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 文 대통령 발목 잡아…‘정치지형 변화’ 文정부 연착륙 영향

포퓰리즘정책ㆍ인사 실패 후폭풍 커

북한발 위기 안보불안 가중, 文 지지도 하락…文정부 대북 구상 ‘흔들’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 등 대여 투쟁 높이는 정치지형 변화 ‘불리’

포퓰리즘 정책, 인사 실패에 따른 경기 침체와 민심 이반 ‘위험’

옳고 그름 가려 국민 눈높이 정책 펴고 합의 정치해야 성공하는 대통령 돼

문재인 정부가 곧 취임 100일을 맞는다. 역대 정부와 달리 집권 초기 오랜 기간 70%대의 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향후 문재인 정부를 위협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북한 리스크’ 문재인 정부 딜레마

첫째, 북한 리스크다.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한반도 8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4일 비행거리가 약 8000㎞로 추정되는 화성-14형 1차 실험을 한데 이어 지난 26일엔 비행 거리가 더 늘어난(약 1만 ㎞) 2차 실험을 실시했다. 이르면 내년 미국 본토 서해안을 사정권에 둔 북한 ICBM이 실전에 배치돼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미국 정부가 연일 유례없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ICBM에 탑재할 소형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보도에 “북한은 화염과 분노, 그리고 세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힘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이렇게 직접 언급했던 적은 그동안 없었다. 그는 “미국의 핵무기는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하다. 이 힘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핵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초강경 메시지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자신을 공격할 조짐을 보이면 서울부터 공격하겠다”고 협박했다. 북한 전략군은 “중장거리 전략 탄도 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 30-40㎞ 해역으로 동시에 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군은 괌 포위 사격을 위협한지 하루만에 “발사 경로, 공격 목표 등을 포함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까지 했다.

미국과 북한이 전쟁까지 불사할 듯한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에게는 지금의 한반도 문제를 풀 만한 마땅한 지렛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양 정상은 남북 문제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인도적 교류나 충돌 방지 같은 제한적인 것에 맞춰져 있다.

북한의 ‘괌 포위 사격’ 발언 등에 따른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현재 한반도 긴장에 대해 “ ‘파국’이 아니라 위기의 고점을 지나면 긴장이 완화되고 대화 국면으로도 접어들 수 있다”고 했다. 별로 울림이 없는 공허한 메시지다.

여하튼 미ㆍ북 간 강 대 강 갈등이 고조되면 북한 리스크는 커지고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은 높아지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갤럽이 8월 첫째 주(1~3일)에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77%가 ‘잘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15%는 “잘못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부정 평가 이유로 ‘북핵/안보’(14%), ‘인사 문제’(12%), ‘원전 정책’(11%), ‘말 바꿈/기존 입장 바뀜’(10%), ‘사드 문제’(7%), ‘독단적/일방적/편파적’(6%), ‘공약 실천 미흡’(5%), ‘과도한 개혁/성급함’(5%) 등을 지적했다.

주목할 것은 부정 평가 이유에서 대북/안보, 사드 관련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 증감 여부에 대해 32%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고 3%만이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으며 60%는 ‘변화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런데 북한의 4차 핵실험 후인 2016년 1월 조사와 비교하면 ‘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11% 포인트 증가, 당시보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안보 긴장감은 더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북 지원에 대해 물은 결과, 57%는 ‘모든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으나 ‘인도적 대북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39%였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3차 핵실험 후인 지난 2013년 2월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는 ‘모든 대북 지원 중단’ 46%, ‘인도적 대북 지원 유지’ 47%로 의견이 양분됐었다. 그만큼 북한의 핵 실험과 도발이 거듭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대북 인식이 과거에 비해서 냉랭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인 7월 29일 사드 미사일 발사대 4기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여름 휴가를 마친 지난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봤는가’ 질문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욱 강경해지고 북한은 여전히 서울 불바다를 운운하며 국제 정세를 외면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대북 인식은 냉랭해지고 있는 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대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야권에서 안보 위기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언컨대, 낭만적 대북 정책은 코리아 패싱으로 연결되고, 한국의 외교 고립화를 가져 올 수 있다. 북핵 문제에서 주도권 쥐면서 “운전석에 앉겠다”던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이 미ㆍ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이고 최고 아킬레스건이다.

