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위기’, 정계개편 통한 생존 모색…각 당 이해 달라 ‘산 넘어 산’

한국당ㆍ바른정당 당대 당 통합, 국민의당ㆍ바른정당 통합 또는 선거연대 큰 줄기

한국당이 바른정당 일부 흡수, 또는 바른정당이 한국당 일부 흡수하는 경우

야3당 선거연대 가능성, 민주당이 국민의당 일부 흡수하는 상황 전개될 수도

최근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권에서 통합과 연대에 대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의 보수 통합 논의다. 물론 이런 통합의 대전제는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계 청산이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예상을 깨고 ‘박근혜 출당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홍 대표는 “당이 이렇게 궤멸하고 한국의 보수 진영 전체가 국민에게 신뢰를 상실하게 된 계기를 만든 데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논의 시기에 대해 “3심 판결 확정까지 기다리자는 건 다 같이 망하자는 말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다려주는 게 좋지만,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박 전 대통령이) 무죄를 받을 순 있으나 정치적 책임은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하튼 홍 대표의 이런 주장은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의 본격적인 통합 논의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1심 선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친박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보수계 원로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런 논란에 가세했다. 그는 조만간 발간될 자신의 회고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관련, “이번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야당이나 일부 시민세력이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바로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 놓고도 친박ㆍ비박으로 갈려 싸우면서 탄핵에 찬성한 비박들에게 탈당하라고 강박하다가 비박계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보수는 큰 선거하면 통합한다. 선거전에 합쳐져야 한다”며 “양당이 합쳐야 하며, 부정적인 측면, 신뢰 잃은 부문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야 3당 살아남기 고육책…현실화까지 ‘산 넘어 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진보는 참패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26.1%)는 보수의 이명박 후보(48.7%)에게 531만표 차이로 완패했다. 당시 모든 언론들은 진보의 몰락을 예견했다. 하지만 대선 3년 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5곳에서만 승리했다. 친노의 핵심 인사인 안희정(충남), 이광재(강원), 김두관(경남) 모두 도지사로 당선됐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 25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21곳을 석권했다.

이렇게 친노 세력이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친노는 스스로 폐족 선언을 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다. 결국 대선 패배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진정성이 지방선거 승리의 마중물이 됐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를 살리기 위한 살신성인의 희생정신도 큰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 10개월 전에 열린 우리당을 탈당했다. 탈당 이유는 자신이 제안한 ‘원 포인트 개헌’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고, 대선에서 우리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당시 노 전대통령은 탈당에 대해 일관되게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비해 탄핵 사태 주된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의 행동은 크게 비교된다. 궤멸하고 있는 보수를 살리려면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당적을 정리했어야 했다. 그것이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어 보수를 살리는 길인데 이를 거부했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단언컨대, 박근혜 출당을 조속히 매듭짓지 않으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보수 가치는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고, 보수의 통합도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바른정당 창당의 주역인 김무성 고문은 정진석 전 한국당 원내대표와 함께 초당적 토론모임을 발족하는 등 보수야권 통합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견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바른정당 원내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연대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한때 ‘식구’였던 한국당이 이념적, 지역적 성향이 다른 국민의당보다는 쉽게 접근 할 수 있어 현실적 카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과 바른정당 지도부의 의중이 보수 정당 통합의 최대 변수다. 유 의원은 대선 패배 직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강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한국당 지지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다. 김무성 대표와 함께하는 것으로 홍 대표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연대론에 선을 그었다.

