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ㆍ바른정당 재통합론 부상…보수진영 위기감에 이합집산 정계개편 시동 거나

지방선거 앞두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의식 확산

보수당 내부 권력 구도 완전 이분화 합당 회의론 무게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이 ‘민생투어’로 민생챙기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지지율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야당은 최근 경쟁적으로 민생 현장을 찾아 가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전날(16일) 대구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소통에 나선데 이어 다음날 울산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를 방문하고 토크콘서트도 가졌다.

홍 대표는 울산에서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5년짜리 정부가 100년을 바라보는 에너지 정책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실험 정부의 검증되지 않은 정책실험으로 피해보는 사람은 이 나라 국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바른정당도 같은 날 수도권에서 ‘바른정당 주인찾기’ 캠페인에 나서며 보수진영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이혜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부터 이틀동안 경기도와 서울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판교, 용인, 수원, 강남역, 홍대입구 등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캠페인을 벌이며 2030세대를 겨냥하고 나섰다.

보수진영이 지방선거를 놓고 치열한 주도권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당의 내홍이 어디까지 심화될지를 놓고 여러 분석이 분분하다.

‘박근혜’ 뜨거운 감자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한국당이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원내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친홍준표계로 분류되는 류여해 최고위원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홍 대표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홍 대표는 지난 16일 대구경북(TK) 토크 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을 작심 비판하며 출당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에 부정적이었던 홍 대표가 출당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 시사에 대해 "(출당 문제는) 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1심 재판 결과를 보고 그 결과에 따라 당원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류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할 뿐 아니라 당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미 당내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고 1심 판결 결과를 보고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가 당내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지도부 간 조율 없이 공론화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 대표는 뜻을 쉽게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발언 이후 홍 대표는 지난 18일 다시 SNS를 통해 “박 전 대통령 문제를 제가 대구에서 제기한 것은 그동안 쉬쉬하고 있던 문제를 공론화해 보자는 것”이라며 “뒤에 숨어서 수군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커밍아웃해서 찬반을 당내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보자”고 밝혔다.

홍 대표는 “당내 의견이 조율되면 그 방향으로 조치하도록 하자”며 “탄핵 때도 비겁하게 숨어서 쉬쉬하다가 당하지 않았나, 이제 그 문제를 더 이상 쉬쉬하고 회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당당하게 찬성하거나 당당하게 반대하거나 당내에서 활발하게 논의를 하자"며 "우파 혁신의 출발은 바로 이 문제”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흡수통합을 의식한 행보라고 보는 해석도 제기된다.

홍 대표는 ‘박근혜 동정론’만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청산’ 없이는 보수세력 규합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홍 대표는 최근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박 전 대통령 탄핵문제"라며 "새롭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친박청산'을 통해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합류명분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근거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홍 대표가 연말까지 ‘친박청산’을 고리로 보수진영 재편을 완료한 뒤 지방선거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문제에 대해 당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했는데 오는 24, 25일에 열리는 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수도 있다.

홍 대표는 울산대공원 토크콘서트에서 한국당이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엔 "우리 당이 혁신이 완료되는 시점에 반성을 종합적으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와 관련해 '우파 분열을 하지 말아달라'는 항의성 발언이 나오자 "주의하겠다"며 확전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천방식 놓고 ‘내홍’ 심화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내부적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상향식 공천을 배제하고 중앙당이 후보를 지정하는 전략공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당 비주류는 18·19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 학살', '보복 공천'이란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생존을 위한 집단행동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거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제를 주도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보복 공천으로 탈당까지 해야 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상기할 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대연합 구상이 현실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지난 15일 상향식 공천을 배제하는 대신, 전략공천 또는 책임공천 방식으로 인재를 영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이 지역사회 정치인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이 20대 총선에서 추진한 상향식 공천에 대해선 "실제 상향식 공천을 해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옛 비박계(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중진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ㆍ최고위원ㆍ3선 의원 연석회의는 홍준표 대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합류한 복당파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복당파인 김학용 의원은 “상향식 공천을 전략공천으로 되돌리는 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일표 의원도 “혁신안은 과거 지향이 아닌 미래 지향적이어야 하지 않느냐”며 “우리가 지나치게 우경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당 밖에서 나온다”고 거들었다.