국민의당 변화에 정치지형 ‘흔들’, 文정부에 영향

둘째,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다. 그중에서도 향후 국민의당 지도 체제가 어떻게 변화될지가 관건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석 달이 채 안 된 시점인 지난 8월 3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제 안 전 대표는 8월 27일 전당대회에서 천정배 의원, 정동영 의원과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안 전대표는 출마의 변으로 국민의 당 재건을 통한 다당제 구축과 극중주의를 내세웠다. 그는 “지금 국민의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한다. 원내 제3정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고 국민은 그저 포퓰리즘의 대상이 되고, 정쟁에 동원될 것입니다”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더불어 안 전 대표는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중도로 행동하며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들에 치열하게 매진하는 ‘극중주의'(極中主義·Radical centrism)’를 당의 노선으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극중주의 노선과 관련해서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는 합리적 중도개혁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며 “그것이야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IMF 외환위기를 3년 만에 극복한 노선”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안 전대표의 출마에 당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장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천정배 의원은 국민의당 대선 패배의 3대 요인으로 햇볕정책에 대한 어정쩡한 자세 등 불명확한 목표와 가치, 대선후보의 자질과 역량 부족,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점을 언급한 뒤 “패배의 장본인이자 가장 큰 책임자인 안 전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직을 다시 차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몰염치, 몰상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천 의원은 “국민의당은 진보와 보수, 호남과 비호남이 공존하는 정당인데 극중주의는 ‘호남 없는 국민의 당’, ‘호남이 들러리서는 국민의당’을 표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두 날개로 어렵게 날고 있는 국민의당의 한쪽 날개마저 꺾어버리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호한 극중주의보다는 분명한 정체성과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이다.

한편, 정동영 의원은 “국민은 양당 정치를 끝내고 자신들의 삶을 개선해달라고, 현실을 바꿔 달라고 엄중한 명령을 내렸는데 국민의당이 이를 잘 깨닫지 못했다”며 “개혁과제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끌고 가면 2중대가 아니라 주도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국민의당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동도 아니고, 서도 아니고, 남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은 기회주의적”이라며 “상황에 따라 선택하겠다는 것은 기회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하튼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안철수 ‘극중주의’ 대 정동영ㆍ천정배 ‘개혁 노선’간의 경쟁으로 치닫게 됐다. 만약 안철수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면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여당과의 ‘각 세우기’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경쟁하면서 본격적인 대여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당장 안 전 대표는 출마하면서 “북핵과 미사일 위기, 부동산 폭등, 불안정한 에너지 정책 같은 문제를 두고는 분명한 역할을 하는 야당이 될 것이다”고 했다.

‘국민의 당 = 민주당 2중대’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중도를 표방하면서 전국 정당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바른 정당과의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연일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 ‘내년 지방선거 패배 시 당의 존립이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각 지역에 단일화된 ‘강력한 후보’를 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합당은 아니더라도 안철수ㆍ유승민ㆍ김무성ㆍ박지원 의원 간에 정치적 결단이 있으면 두 정당 간에 지방선건전까지는 정책 연대을 하고 내년 지방선거에 즈음해서 선거 연대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형식적인 4당체제에서 실효적인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바른정당을 향해 “보수세력으로서 문재인 정부 안보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되, 색깔론과 종북몰이에 선을 긋겠다는 태도는 당면한 안보 위기에 분열을 우려하는 많은 국민에게 환영받을 만한 자세”라고 호평을 쏟아냈다. 9월 정기국회 때 ‘입법 전쟁’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적인 ‘띄우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연대 움직임을 막고, 정국 주도를 위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임과 동시에 지방선거에 대비해 보수를 분열시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자유한국당 ‘고립 작전’을 준비하는 것 같다.

