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조직 정비ㆍ인재 영입 등 속도전…’공천권 중앙 이관’ 논의 날선 공방

사정기관 ‘적폐청산’ 사정광풍 보수야권 해법카드는?

박근혜 이재용 재판 이어 검찰 추가 수사 향방 촉각

정치권이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놓고 안팎으로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당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바른정당은 ‘헤드헌터단’을 꾸려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도 전당대회를 마치는 대로 지방선거 준비모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한국당은 지난 9일 17개 시·도당위원장 가운데 13개 지역의 시 선출을 마무리 짓는다. △인천 민경욱 △대구 김상훈 △대전 이은권 △울산 정갑윤 △경기 이우현 △충북 박덕흠 △경북 김재원 △경남 김한표△서울 김선동 등은 이미 선출·추대됐다.

세종은 복수의 후보가 출마하며 경선이 예정돼 있고, 전남·전북·광주 등 3개 지역은 신청자가 없어 중앙당에서 후보를 내려 보낼 계획이다.

시·도당위원장은 공천에서 주도적 역할을 행사할 수 있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우 중요한 자리다.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지역 내 기반이 확실한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시·도당위원장을 선출중이다.

국민의당도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방선거 준비가 가장 늦은 국민의당은 ‘제보조작사건’ 파동 등의 여파로 내년 지방선거가 당의 존폐기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도부조차 구성하지 못한 국민의당은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곧바로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내주 중으로 당 혁신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최재성 전 의원이 맡는다. 정당발전위는 당 최고위원회의 등에 당 역량 강화를 위한 각종 개선안 제안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지방선거와 관련한 당헌·당규에 대한 제안도 포함된다.

인재모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시도당별로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했다. 한국당도 당 중앙연수원과 정치대학 관련 규정을 통합한 정치학교도 신설,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은 정치학교를 반드시 이수해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바른정당도 지난달 19일부터 전국각지를 돌며 ‘바른정당 주인찾기 1박2일’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인재영입을 위한 ‘헤드헌터단’도 운영중이다.

주도권 놓고 첨예한 신경전

최근 민주당과 한국당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일부 중앙당으로 이관하는 문제를 논의하면서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당의 기초선거 공천권 행사는 과거에도 줄세우기와 과다한 선거비용 지출, 과열 문제 등으로 역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 폐지 주장이 거셌던 사안이다. 더구나 내년 개헌투표를 앞두고 지방분권 강화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난도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기초의원에 대한 중앙당의 공천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이를 공론화하고 추진하려 하자 당내 반발기류가 커지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 7일 이와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이렇다 말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지금 이대로라면 중앙당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선거를 치러낼 수 있겠느냐. 이런 문제들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최고위원들은 “시.도당이 행사하는 공천권을 중앙당이 가져오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 내에서는 추 대표가 공천권을 건드린다면 최대 뇌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도 지방선거와 관련, 일부 기초단체장 공천을 중앙당 공천관리위가 행사하는 방향으로 일부 이관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다만 지방의원(광역 및 기초의원) 공천은 현재대로 시.도당 공천관리위가 맡을 전망이다. 양당의 이 같은 논의가 실행될 경우 시·도위원장이나 현역 국회의원의 권한도 상당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내부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이처럼 공천권을 중앙당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나름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어서다. 민주당은 중앙당이 기초의회 장악력을 높여야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당도 리더십이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장악력 확대가 시급하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당 쇄신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혁신위원회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이 용이하도록 당헌·당규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파간 갈등이 일 조짐도 보인다. 홍준표 대표발 ‘공천 태풍’이 예고되면서 친박(친박근혜)계 반발 등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부 인사로 구성된 혁신위는 최근 당 실무자들을 차례로 불러 공천 관련 규정과 절차를 보고받는 등 6·13 지방선거를 겨냥한 공천 규칙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7일 혁신위원들과의 만찬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공천 룰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늦어도 오는 9∼10월까지는 최종안을 만들어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혁신위원들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패배 원인이 상당 부분 상향식 공천제에 있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 전략공천 여지를 넓히는 쪽으로 공천 규칙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향식 공천은 능력보다는 인지도가 높거나 기득권을 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전체 후보자 중 일정 비율까지는 전략공천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당헌·당규는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계층에 한해 추천이 필요하거나, ‘추천 신청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 등을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해 전략공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혁신위의 계획대로 전략공천이 확대될 경우 홍 대표와 친박계 등 구주류 세력 간의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 인적 혁신을 강조해온 홍 대표가 전략공천을 무기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 집안 내홍부터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서 보수텃밭인 영남권 광역단체장 주자군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계파갈등의 조짐이 커지고 있다.

