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패싱’ 위기…핵ㆍ미사일 주체 되려면 ‘핵무장’ 전략 펴야

북한 절대 핵 포기 안해… ‘남북 영세중립국’북핵 문제 현실적 해결책

남북 정부 간 교류 어려워…민간 중심 ‘경제’ 매개로 남북 닫힌 문 열어야

5ㆍ24 조치 해제, 남북 민간 교류 통로 열어야…국제사회 제재 안받는‘물물교환’해법

북한을 대하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차가 확대되면서 한미동맹의 불협화음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에 미국이 불만을 나타내면서 대북 공조에 엇박자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마이 웨이(My Way)’식 행보를 하자 미국은 노골적으로 ‘문재인 패싱’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마저 비치고 있어 한반도에 분쟁의 먹구름이 어른거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과도하게 북한에 다가갈 경우 미국이 북한에 군사력을 행사하거나 도발을 유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반해 북한은 한미관계를 더욱 벌려놓고 있다. 미국과만 대화하려 하고 문재인 정부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이해 및 접근에 차이가 생기면서 한미 간 파열음이 커지고 한반도에 불안한 기운도 점증하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고, 미국과 충돌이 심화될 경우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관건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미국에 대처하는 해법을 갖고 있느냐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다룰 줄 모르고 미국과 전략적으로 상대하는데도 대체로 미흡하다고 평한다.

일부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과감하게 ‘핵무장 선언’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주체로 나서는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국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 카드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한반도 영세중립국’ 방안으로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그리고 영세중립국의 실행을 위해, 그리고 문 대통령이 전력하는 남북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남북교역을 막는 5ㆍ24 조치를 해제해 민간이 경제를 통해 교류부터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난마와 같이 얽힌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 대북 독자 행보에 뿔난 미국

지난 22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는 한반도 유사시 군사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미국 군 수뇌부 4인이 집결했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국장(공군 중장), 그리고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 연합사령관(육군 대장)이다. 이날 네 사람은 모두 군복 차림으로 별 숫자만 15개였다.

이들 미 ‘전쟁 지휘부’ 4인은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등과 함께 ‘사드’가 전개돼 있는 경북 성주로 이동했다.

이들의 등장과 행보는 이례적이고 상징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미군의 실전 지휘부인 현직 대장 3명과 중장 1명이 한 곳에 모인 것은 처음인데다 오산공군기지에서 공동회견을 한 것도 이례적이다.

종래에는 미 군수뇌 인사가 방한할 경우 예의상 대통령부터 방문해 독대했으나 이번엔 20일 국방부에서 열린 합참의장 이ㆍ취임식 행사에서 문 대통령과 인사를 했을 뿐이다.

한반도 사태에 직접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미 군수뇌부가 공식 장소가 아닌 오산공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나 국내 주요 인사와의 심도있는 대화 없이 일방적 행보를 한 것도 드문 일이다.

때문에 국제문제 전문가와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문재인 정부를 무시하는 ‘문재인 패싱’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북 행보를 미국이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문 대통령의 최근 대북 행보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특히 미국은 문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밝힌 “한국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는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는 한반도에서 남북 간, 북미 간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는 군사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것으로 한미전작권 환수보다 높은 수위의 발언이었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문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고,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행보에 의구심을 가졌다.

최근 전직 주한 미군 사령관들은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 소신과 상반된 주장을 펴 주목된다. 2008년 사령관이었던 버웰 벨은 “국제법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주둔하지 않는 군사자산으로 북한을 공격할 때 한국의 동의가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2013년 사령관을 역임한 제임스 서먼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 시 한국이 반격한 것처럼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미국은 영토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주한 미 특전사령부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은 “미국 헌법에 자국 방어망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 동맹의 승인을 받는 조항은 없다”고 했다.

