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연락관 A씨 수사 조짐… 禹의 국정원 개입 의혹 푸나

검찰,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구속 성공… 우병우 재수사 전개도 탄력

우병우, 추명호 전 국장 통해 ‘문체부 살생부’ 위한 세평 받았나

국정원 내부자 A씨, 추명호-우병우 비선보고 위한 다리 역할 가능성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구속에 성공한 검찰이 '국정원 내부자 잡기'를 통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원 비선보고 의혹을 풀어나갈 전망이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검찰이 우병우(50·불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원 첩보수집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관련 의혹의 실타래를 풀어줄 ‘국정원 내부자’에 대한 수사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추명호(54) 전 국가정보원 국장으로부터 공직자와 민간인을 사찰한 내용의 ‘비선보고’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일 늦은 시간 법원은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 신청 카드 역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검찰은 추 전 국장의 우 전 수석에 대한 ‘문체부 간부에 대한 세평’과 관련된 비선보고 부분에 집중하면서, 여기에 다리를 놨던 핵심인물인 국정원 내부자 A씨에 대한 수사 역시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후, 보강수사 끝에 혐의를 추가 적용해 지난 1일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이어 지난 3일 밤, 법원은 “범죄사실 소명되고 추가된 혐의를 고려하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추명호 전 국장은 재직 시절 민간인 및 공직자 사찰 그리고 이에 대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비선보고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추 전 국장에게 국정원법 상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우병우 사단’ 중 한 사람으로 불렸던 추 전 국장이 우병우 전 수석의 요구로, 이석수(54)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뒷조사를 한 뒤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 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추 전 국장에 대해 이명박 정권 당시부터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혐의에 주목했다.

이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비선보고 부분에 보다 초점을 맞추며,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했던 당시 추 전 국장에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우리은행장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대해 사찰해 보고했고,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여덟 명에 대한 부정적 세평을 정리해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은 구속기소된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 (사진=연합)
그런데 이 의혹들 중 검찰이 추 전 국장과 연계해 우병우 전 수석에게까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부분을 두고, ‘문체부 간부에 대한 세평 수집’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위 ‘문체부 살생부’로도 알려진 해당 의혹은 이미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우병우 전 수석의 재판에서 이뤄진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신문과 서증조사 등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에서 다뤄진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당시 문체부 간부에 대한 세평 내용들이 대부분 허위 또는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토대로 민정수석실이 무리한 인사조치를 한 것으로 밝혀지며, 이에 대한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이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검찰이 추 전 국장 그리고 관련자들에 대해 이 부분 의혹에 대한 보강조사를 펼칠 경우,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였다.

이에 검찰은 해당 의혹 부분에 대한 보강수사를 위해 지난달 30일 문체부 살생부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 전 차관은 문체부 재직 시절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가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의 설립 등기에 대해 비협조적이었고,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소극적인 인물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국정농단에 맞서 원칙을 지키며 공무원으로서 임무를 다하려 했던 박 전 차관이었지만, 그가 문체부 내 동향 및 동문 출신 인맥들만을 챙기는 등의 인사전횡을 저질렀다는 악의적 세평이 작성됐고 이것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까지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박민권 전 차관은 지난해 2월 26일 민정수석실로부터 아무런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사직 요구를 받았고, 같은 달 28일 26년만의 공직생활을 접어야 했다.

곧바로 박 전 차관을 대신해 정관주(53·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 문체부 1차관직에 올랐고, 그는 현재 블랙리스트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후에도 지난해 중순부터 민정수석실 주도로 박 전 차관과 연관된 문체부 간부들의 부정적 세평에 따라, 이들에 대해서도 좌천성 인사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주목해 볼 점은 과연 당시 이들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악의적인 세평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 민정수석실에게까지 전달됐냐는 부분이다.

'원칙대로' 그리고 '공무원답게' 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 공직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사진=연합)
검찰은 해당 의혹에 대해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 비선보고를 했다는 점을 매끄럽게 연결시켜야 하기 때문에, 세평 수집 과정에서 국정원이 어떤 관여를 했는지 입증할 필요성이 있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국정원 내부자’가 포함돼 있었다.

최순실에서 비롯돼, 우병우가 마무리 지은(?), 문체부 살생부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박민권 전 차관의 사직과 나머지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조치는 ‘최순실이 시작’ 그리고 ‘우병우의 실행’이라는 흐름으로 연결된다.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종(56·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은 특검 조사와 법정 증언을 통해, 미르재단 설립 시기부터 최씨가 박민권 전 차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지난해 1월말 경에는 자신에게 박 전 차관의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줄 것을 요구했었다고 폭로했다.

또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 역시 수사과정과 법정 증인신문 등에서 최씨의 지시로 김종 전 차관으로부터 지난해 2월 27일 문체부 1차관의 인사 그리고 박 전 차관과 관련된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악의적 세평이 담긴 서류를 넘겨받았고, 이를 당일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인 2월 28일 박민권 전 차관이 퇴임됐고, 29일 정관주 전 차관이 문체부 1차관으로 공식 임명됐다.