구(舊) 주류인 친박(親朴) 대 친홍준표계의 대결구도가 형성돼 당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혁신위원회에서 내놓을 공천 기준이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경북도지사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김재원 의원, 친홍계로 분류되는 이철우 의원과 비박계 강석호 의원 등이 자천타천 도지사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최 의원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당내에서 추천 기류가 감지된다. 일각에는 이를 두고 ‘측근 공천’을 염두에 둔 홍 대표가 한편으로는 원내에서 최 의원을 내보냄으로써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구시장으로는 이재만 최고위원(친박), 권영진 현 시장(비박)과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윤재옥·곽대훈 의원이, 경남도지사에는 김태호 전 최고위원(친박)과 윤한홍 의원(친홍)이 거론된다.

울산과 부산에서도 경쟁의 밑그림이 비슷한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 울산시장에는 정갑윤 의원(친박), 김기현 현 시장(비박)이, 부산시장으로는 서병수 현 시장(친박)과 이종혁 최고위원(친홍)의 이름이 집중적으로 흘러나온다.

영남권의 최대주주였던 친박계로서는 친홍, 또는 비박계를 상대로 형성된 경쟁구도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 대규모 전략공천이 단행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광역단체장만큼은 중앙당이 공천권을 쥐고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홍 대표뿐 아니라 공천 기준을 마련 중인 당 혁신위원회 류석춘 위원장도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상향식 공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때 서울 강북 지역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선자 7명 가운데 6명이 전략공천자였다는 점은 ‘전략공천 옹호론’에 힘을 더한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 되면 홍 대표로서는 혁신을 명분으로 친박 차출이나 측근 공천 등 다양한 물갈이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구 주류와 극심한 갈등도 예상된다.

지난 총선 당시 ‘비박 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천을 주도했던 친박계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입장이 뒤바뀐 모양새다. 혁신위가 공천 기준을 포함한 인적쇄신안 논의를 뒤로 미루는 것도 당 내홍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파악된다.

보수정당 정통성 놓고 경쟁

새 지도부가 차려진 한국당과 더불어 바른정당 내부에는 낡은 보수이미지를 혁신하기 위한 ‘개혁바람’이 거세다. 두 보수정당 모두 당 내부적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보수정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는 게 급선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어디 가서 보수정당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수의 위기가 매우 엄중하다”며 “지금 자유한국당과 보수가 직면한 위기는 하루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개혁에 방점을 찍은 두 보수정당은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잡기에 본격 돌입한다.

한국당은 지난달 18일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창립대회를 열고 지역 민심 잡기와 민원 수렴에 나섰고, 바른정당 지도부는 1박2일 일정으로 다음날인 19일부터 TK지역 민생행보에 나섰다. 이에 대해 TK지역을 놓고 두 보수정당 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와 함께 바른정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핵심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당과의 정책공조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로서 몸값을 높일지 관심이 모인다.

바른정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를 노리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 몸값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당대표 후보는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복안을 갖고 이야기해야 그 안에 대해 바른정당이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을 할 수 있다”며 “구체적 안이 있으면 안을 제시하면 판단해보겠다”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당내 입장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국민의당이 막판에 입장을 바꿔 야권 공조가 허물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20석을 가진 바른정당은 현역의원 한 명이라도 탈당하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을 수 있어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해도 마찬가지여서 이 부분은 해결해야 할 선과제다.

선수와 인지도 높은 의원들로 구성된 신생정당이 오히려 독(毒)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당을 “대기업 간부들이 모여 만든 벤처기업”이라고 비유하며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정책으로 개발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각각 ‘여소야대 정국’ ‘당 존립 위기’라는 당면 과제를 풀기 위해 ‘바른정당과의 연대’ 를 해법으로 보고 있는 모양세다.

먼저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실현을 위한 법안 처리하기 위해 추경 처리 당시 펼쳤던 ‘자유한국당 고립 작전’을 다시 한 번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증세, 탈원전 등 정부 여당의 정책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바른정당과의 ‘입법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당대표 선거에 공식 출마하며 이러한 민주당의 구상에는 차질이 생겼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던 안 전 대표가 당대표로 당선될 경우,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여당과의 ‘각 세우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서다.

국민의당 역시 당의 존립을 위해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추진 중이다. 최근 ‘대선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당 지지율이 연일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 “내년 지방선거 패배 시 당의 존립이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각 지역에 단일화된 후보를 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hankooki.com



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