한편, 국민의당 새 대표 선출을 위한 8ㆍ27 전당대회는 야권발 정계개편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론’과 ‘시기상조론’ 등 당 안팎의 상당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보 조작’ 사건의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며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예전 같으면 대선에서 패한 후보들은 ‘정계 은퇴’ 선언 또는 일정 기간 동안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며 재기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홍준표, 안철수 두 대선 패장은 자칫 당내 기반 약화와 정치력 상실 등을 우려해 조기 정치 복귀를 선택했다. 정치 일선에서 너무 오랜 기간 물러나 있을 경우 홍 대표는 ‘친박계’에게, 안 전 대표는 호남 중진세력에게 당내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안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인 ‘극중주의(極中主義)’를 내세우며 중도 통합을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극중주의란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중도로 행동하는 것”이며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들에 치열하게 매진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극중주의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대에 출마한 정동영 의원은 “동도 아니고, 서도 아니고, 남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은 기회주의적”이라며 비판했다. 천정배 의원 역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도전략으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하는 ‘극중’은 정체성과 가치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극중주의는 결국 바른정당과의 철학적 접점을 찾아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합리적 보수를 이야기하면서 중도 노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의당 40석과 바른정당 20석을 합쳐 60석 정도를 유지하면서 확실한 제3세력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중을 보여준 것이다.

여하튼 극중주의 논란 속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연대 가능성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당 대표 전당대회에 출마한 4명의 후보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ㆍ공조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안철수 전 대표와 이언주 의원, 정동영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반면, 천정배 의원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전당대회 이후 호남발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박지원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대표 출마를 선언한지 5일이 지난 시점(8월 8일)에 느닷없이 지난 대선 때 ‘안철수-유승민’ 단일화 논의가 있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안철수-유승민 후보 단일화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유 후보가 햇볕정책ㆍ대북정책을 버리고 사과하는 걸 요구해 단일화가 이뤼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당 안팎에선 ‘정치 9단’ 박 전 대표가 이런 단일화 논의 배경을 밝힌 이유로 대표 경선에 나온 안 전 대표가 구상 중인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시나리오를 제어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차기 전남지사 후보 하마평에 오른 박 전 대표가 바른정당보다는 더불어민주당과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대 이후 국민의당 새 지도부와 바른정당 간에 중도 통합 논의가 불거지면 당은 분열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상당수 호남 출신 반안철수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가시화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해 전대에 출마했던 이언주 의원은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를 하지 않고서는 국민의당은 살아남지 못한다. 다만, 서로 정책의 존중과 이해 조율, 시도당의 자율성이라는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 통합 대신 선거 연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를 단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는 것을 포함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일종의 ‘선거 연대’를 하자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도 바른 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이나 선거를 위한 연대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정책 연대’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국민의당 김동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두 정당간 에 ‘정책 연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정책연대는 선거연대로 이어지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은 국민의당이, 영남권은 바른정당이 주도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홍준표와 안철수, 유승민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 정치적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지방선거이전에 야권발 정계개편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기술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정계개편이 몰고 올 이해득실 때문에 실현은 ‘산넘어 산’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계개편을 주도할 것인가이다. 자강론의 환상에 빠진 유력 정치인의 존재도 장애 요인이다.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

여하튼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가령,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의 당대당 통합이다(시나리오 1).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 유승민 3자 간 담판이 핵심이다.

한국당이 바른정당의 일부를 흡수하는 것이다(시나리오 2). 한국당이 박근혜ㆍ친박청산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바른정당 비주류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옮기는 경우이다. 무엇보다 홍준표 대표가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거꾸로 바른정당이 한국당의 일부를 흡수하는 것이다(시나리오 3). 바른정당 지도부는 한국당을 제치면서 연말까지 당 지지율이 20%대에 올라서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흔들릴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갤럽의 8월 셋째 주(16~17일)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47%, 자유한국당 11%, 바른정당 7%, 정의당 5%, 국민의당 4%, 없음/의견유보 24%였다. 서울지역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율은 9%로 동일했다. 20대에서는 바른정당(10%)이 한국당(6%)보다 높았지만 50대 이상 고연층에서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한국당의 지지가 높았다. 보수층에서는 한국당(28%)이 바른정당(14%)에 두배 앞섰다. 시나리오3보다는 시나리오2가 더 유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권발 정계개편의 빅 카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통합 또는 선거연대이다(시나리오 4). 민주당과 한국당이란 거대 정당 사이에서 군소 정당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야3당 선거연대도 가능하다(시나 리오 5).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운영 지지도가 지방선거전까지 유지되면 야권은 살기 위해서라도 연대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민주당이 국민의당 일부 흡수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시나리오 6). 단언컨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지지율이 향후 정계개편의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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