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비자금ㆍ朴 부당거래 의혹 처음부터 전면 재수사

국정원 국세청 등 기관 동원 권력형 비리 집중 수사

검찰, 국정원 개입 정황 구체적 포착 ‘화이트리스트 의혹’ 등 수사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 압박 보수단체 지원 행위 등 수사 방침

검찰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서 잠자고 있던 진실이 물 밖으로 실체를 드러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여권은 지난날의 적폐를 뿌리까지 캐내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여러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검찰이 전 정권의 여러 비리의혹 중 일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전면 재조사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 등 당시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이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재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화이트리스트 개입 의혹은 3차장 산하 특수3부가 맡고 있다.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인 공안2부와 공공형사수사부가 주축이 돼 수사 중이다.

화이트리스트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에 돈을 대도록 하고, 이들 단체가 친정부 시위를 벌이도록 조장했다는 의혹이다.

적폐청산 앞 위험한 운명

검찰이 지난 11일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향한 수사가 두 보수 정권을 모두 겨냥하게 됐다.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자택 등 여러 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보수단체와 기업을 상대로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등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를 해온 검찰이 국정원 관계자를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 지원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그동안 의혹 수준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에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포착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정치 공작’의 수단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8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수사했던 양 검사를 특수3부장에 보임해 화이트리스트 수사를 맡긴 점도 두 사안의 연결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행위와 관련해선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그 ‘윗선’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병기 전 원장 등 박근혜 정부 국정원 수뇌부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보수단체를 지원하며 정치 공작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정황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윗선’으로 언급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수뇌부들까지로 수사대상이 확대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또 검찰은 국정원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압박해 퇴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에 일감을 주게 하고, 이 대가로 경우회를 친정부 시위 등에 동원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추석 연휴 기간 김용환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피해 사실 및 지원 경위 등을 조사했다.

더불어 검찰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재직 중 이 같은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11일 이 전 실장 자택과 경우회 사무실 및 경우회 자회사 사무실,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2014~2016년간 경우회가 현대차로부터 받은 금액은 30억~4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3년 4월에 임명됐다.

이밖에도 검찰은 국정원과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던 이른바 ‘십알단’(십자군알바단)의 연관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을 포착, 십알단 활동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與 국감서 적폐에 당력 집중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지난 9년간의 보수정권 적폐를 도려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서 적발된 헌법질서 문란행위와 불법행위 등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 나기 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만장일치로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한다는 데 총의를 모으는 등 여권을 압박했다. 이에 여당은 전 정권의 국정농단 실태를 재조명해 당시 불거진 여러 의혹을 모두 들추겠다는 의지를 밝혀 여·야간 불꽃 튀는 공방전이 예상된다.

또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성 경기도 고양시장이 지난 12일 MB 정부 시절 ‘지자체장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동 대응을 다짐하는 등 검찰 수사에 힘을 보태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당에서는 당 차원의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응수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한 실정이다.

이에 힘을 받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의 논평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드러난 정치공작, 관제데모 지원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민간인 해커들을 동원해 ‘지하 해킹조직’을 만들고, 법원 등 공공기관 전산망을 들여다본 것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군사기밀을 유통에 사용하는 정보망을 민간인의 사이버 동향을 분석·보고에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법원 해킹에까지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드러난 ‘국방부의 법원 길들이기 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3권 분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민주당은 국감을 통해 국방부의 법원 해킹사태를 포함한 군 조직의 적폐를 철저히 규명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에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해킹팀을 만들어 법원 전산망까지 들여다보는 등 이명박 정부에 이어 정치공작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과거 이명박근혜정부의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정치사찰에 대해서 수사당국은 한 점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최초 상황보고 시간이 담긴 상황보고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과 국가위기관리 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13일 오후 대검찰청에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수사의뢰는 전국 최대 수사기관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가 거론되고 있지만 관련자 형사처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2일 “국가위기관리센터 캐비닛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자료와 국가안보실 공유폴더 전산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의 상황보고일지를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에 따르면 이번에 청와대에서 발견된 자료에는 세월호 사고 최초 보고 시간이 다른 두 개의 문서가 발견됐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직후 작성된 최초 문건에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사고 당일 오전 9시30분에 최초 보고했고 보고 및 전파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박흥렬 전 경호실장 등으로 돼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6개월 뒤인 2014년 10월23일 작성된 두번째 문건에는 사고 당시 청와대가 최초 상황 보고시점을 오전 10시로 수정돼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올해 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제출한 자료에도 세월호 관련 최초 보고 시점은 오전 10시로 적혀 있다. 이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점이 수정된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전 정권 핵심부 입 여나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최초 보고 시점 조작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함에 따라 김기춘 전 실장,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 조작 당시 박근혜 정부 수뇌부에 대한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구속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수사 선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조작 의혹을 발표하자 ‘정치공작·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현장 검증 및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등 강력히 비난하고 있어 검찰 수사 진행 방향에 따라 큰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검찰은 우선 세월호 사고 관련 최초 상황 보고서가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사후 수정된 경위(허위 공문서 작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에 따라 작성된 상황일지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됐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도 제출돼 허위 공문서 행사 및 모해위조증거 사용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당시 재난 등 국가위기상황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께 10시에 안보실에서 문서 보고를 올렸다”고 국회에서 발언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공문 결재ㆍ보고 라인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세월호 사고 최초 보고 시각 변경은 당일 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언제 받았는지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세월호 사고 후인 2014년 7월 말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지시로 재난 분야 국가위기상황 컨트롤 타워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안전행정부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이 변경된 것은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유력하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지침은 법제처장 심사 요청 및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변경할 수 있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아울러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미궁에 놓였던 세월호 사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세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하지 못한 청와대 부속실 일지와 관저일지 확보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당일 오전 10시쯤 관저에 서류를 올렸다고 증언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윤전추 전 행정관 등도 재조사가 불가피하다.

법조계에서는 상황보고 일지를 조작한 것은 허위공문서작성죄로, 이 일지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제출한 것은 허위공문서 행사죄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초 보고 시간 조작에 가담한 정황 없이 세월호 참사 발생시간을 청와대가 최초로 인지한 시간이 오전 9시30분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만으로는 형사처벌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해 헌재를 ‘기만’한 것과 관련해서도 형사처벌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이다.

대통령의 성실의무는 원칙적으로 사법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2004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조작된 증거를 제출했어도 헌재의 파면결정의 당위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한국당은 지난 13일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최초 보고 시점을 사후 조작했다는 청와대 발표와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세월호 관련 문건 발표 쇼는 정치공작적 행태로, 반드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정조사를 통해 청와대가 이번에 공개한 세월호 관련 문건은 물론,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건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른바 ‘캐비닛’의 실체를 조사·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이뤄진다면 (청와대) 현장 검증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확인·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생중계로 브리핑한 것은 청와대의 물타기 의도로, 국정감사를 방해하려는 정치공작적 행태”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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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