여하튼 향후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가 문재인 정부의 연착륙 여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 인사 실패 경기 침체와 민심 이반 불러

셋째, 인기 영합의 포퓰리즘 정책과 인사 실패에 따른 경기 침체와 민심 이반이다. 정부는 세제개편안과 8ㆍ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고소득자 및 고소득 기업에 대한 증세로 법인세 2000억 초과 과세구간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소득세 3~5억원 과표구간을 신설해 현재 세율 38%를 40%로, 5억원 초과 과표 구간에서는 현행 40%에서 42%로 2% 인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려 근로자 절반 정도(46.8%)가 근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기업의 47.1%가 법인세를 못 내고 있다. 면세 근로자 급증 문제는 놔두고 부자만 표적 증세한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일시적으로 박수 받을 수는 있지만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다. 조세 저항이 불거질 수 있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를 향해 “재원에 대한 고려없는 인기 영합의 포퓰리즘 정책을 발표하고 재원이 부족하면 증세하겠다는 세금만능주의 국정철학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정부는 연일 수조~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서는 “특별 구제 계정에 정부 예산을 출연하겠다”고 했고,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병실료, MRI 등 현재는 건강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에 건보 적용을 결정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어르신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률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 공약에 기초해 3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90만명을 새로 늘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청와대와 정부ㆍ여당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기초연금 인상에 21조8000억원,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에 9조5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30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는데 드는 178조원도 버거운데 정부는 막대한 돈이 들어갈 새 사업을 남발하고 있다. 결국 재원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를 강화하면 증세 또는 국가가 빚을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 경쟁력이 추락되고 민생 경제는 위축될 수 있다.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장기간 침체되면 일본판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수 있다,

당장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내년에 한국의 경제성장세가 약간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즈, JP모건,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9개 주요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8%이고 내년도 전망치는 2.6%로 집계됐다. 그런데 IB들의 전망은 한국은행과 다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8%(추가경정예산 효과 제외)로 전망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2.9%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전망이 맞을 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새 정부가 경제 성장보다 재정 지출을 늘리는데 데 비중을 두면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수도 있다. 성장없는 복지와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이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박 본부장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깊이 연루된 핵심 관계자다. 그는 자신과 가까운 황 교수에게 연구비 등 각종 국가적 지원을 몰아줬고, 2004년에는 연구에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잘못된 내용을 보고해 사태를 더 키웠다는 의혹도 받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당시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이었고 무거운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다”며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부총리와 과학기술본부 신설의 주역이고, 당시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 경쟁력이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공도 있다”며 과학기술계의 이해를 구했다. 과보다 공이 많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임명했다는 논리다.

문재인 정부에게 묻는다. 온 나라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태 당시 연구 윤리와 연구비 부실 논란에 휘말렸던 인물은 적폐 청산의 대상인가 아닌가. 참여 정부엔 면죄부를 주고 보수 정부 때의 잘못된 것만 문제 삼는 ‘편의주의적 적폐 청산’으론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모든 적폐는 정권 여부와 상관없이 청산되어야 진정성이 인정된다.

분명 박기영 임명은 ‘내로남불 인사’의 전형이고 적폐 청산의 대상이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건강 보험 보장성 강화 등의 정책들도 인사에서 실패하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과거 보수 정권이 고ㆍ소ㆍ영 인사, 수첩 인사 등의 인사 적폐로 실패했던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게 돼있다. 이렇게 인사 실패가 거듭되면 결국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고 언제가는 민심은 이반되기 쉽고 향후 선거에서 패배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이젠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분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듯이, 포부만으론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단언컨대, 대통령과 정부가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을 무조건 정당화하고, 계도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의 생각을 무시하며, 높은 국정 운영 지지도에 도취되어 야당을 협치가 아니라 적폐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면 실패의 길로 간다. 이것이 한국정치의 경험적 법칙이다. 대통령이 ‘합의의 정치문화’를 만들어 내느냐 아니면 ‘분열의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정권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옳고 그름이라는 것은 결국은 넓게 보느냐, 좁게 보느냐, 멀리 보느냐, 가까이 보느냐의 차이다”라고 역설했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 시민운동도 촛불도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 설수는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각이 역사가 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용기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을 갈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