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8·27 전대 화제의 중심으로…서울시장 출마설 확산

“결선투표·호남당원多 등 불리한 여건이지만 당 대표는 안철수 유력”

安 “서울시장? 모든 가능성 열어 놓아”…출마설 불 지펴

“安 서울시장 출마·당선 가능성 낮아”…당선 시 문재인 정부 부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5~6%대로 답보상태다. 하지만 8·27 전당대회에 대한 화제성은 확실히 끌어 모으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국민의당 당 대표 선거는 ‘천정배·정동영’ 대 ‘안철수·이언주’의 2대2 구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안철수와 나머지 세 후보의 1대 3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천정배·정동영·이언주 의원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로부터 질문 받는다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경쟁후보들은 “당 대표 후보직 사퇴하고 서울시장 준비에 전념하라. 적극 지원하겠다”며 서울시장 차출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를 대적할 만한 중량감있는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무난히 당 대표에 당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혁신과 비전이 아닌 안 전 대표 서울시장 출마설에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전당대회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安 불리요소 ‘결선투표·이언주·호남당원’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나온 안 전 대표는 ‘결선투표’와 ‘이언주’라는 악재가 있다. 전대 일정 확정 직전 도입된 결선투표로 인해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달성이 힘들어지면 안 전 대표로서는 ‘천정배·정동영 단일화’라는 상황에 직면할 상황이었다. 여기에 변수가 추가됐다. 지지층이 겹치는 이언주 의원의 출마였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에서 과반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의원이 안 전 대표 과반을 결정할 수 있는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원 분포도 역시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8·27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당원은 총 24만 1287명으로 이 가운데 전남이 5만456명(20.91%)으로 가장 많이 몰려있다. 뒤이어 전북이 4만3114명(17.87%)이다. 광주 지역 당원 3만 177명(12.51%)을 합할 경우 12만 3747명으로 전체 당원의 51.29%다. 표면상 호남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한 수도권 당원은 서울 3만3482명(13.88%), 경기는 3만236명(12.53%), 인천은 6332명(2.62%)으로 30%를 채 넘지 못한다. 더구나 이번 전대에는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은 반영되지 않았다. 오로지 당원의 선택으로 당 대표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安 당선 유력”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도 결국은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국민의당 당원에게 안철수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며 “미우나 고우나 당원들은 안 전 대표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배 본부장은 “대선 패배 책임이 가장 큰 안 전 대표의 출마를 곱게 보지 않는 당원들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탈락할 경우 국민의당은 당 유일의 전국적 인지도를 보유한 유력 대권주자를 버리게 되는 꼴이다. 심리적 부담 속에서 당원들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겠나”라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은 이어 “안 전 대표는 당원이 나를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전 대표 출마는 국민의당으로 화제성을 끌어왔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성공적이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인한 후폭풍을 차단했다는 점도 성과다. 소폭이나마 지지율 상승이 이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최하위를 벗어난 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호남에서 지난 조사 대비 6.5%p 오른 18.4%로 10%대 중후반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위상이 많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당선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결선투표로 갈 가능성은 높다”고 예상했다. 홍 소장은 이어 “썩어도 준치라고 대선에서 20%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인물이다. 천정배·정동영·이언주 의원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당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당원들의 불안감을 잘 파고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정치 비전을 구상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전당대회 출마로 인해 제보조작 사건이 덮어졌다.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안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천정배, 정동영 후보는 전대 내내 제보조작 사건을 안 전 대표와 연계시켜 공격 소재로 삼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安 “서울시장? 모든 가능성 열어 놓아”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터져 나온 것이 서울시장 출마설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궁금증은 커졌다.

그러다 지난 14일 TV토론회에서 천정배 의원이 “제가 대표가 되면 지방선거에서 안 후보가 전략적 승부처에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하자 안 전 대표는 “진용이 갖춰진 다음 지방선거에 돌입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일은 뭐든 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16일에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어떤 역할이 당에 가장 큰 도움이 될지 그것만 관심 있다”며 “모든 가능성 다 열어놓겠다”고 발언하면서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열어놓자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쟁은 총칼로 하는 것이고 정치는 명분으로 하는 것”이라며 “안철수의 당 대표 출마와 서울시장 출마론은 명분이 아니라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당 대표는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만약에 사퇴하고 시장 출마하면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사퇴하지 않고 선거에 나가면 혼자 다해 먹겠다는 욕심으로 비친다”고 비판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도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과연 서울시장에 출마를 할 수 있을지, 한다고 당선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지난번에 안 후보는 자기 지역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한테 반 토막으로 지지 않았느냐”면서 “대통령 후보가 자기 지역구에서 참패한 경우도 드문 일이다. 그런 것이 상당히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지난 5·9대선에서 자신의 지역구가 속한 노원구에서 25.8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당시 문재인 후보는 42.21%로 안 전 대표를 압도했다.

“출마, 당선 가능성 낮고 명분도 없어”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행정대학원장은 연합뉴스TV에서 “내년까지 정치적 변수가 많다”면서 “안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과정에서도 당내에서 여러 갈등이 잠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얘기를 할 게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당 대표 선거에 나왔기 때문에 선거부터 이겨야 한다. 또한 제보조작 사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문제부터 불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출마설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덕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같은 자리에서 “안 전 대표로서는 서울시장 출마설을 거론해준 천정배 전 대표가 고마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대선 참패와 제보조작 사건을 거치면서 효용가치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선거에 실제 나올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 인해서 당과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 전 대표로서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홍 소장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굳이 지금 얘기해서 논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지만 부인할 필요도 없다. 본인의 몸값과 당의 기대치를 낮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드벌룬을 최대한 띄우겠지만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설은 애드벌룬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라고 봤다.

홍 소장은 이어 “내년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가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서울시장 출마는 너무 조급한 행동이고 대중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극약처방으로 쓸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출마와 당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배 본부장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민주당 내 잠재후보군의 면면이 막강하다. 또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양보했던 박 시장의 모습은 그때와 다르다. 안 전 대표가 출마하더라도 명분도 약하고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된다면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될 듯

출마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미 당내 다수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 대표에 출마했다.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당 대표 당선 이후 이런 행보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악재를 극복하고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여의도 정가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야당, 특히 안 전 대표에게 뺏길 경우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을 수성하지 못할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안 전 대표가 현안마다 날을 세울 가능성도 크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앙정부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청와대와 민주당으로서는 본격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집권 2년차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박영선·우상호·이인영 등 중진급 출마 후보군을 바탕으로 본선 경쟁력이 야당보다 충분히 앞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 16일 YT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발표한 내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지지 후보 서울 지역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42.9%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후보는 6.5%, 국민의당 후보 2.5%, 바른정당 후보 5.3%, 정의당 후보 1.8%로 현재 서울시민은 민주당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없음’과 ‘모름/무응답’ 응답층이 각각 24.2%, 11.9%로 합계 36.1%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권연대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 후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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