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그룹, 동부대우 인수 유력 후보…인수하면 종합가전회사로 부상

국내외 가전 그룹 인수에 큰 관심…동부대우 노조 “건전한 인수자면 누구든 환영”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동부대우전자의 예비입찰이 다음 달 초에 시작된다. 전자업계 인사들은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여럿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업계 인사들이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나설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곳은 대유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SM그룹 등이다. 멕시코 가전업체 마베와 중국 하이얼도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중 특히 가능성이 높다고 전자업계 인사들이 이야기하는 업체는 대유그룹이다. 대유그룹은 가전업체인 대유위니아를 갖고 있어서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면 대유위니아를 종합가전회사로 부상시킬 수 있다. 대유위니아도 종합가전사가 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프라이빗에쿼티(PE), 유진자산운용, SBI인베스트먼트 등 동부대우전자 지분 매각을 진행중인 FI(재무적 투자자)와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이달 초에 예비입찰을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초부터 투자안내서(IM)를 보내기 시작한 동부대우전자 FI측은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을 접촉하고 있다.

2013년 동부그룹이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했을 때 제시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FI들이 움직였다. 동부그룹은 대우일렉트로닉스(동부대우전자의 전신)인수 시 FI들의 지원을 받았다.

동부그룹 오너와 계열사들이 동부대우전자 지분 51%(약 1400억 원)를 갖고 FI들이 남은 49%(약 1350억 원)를 갖기로 했다. 다만 2019년까지 동부대우전자 기업공개(IPO)를 하고 순자산가치 1800억 원을 유지하는 것 등의 조항을 넣었다.

만약 이것의 이행이 안 되면 FI는 동부그룹 보유 지분까지 제3자 매각할 수 있는 동반 매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동부그룹과 계약했다.

이렇게 계약이 됐지만 동부그룹이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한 이후로 실적이 계속 부진했다. 동부대우전자 순이익은 2014년 60억원 적자, 2015년 239억원 적자, 2016년 228억원 적자였다.

지난해 적자가 난 이유는 이자비용과 매출채권처분손실 증가 때문이다. 매출채권으로는 외상 매출금, 받을 어음, 미수금 등이 있다. 이 어음들을 은행에서 할인 받고 처분하면 손해를 본다.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어음을 할인하면 차액이 생기는데 이렇게 차액이 생긴 부분을 매출채권 처분손실이라고 부른다.

적자 누적으로 순자산가치도 1800억 원 이하로 하락했다. 여기에다 동부그룹의 투자 유치 시한 5월 말도 지나가면서 FI들이 지난 달 초에 경영권 매각에 착수했다.

대유그룹이 동부대우 인수하면

전자업계에서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했을 때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회사로 지목하는 곳이 대유그룹이다. 대유그룹은 가전업체인 대유위니아를 갖고 있다.

대유위니아의 특징은 매출에서 김치냉장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대유위니아 매출에서 김치냉장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전체 매출의 80.2%였고 2016년에는 72.1%였다.

대유위니아가 에어컨, 전기밥솥,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대유그룹이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해 대유위니아와 합병하면 동부대우전자가 본래 갖고 있던 국내외 유통망을 가질 수 있고, 더 많은 생산능력을 가질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40여 개국에 생산법인 6개, 30여개의 판매법인 및 지사를 갖고 있다.

또 대유위니아 본사와 공장이 광주광역시에 있으며 동부대우전자 공장도 광주광역시에 있다.

다만 대유그룹 관계자는 동부대우전자 인수 문제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도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대유그룹이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대유그룹의 대표적 회사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대유에이텍이다. 2004년 대유에이텍의 매출은 100억 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5746억원이다.

노조 “무조건 매각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동부대우전자 노조와 동부대우전자서비스 노조는 매각을 반대하고는 있지만 건전한 인수자라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김광섭 동부대우전자 노조위원장은 “무조건 매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광주공장을 이전하지 않고 최하 15년 정도는 생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들어오는 인수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동부대우전자 노조와 동부대우전자서비스 노조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안정 보장없는 회사 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동부대우전자서비스 노조 제공)

<동부대우전자 어떤 회사인가>

동부그룹 대우전자 인수…경영난에 틈새시장 공략하면서 생존 노력 중

동부대우전자는 본래 1971년 내셔널의류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1974년에는 업종을 전자업으로 전환해 대우전자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했다.

1983년 3월에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했고 1993년 1월에는 배순훈 사장이 ‘탱크주의’ 선언을 내놓았다. 탱크주의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간단하면서도 고장이 안 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 해 3월에는 ‘대우 세계경영’ 슬로건이 나왔다. 이때부터 대우전자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대우전자는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우전자는 2006년 7월 10일 파산 선고를 받았지만 대우일렉트로닉스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여러 번 새 주인을 찾으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다가 2013년 동부그룹으로 인수됐다.

동부그룹으로 인수돼 동부대우전자가 됐지만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국내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 됐고 해외 시장에서는 가격이 싼 중국산 제품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다만 과거 대우전자 시대 이후로 이어져 온 해외 기반을 계속 갖고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또 일본 온라인 유통망을 공략하는 등 틈새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고 멕시코 등 신흥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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