 사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며 지방선거 준비에 전력을 다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등 청와대발 서울시장 후보들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당내 경선을 위해 내년 초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내에서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박영선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다음 기회에 얘기하자”며 뚜렷하게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박 의원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꾸준히 후보군에 언급됐다. 입각설도 나오고 있는 박 의원은 내부적으로는 서울시장 출마를 정해놓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 우상호 전 원내대표와 이인영 의원, 민병두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당 거물급 중진들의 출마가 예상되지만 박 시장도 피할 뜻은 없어 보인다.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박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때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1천만 도시의 운명을 맡는 서울시장이라고 하는 직책에 경쟁 없이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6월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프레시안의 의뢰로 시행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이 1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민은 대체로 박 시장이 시장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계속 시정을 맡길 뜻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다. 당내 경선을 통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더라도 역대급 빅매치가 성사될 수도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 때문이다.

대선 패배 이후 안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된 설문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며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존립 위기에 놓인 당을 살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전면에 다시 복귀한 이상 당 대표가 된 이후 서울시장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인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전망이 암울한 국민의당으로서는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해 당선된다면 당도 살고 안 전 대표 자신도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카드다.

이 경우 박 시장은 자신에게 정치 입문의 길을 내줬던 안 전 대표와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2011년 9월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암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자신보다 지지율이 뒤처졌던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출마 소문 확산 중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2일 공식입장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에 내년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입장을 전달한 바 없다”며 “내년에 어느 선거에 출마할지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고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정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 시장의 경기지사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시장은 앞선 지난 6월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도전한다면 경쟁하지 않겠다”며 박 시장 도전 여부에 따라 자신의 행보를 결정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경기지사에 대한 전망도 밝다. 지난 1일 발표된 차기 경기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이 시장은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프레시안’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은 41.9%를 차지하며 13.7%로 2위를 한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보다 3배 넘는 지지를 받았다. 3위는 13.1%를 받은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차지했고 이어 원유철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6.8%),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6.6%),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3.9%),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2.6%),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태영 수원시장(2.4%),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2.3%) 순의 지지도를 보였다.

여당만 놓고 본 경기도지사 후보 적합도에서도 이 시장은 과반에 근접한 49.1%를 기록하며 김진표(8.7%), 전해철(5.1%), 염태영(3.4%)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 시장의 독주가 예상되자 견제의 목소리가 점차 나오고 있다. 최재성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대선 경선 주자들의 편한 사고를 경계한다”면서 “출마에 ‘왜’와 ‘어떻게’가 없다. 이런 식이면 제가 나가도 이기고, 비전과 의지가 있는 누가 나가도 이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출마를 두고 저울질하는 이 시장을 겨냥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내 경기지사 후보로는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해철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 의원은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를 통해 구축해 놓은 조직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끝까지 완주한 최성 고양시장, 김진표·이종걸 의원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여기에 안민석 의원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안 의원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등 관련 사안이 정리되면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의 최대 장점은 촛불정국에서 확보한 폭넓은 인지도다.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던 성남시를 복지도시로 탈바꿈시킨 행정능력도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당 내에서는 이 시장이 인지도에 비해 약한 조직력으로 고배를 마신 지난 대선 경선과 비슷한 위치에 처해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이 시장 측은 조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재보선 통해 국회 입성 후 당권 장악?

안희정 충남지사는 3선을 포기하고 여의도 입성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충남지사 재선을 통해 행정력을 인정받았고 지난 대선을 통해 조직력 열세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안 지사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 후 7~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잠룡 가운데 강력한 당권 후보였던 김부겸 의원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담을 던 상황이다. 여기에 당권 도전을 고려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에 무게를 두면서 안 지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안 지사의 고심은 출마 지역구를 어디로 선택하느냐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2~3곳으로 충남 천안갑, 서울 노원병 등이다. 충남 천안갑은 현재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박 의원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대법원 선고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이 나온다면 안 지사로서는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충청 정가에서는 충남 천안갑이 안 지사가 수월하게 국회로 입성할 수 있는 곳으로 분석하고 있다. 7년 동안 충남지사직을 하면서 도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충청 대망론’을 실현시킬 대권주자로 현재로서는 안 지사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지역구는 서울 노원병이다. 지난 4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후보 확정 후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내년 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이다. 당내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안 지사가 충청지역보다는 상징성이 큰 노원병을 차지해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이 더 낫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 이 지역은 안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와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安, 보수 험지 송파을 차지 통해 등원 가능성↑

최근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서울 송파을이다. 이 곳은 현재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로 최 의원은 지난 2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200만원 벌금을 선고받은 바 있다. 최 의원은 항소한 상태로 대법원 판결이 벌금 100만 원 이상 나올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송파을 지역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바른정당이 인재영입 1호 인사인 박종진 전 채널A 앵커를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31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최고위 의결을 통해 박 전 앵커를 송파을 당협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최명길 의원 선고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송파을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으로 2004년 17대 총선부터 19대 총선 등 12년 동안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다 20대 총선에서 이 흐름이 깨졌다. 지난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가 ‘옥새 투쟁’ 끝에 송파을을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낙점한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였다.

송파을이 무공천 지역이 되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대전 유성갑에 공천 신청했다 탈락한 최명길 전 MBC 앵커를 전략 공천했고, 송파구청장 출신 김영순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결과 최명길 당시 민주당 후보가 44%를 얻어 김영순 무소속 후보(39%)를 4300여 표 차이로 이기며 보수 텃밭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 이래협 국민의당 후보(1만 4000여 표 득표)로 인한 보수 표심 분산이 최 의원 당선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안 지사는 지난 대선 이후 사석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겠다. 모두가 원하는, 가려고 달려드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며 “연말연초 상황을 봐서 가장 힘든 곳으로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지사의 발언대로라면 여당 험지인 송파을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좋은 곳이다.

안 지사가 송파을에서 당선된다면 지난 대선 경선에서 잠시 드러난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성을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여타 여당 잠룡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안 지사만의 강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자산은 전국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에도 큰 메리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이뤄질 적폐청산으로 불거질 보수층 반발을 상쇄시킬 카드로 ‘안희정 대표’만한 좋은 선택지가 현재로서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송파을 지역위원장은 공석인 상태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안 지사 대항마로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황교안 전 총리 카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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