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넘긴 자료 폭탄문건 다수… MBㆍ朴정부 비리 관련자ㆍ기업 타깃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협력 기업 집중조사 대상 소문

사자방 전면 재수사 외 기업 검은 커넥션 수사 본격화

조윤선 재수사 전망도…우병우 다른 혐의 수사 가능성

검찰이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제2부속실 문건을 조만간 제출받아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캐비닛 문건’ 파장의 후폭풍이 거셀 조짐이다.

당시 제2부속실장은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홍보비서관이다. 제2부속실은 안 전 비서관이 책임자였던 만큼 안 전 비서관 수사와 더불어 수사가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2부속실 문건 제출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지난달 31일 전해졌다.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제2부속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 공유 폴더에서 9300여 건의 문건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10일 제2부속실에서 사용하던 공유 폴더에서 지난 정부 문서 파일이 발견됐다”며 “일부 문서 파일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국정 농단 관련 파일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문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2015년 1월까지 생산된 국무회의 자료 292건,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21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2건 등 모두 9308건이다.

문서 발견 장소인 제2부속실은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되자 2015년 1월 제1부속실에 흡수되면서 폐지됐다.

시한폭탄된 캐비닛 문건

앞서 청와대는 최근 발견한 과거 정부 문건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모두 이관 완료했다고 같은달 28일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국정기록비서관실은 지난 8월 17일~18일 대통령 비서실 내 안보실 등에서 발견된 전임 정부 미이관 대통령 기록물을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관을 마친 기록물은 전체 17박스 분량이며 약 260개 철에 해당한다. 민정수석비서관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등에서 발견된 문건이 모두 포함됐다. 기록물 가운데는 DVD, CD, 인화사진, 근거리통신용 무선전화기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민정수석실 발견 문건 5상자를 기록관으로 이관했었다. 국정상황실 문건 5상자는 21일 이관을 완료했다. 이날 발표된 문건은 이미 이관을 마친 문건을 제외한 분량이다.

이때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문건은 300여종이라며 구체적인 건수는 밝히지 않았다. 국정상황실 발견 문건은 504건이었고, 정책조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은 1361건에 달했다.

이들 문건의 수를 전부 합치면 총 3155건 이상이 된다. 민정수석실 문건 300종을 제외한 수량이다. 청와대는 지난 3일 민정수석실 문건을 최초 발견한 뒤 약 25일 동안 다른 문건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문건 분류 작업을 병행해 왔다.

이 때문에 발견된 문건 상당수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배경과 정윤회 문건 사건 관련 내용, 세월호 사건 대응과 관련된 문건 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비서관은 지난해 최순실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7월 기소돼 다음 달 1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더욱이 문서 파일이 생산된 기간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하던 기간(2013년부터 2015년 1월까지)과 상당 부분 겹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여권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검찰에 넘긴 문건에 대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될 경우 기업과 관가에 대한 대규모 사정작업이 정ㆍ관ㆍ재계를 휩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칼날 어디까지

이날 이관을 완료한 기록물의 수는 총 1290건이라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세부적사항을 살펴보면 ▦안보실(873건) ▦통상비서관실(297건) ▦여민2관 회의실(38건) ▦총무(재정) 비서관실(12건) ▦해외언론비서관실(11건) ▦사회혁신수석실(7건) ▦의전비서관실(7건) ▦사회정책비서관실(6건) ▦사회수석실(5건) ▦인사비서관실(5건) ▦총무(행정) 비서관실(4건) ▦통일정책비서관실(4건) ▦일자리기획비서관실(3건) ▦정무비서관실(3건) ▦교육문화비서관실(2건) ▦법무비서관실(2건) ▦여성가족비서관실(2건) ▦총무(인사)비서관실(2건) ▦고용노동비서관실(1건) ▦농어업비서관실(1건) ▦중소기업비서관실(1건) ▦기후환경비서관실(1건) ▦홍보기획비서관실(1건) 등이다.