정리해보자면 민간인 최순실씨가 문체부 1차관의 문제점을 알아봐 달라며 문체부 2차관에게 요청했다. 이어 친절하게도 그 문체부 2차관은 동료 차관의 문제점과 그의 주변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부분까지 조사해, 관련 자료를 최씨 측에 넘겨줘 이것이 청와대로까지 흘러 들어갔다.

이후 실제로 최씨가 사실상 바라고 있던 대로 박민권 전 차관의 경질이 이뤄졌고, 그의 주변 문체부 간부들도 소속기관에 좌천성 전보조치를 당했다. 이들 간부들은 문체부 내에서 ‘비(非) 김종 라인’으로 분류된 인물들이었다.

문제는 박 전 차관과 나머지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인사조치 권한은 원칙적으로 문체부 장관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정수석실에서 문체부에 입김을 넣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도 특검조사와 법정증언에서 박 전 차관의 경질에 대해 민정수석실의 요구가 있었고, 갑작스러운 요구에 민정수석실 측을 설득하는 과정까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박민권 전 차관 후임으로 문체부 1차관에 오른 정관주 전 차관은 지난해 4월경, 윤 모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전화상으로 문체부 국과장 여섯 명에 대해 전보조치를 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왼쪽)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사진=연합)
이 여섯 명의 문체부 국과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 악의적 세평으로 인해 문체부 살생부에 오른 간부들이었다.

정 전 차관은 이를 김종덕 전 장관에 보고했고, 김 전 장관은 이번에는 직접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해 이들의 전보조치에 대한 사유에 대해 물어봤지만, 우 전 수석으로부터 “그냥 하라는 대로 하시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리해 보자면, ‘최순실→김종→장시호→윤전추→우병우’라는 큰 흐름을 통해 박민권 전 차관과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인사조치가 이뤄졌다.

檢, ‘추명호-우병우’ 사이 다리 놨던 ‘국정원 내부자 A씨’ 주목

현재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박민권 전 차관 등에 대한 악의적 세평 수집이 어느 단계에서 일어났고, 추명호 전 국장과 연결시켜 볼 수 있는 국정원 인물도 이에 가담했는지 여부였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이 흐름 안에는 국정원 내부자 A씨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박민권 전 차관과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세평은 주로 김종 전 차관에 의해 그 초안이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 전 차관은 자신의 문체부 내 측근이었던 윤 모 과장을 통해서 박민권 전 차관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접했고, 이를 정리해 최씨 측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으로 활동했던 김 모 팀장 역시 윤 모 과장 등 문체부 직원들을 통해 박민권 전 차관 그리고 향후 살생부에 올랐던 간부들의 세평을 정리해 민정수석실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관 김 팀장은 당시 청와대에 파견된 신분이었고 현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한 상태다.

물론 이 두 사람의 세평 수집 사실만으로는 ‘추명호→우병우’로 가는 비선보고 연결 흐름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같은 시기 이 세평 수집 과정에는 문체부를 출입하던 ‘국정원 연락관’ A씨도 연루돼 있었다. 공공기관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대로 각 부처에는 비밀리에 국정원 직원 또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인원들이 파견돼 감찰을 벌이거나, 부처 공직자들에 대한 세평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파악한 바로는 김종 전 차관이 윤 모 과장을 통해 박민권 전 차관 그리고 문체부 간부들의 세평을 수집할 당시, 국정원 연락관 A씨에게 세평 내용의 진위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당시 김 전 차관에게 박민권 전 차관에 대해 “대통령 관심사였던 프랑스 장식 미술전 무산에 대한 책임이 있고, 대통령이 학연지연을 싫어하지만 자기 인맥만 챙긴다는 소문이 있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김종 전 차관이 세평을 수집을 위해 움직이기 이전부터 A씨는 이미 박민권 전 차관과 문체부 간부들에 대한 악의적 세평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고, 당연히 이는 국정원 윗선으로까지 보고가 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김종 전 차관이 수집한 세평 그리고 특별감찰관 김 팀장의 세평은 ‘보충설명’에 불과했다. 이미 ‘A씨→추명호→우병우’를 통해 문체부 간부의 악의적 세평에 대한 비선보고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수석은 “추명호 국정원 국장과는 얼마나 자주 만났는가”라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올해(2016년) 초에 정도에 한 번 만났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재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연합)
앞서 언급한 대로 2016년 초는 최씨가 박민권 전 차관에 대한 문제점을 알아보는 데 한창인 시기였다. 특히 우 전 수석은 청문회에서 추명호 전 국장과 “가끔씩 전화통화를 한다”고 증언한 만큼 당시 관련 비선보고가 전화를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에 검찰은 국정원 내부자인 A씨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이며, 추명호 전 국장과 우병우 전 수석의 비선보고에 대한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국정원 첩보수집 지시·보고를 통한 직권남용’ 그리고 지난 4월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배제했던 혐의인 ‘세평 수집과 관련된 직권남용’ 부분을 보강해 이번에야말로 우 전 수석의 구속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국정농단 사태 및 국정원 적폐청산에 대한 해결을 원하는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국민들의 시선이 검찰에 향하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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