전직 주한민군사령관들이 문재인 정부 입장과 전혀 반대되는 주장을 한 것은 미국의 대북조치나 한미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트럼프 정부의 속내와 맥락을 같이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 핵심정책 토의(업무보고) 인사말에서 “지금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이지만 통일부는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고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한다.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오는 것이므로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주기 바란다”며 남북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러시아 공군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Tu-95MS 편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것을 두고 의미심장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군 안팎에선 러시아 전략폭격기 편대의 KADIZ 진입이 한ㆍ미 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이달 31일까지 하는 데 대한 견제용이라거나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검토하는 데 대한 러시아의 대응작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행보를 경고하기 위해 미국 전투기가 북한 영공을 향해 비행하는 것을 러시아가 미리 알고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시말해 미국이 문재인 정부 모르게 독자적인 대북 군사행동에 나선 것으로 ‘코리아(문재인) 패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미국, 북한과 대화… ‘北 핵보유국 인정’ 신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각) 북한이 최근 긴장 조성 행동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적으로 유화적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그(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장)가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존중한다”며 “아마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무엇인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만장일치 채택 이후에 어떤 미사일 발사나 도발행동이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정권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자제의 수준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해 기쁘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던 신호의 출발점이어서 가까운 장래 언젠가 대화의 길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3일 방한한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들도 북핵ㆍ미사일 해법과 관련해 “외교적 조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정점으로 외교ㆍ국방 고위 관료들이 엇비슷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류가 확연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미국은 북한이 자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에 강경 대응을 하면서도 물밑에선 북한과 대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수차례 결렬됐다는 게 북한 전문가와 국제 정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과 대화의 전제로 비핵화 내지 핵동결을 제시한데 반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고 핵보유국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이 ‘대화’를 강조하고 이에 북한도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그들이 요구한 ‘핵보유국 인정’을 미국이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화에도 나가 않는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북미 대화가 시작될 무렵이면 ‘6자회담’ 얘기가 나올 것이다”며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전문가와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에 나서고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한국은 설 자리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야말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우리 정부의 발언권은 무기력하고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 대화도 한참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특단의 전략, 조치가 없는 한 한반도 문제에 당사자이면서도 ‘주체’로 나서기 어렵게 되는 상황이다.

‘핵무장 선언’ 승부수…5ㆍ24 조치 해제 필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화에서 ‘코리아 패싱’ 의 위기에 놓여있다. 직접 당사자인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의를 일체 외면하고 있고, 맹방이라는 미국은 문 대통령의 대북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겨 독자적으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문제에 이해가 깊은 주요 국가들도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면 특단의 전략, 조치가 요구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한국도 핵무장 선언이라는 승부수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북미 대화든, 6자회담에서든 북핵 문제에 북한이 종래 입장을 고수하면 한국도 핵을 보유하겠다는전략적 결단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실제 한국이 핵보유국이 되느냐는 차후 문제로 당장 6자회담 당사국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일본,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이 핵무장에 나서고 세계평화는 위협받게 되므로 이를 만류하며 한국의 진의를 주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그러할 때 북핵 문제를 풀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해법으로 남북이 ‘영세중립국’이 되야하는 필연성을 한국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강조했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도 국제적 골칫거리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이 영세중립국이 된다면 한반도 주변 4강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남북통일을 마뜩지않게 여겨 온 미국도 북한 수소탄과 장거리 미사일에 강한 위협을 갖게 된 만큼 영세중립국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남북영세중립국’ 방안과 관련해 남북의 주민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이들이 실질적인 힘, 결정권을 가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북이 대화는 커녕 철저하게 등 돌린 상황에서 이에 대한 돌파구는 ‘민간’ ‘경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남북 간 정치적 교류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는 만큼 남북 주민이 중심이 돼 ‘경제’를 중심으로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막고 있는 5ㆍ24 조치를 하루속히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북 민간 교류에 양국 법적 제재가 있는 관계로 해외동포가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교역에 화폐가 개입하면 유엔 제재를 받는만큼 ‘물물교환’ 형태의 교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남북 교류와 한반도 문제의 주체가 되기 위해 ‘핵무장 선언’ 같은 전략적 승부수를 꺼낼지, 5ㆍ24 조치 해제 같은 과감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