박 대변인은 “위 수치는 각 실에서 국정기록비서관실로 제출한 기록물 목록과 수량에 따른 것”이라며 “대통령 기록관 확인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안보실 문건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곧바로 이관한 배경에 대해 “안보실 문건의 경우 (내부적으로) 외교ㆍ안보상 중요하고 민감한 내용이라 이전에 발견한 민정수석실·정무수석실 문건과 달리 위법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박 대변인은 “내용을 발표할지는 (신중히)따져봐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됐고, 중간에 언론에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논란이 있어 기록관으로 직접 이관해 분류하는 것이 보안과 관리에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안보실 문건은 검찰 등을 포함해 다른 기관에 제출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원본을 이관한 뒤 유실되거나 (추후)오해의 소지가 생겼을 때 정확하게 대조하기 위해 사본은 국정기록관실 서고에 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검찰이 추가 수사나 공소유지를 위해 문건을 요구하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문건을 확보하면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에 배당해 검토한 뒤 필요하면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재수사의 첫 번째 타깃으로 제2부속실장을 지낸 안 전 비서관이 거론된다.

그는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음에도 지난해 국회 청문회 불출석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돼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제2부속실 문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가 경찰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그는 사법처리 될 수도 있다.

또 지난달 1심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혐의를 보강할 새로운 물증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2부속실 문건 9308건의 생산 시기는 2013년부터 2015년 1월까지로 조 전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한 기간과 상당 부분 기간 겹친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기존에 신청한 증인 95명을 무더기로 철회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 측이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어 신속한 심리 진행과 선고를 이끌어 내려는 취지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6개월)은 오는 10월 중순 끝나는데 검찰은 그 전에 반드시 1심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인을 철회하는 대신 검찰은 이들이 다른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한 진술조서를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명박ㆍ박근혜 동시 사정권

청와대가 경내 캐비닛 등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들을 잇따라 발견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MB)ㆍ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들도 발견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경내에서 10여년 전 문건들도 발견됐는데 이명박 정부 때 것도 있고 참여정부 때 것도 있어 분류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문건들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에서 잇따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건들을 발견하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는 노무현ㆍ이명박 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와대는 지난달 14일 정무수석실에서 발견한 박근혜 정부 당시 문건들에서 지난해 4ㆍ13총선 당시 보수단체들을 선거에 동원하려 한 정황이 보이는 문서들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문화계 블랙리스트, 한일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문제 등에 관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보수단체 선거동원’ 지시가 추가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정권의 핵심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발견된 문건 중 삼성 승계관련 문건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ㆍ사법연수원 19기)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청와대가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된 문건 300여종을 분석하고 이중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문건 16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이날 특검이 제출한 16건의 문건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작성ㆍ출력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관련 문건과 담당 행정관이 진술해 검사가 작성한 진술서 사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이 증거로 캐비닛문건을 제출한 만큼 향후 수사자료로 캐비닛문건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검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들이 삼성 경영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관련 자료들은 그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들이다.

문건에 대한 수사를 맡은 검찰은 당시 메모 작성에 관여했던 행정관 등을 상대로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청와대에 파견됐던 간부 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에 따르면 이 문건들은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작성됐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민정비서관으로, 2015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14일 최초로 밝힌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방안을 검토한 자필 메모였다.

이 자필 메모에는 Δ삼성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Δ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Δ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Δ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Δ금산분리 원칙규제 완화 지원 등이 적혀 있다.

이는 우 전 수석이 직접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챙겼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 정황이 드러날 경우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 중 삼성 경영권 관련 자료들이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난데 이어 함께 발견된 다른 문건들도 우 전 수석의 지시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체부 공무원 간부 검토에 대한 내용처럼 국정농단 사건과 밀접한 문건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민정수석의 재소환에 대해 “작성자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현재로서 부른다, 부르지 않는다 단정하기 어렵고, 작성 과정 등을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재조사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에 이 문건들의 작성 지시자가 우 전 수석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등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본격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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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