장제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 전략공천을 확대해 또 누구의 계파를 만들고 줄을 세우는 구태정치로 회귀하려는 것인가”라며 “공천만큼은 어떤 권력자도 장난칠 수 없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인 강석호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 때문에 우리가 졌냐, 아니면 친박 마케팅해서 졌냐, 아니면 일부 정치세력의 보복공천 때문에 졌느냐”며 “공천만은 어느 권력자도 장난칠 수 없도록 우리 당원과 국민만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일단 유보적인 태도다.

홍 대표는 “일단은 혁신위 활동을 지켜보려 한다”며 “단 혁신안은 최고위 의결을 통해 한 번 거를 기회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절차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상향식 공천 배제는 바른정당과의 보수대통합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의 양대 주주인 김무성 고문과 유승민 의원은 각각 상향식 공천 주창자와 공천 학살 피해자다. 당 지도부의 입김이 최소화하는 상향식 공천제 없이는 이들이 당 통합에 선뜻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김 고문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는 특정 권력자와 그 추종세력들이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훼손하고 당원과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도 보수통합에 부정적이다. 이혜훈 대표는 문재인 정부 100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낡은 보수가 중심돼 다시 뭉치면 그 보수는 신뢰 잃을 수밖에 없다”며 “바른정당의 날개 아래, 바른정당의 기치 아래 보수가 다시 모이는 것 말고는 다른 왕도는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같은 보수라고하기에 지금 간극이 너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1차 청산 대상은 결국 여전히 자유한국당”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응을 감안,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상향식 공천 배제를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통합론’ 재점화

일각에서는 보수진영이 결국 통합없이 지방선거를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난 16일 한국당에서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론'이 재점화돼 눈길을 끌었다.

지방선거 전 보수진영이 통합을 이뤄야 선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안팎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위적으로라도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한국당 내부에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이에 향후 통합 논의 진전 여부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론은 이날 오전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 '3선 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제기됐다.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대선 직전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을 비롯해 과거 계파 성향과 관계없이 중진 의원들의 입에서 보수통합론이 쏟아졌다.

강석호 의원은 “지역을 다녀보면 ‘보수가 갈라져 있는데 정부 탓만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성동 의원은 “우리는 큰집이다. 작은집(바른정당)을 향해서 그러한 명분을 갖고 움직일 때 당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며 당내 설문조사라도 실시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통합 필요성을 내놓으면서 지방선거 전 보수통합론이 가시화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홍 대표는 인위적 통합에 다소 부정적인 모습이지만 수세에 몰린 보수진영이 분열된 상태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참패뿐이라는 위기론이 급속도로 제기되면서 인위적인 통합이라도 해야 한다는 반론이 일고 있다.

한편 한국당 혁신위는 이념과 정책적 통일성을 갖추고 당내 인사들의 역량을 끌어올려 정예인사를 배출하기 위해 정치학교도 설립하기로 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공천이 확정된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는 3박 4일, 비례를 포함한 광역·기초의회 의원 후보는 5박 6일의 입소 교육과정을 받게할 계획이다.

바른정당은 당내 현역 지방광역단체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재선에 당의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남 지사와 원 지사 모두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만큼 정치적 거물로 성장했다는 판단에 당에서는 이들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한 경기도와 제주도 광역단체장을 유지하면서 전국정당으로서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신생정당으로서 한국당과 '보수적통' 경쟁을 이어가는 있는 바른정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외연 확대로 당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보수색이 짙은 영남 지역에서 광역단체장 2명 이상을 추가로 배출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바른정당은 두명의 기존 단체장에 두명 이상의 영남권 단체장을 당선시키고, 그 외 추가 당선을 노린다는 ‘2+2+알파(α)’ 전략을 기획 중이다.

당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를 지낸 유승민 의원의 서울시장 등판론을 제기하면서 수도권 외연 확장 전략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밖에 바른정당 내에서 신(新)보수의 비전을 정립하고 있는 ‘바른비전위원회’는 최근 '청년, 미래, 소통'을 내년 지방선거 콘셉트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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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