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당 대표 리더십 부재, 각 당 ‘내홍’…새 정치ㆍ개혁으로 새 진영 구축해야

국민의당ㆍ바른정당 연대ㆍ통합 논의 재점화… ‘넘어야 할 산’ 많아

유승민 대표 ‘보수 개혁ㆍ통합’ 현실화 어려워…소수 정당 한계도

안철수, 리더십 한계 드러내…당내 호남파와 대립, 분당 사태 날 수도

한국당 ‘적폐’ 참회하고, 민주당은 무리수 자제하고 협업 정치 펴야

야권발 정계개편이 또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 신임 대표로 선출 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ㆍ통합 논의가 다시 점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며 “안보와 경제는 강하게 만들고, 민생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 가겠다”고 했다. ‘위 워 솔저스’라는 베트남 전쟁 영화에서 전투 경험도 없는 어린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터로 출발하는 대대장은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간다. 여러분은 전우를 지켜주고, 그 전우는 여러분을 지킨다. 내가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거다.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명대사가 있다. 과연 유 대표가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지나 새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유승민의 바른정당 ‘죽음의 계곡’ 무사히 건널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자유한국당(116석)이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결렬하게 대립하면서 ‘보수 개혁’ 어젠다가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ㆍ여당의 적폐청산 ‘타깃’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MB는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지난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이러한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시기에 안보 외교 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서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MB는 재임 당시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정치공작 의혹을 받고 있다. MB의 발언은 한마디로 “보수여 집결하라”는 요구로 들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이제 많이 묵었으면(먹었으면) 그만 하는 게 맞다”며 “이제 망나니 칼춤을 멈추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의 이런 과격한 발언은 검찰의 칼끝이 MB를 향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전임 국정원장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 정부가 보수를 겨냥한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유 대표가 내세우는 ‘선혁신 후통합‘보다는 홍 대표가 주장하는 ‘선통합 후개혁’이 전통적인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당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 소수 정당인 바른정당(11석)이 한국당과 차별화하려는 복지 경제 정책은 현재 안보 위기 상황에서 주목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 여당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유 경제’라는 세 개의 축을 기반으로 ‘사람 중심 경제론’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따듯한 공동체를 만들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복지 노동 정책을 펼치겠다”는 유 대표의 선언은 여당과 대립하는 프레임을 만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수층으로부터는 집권당 정책의 짝퉁으로 인식되어 파괴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셋째, 중도보수 통합을 위한 유 대표의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유 대표는 “3당이 동시에 같은 자리에 모여 통합을 논의하는 데에 대해 양쪽 다 거부 반응이 있는 것 같다”며 “지방선거 준비, 우리 당의 대표 정책을 분명히 하는 것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해나가면서 각 당의 대화 창구를 만드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유 대표가 중도 보수 통합에 한국당을 끌어드렸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국민의당 뿐만아니라 한국당내 개혁세력까지 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대표는 통합과 관련 “12월 중순 쯤 성과가 나올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통합파 탈당으로 원내 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지면서 바른정당의 입지가 좁아진데다 연말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추가 탈당으로 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현재 유 대표가 처한 절박한 상황은 2016년 총선 직전 자신이 만든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의 안철수와 거의 비슷하다. 갓 창당한 국민의 당지지율이 곤두박질하며 거의 소멸 단계에 몰렸지만 안철수 상임 대표는 통합을 거부하고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결과는 예상을 깨고 국민의당이 호남 전역을 거의 석권하고, 정당 득표에서도 26.7%로 민주당(25.5%)보다 근소하게 앞서면서 제3정당(38석)으로 급부상했다.

유 대표는 최근 당 대표 취임 인사차 안철수 대표를 예방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반겼다.

유 대표는 “평소 안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들, 당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열기 위한 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공감을 했다.”고 화답했다. 더욱이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조건으로 “햇볕정책 포기”와 “호남 배제’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두 대표는 양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했던 ‘정책연대’와 양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국민통합포럼’을 기본 대화 창구로 삼아 통합 논의를 위한 접촉면을 넓혀가기로 했다.

그런데,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유 대표를 향해 “와이에스(YS)식 3당 통합 제의를 국민의당에 안 해주시길 바란다. 국민의당 정체성과 뜻을 같이한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국민의당 안에서 같이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이전에 말한 대로 통합이 아닌 ‘입당’을 권유한 셈이다. 안 대표에 대해서는 ‘저능아’라는 표현을 쓰며 바른 정당과 추진하려는 통합과 연대 움직임을 비판했다.

유ㆍ안 연대 파괴력 미미…야권발 정계개편 12월 판가름

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야권 연대나 통합의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 한국 정당들의 이합집산을 살펴보면 뚜렷한 패턴이 발견된다. 대선을 앞두고는 중대한(critical) 통합이나 연대가 빈번하게 이뤄지지만 지방선거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대선에서 가장 충격적인 정당 통합은 이념과 지역 기반이 전혀 다른 민정당(노태우 대통령), 김영상(YS 통민당), 김종필(JP 공화당)이 1990년 1월에 단행된 3당 합당이었다. 영남과 충청이 결합해서 호남(DJ 김대중)을 배제한 것이었다. 이런 3당 합당 덕분에 YS는 1992년 대선에서 DJ에게 큰 차이로 승리했다.

선거 연대로는 1997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한 DJ와 JP간의 연대였다. 하지만 1995년부터 시작된 6번의 지방선거 동안 선거 연대는 딱 한번 있었다. 1997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새정치국민회의(DJ)와 자민련(JP)이 1998년 6ㆍ4 지방선거에서 연대했다. 16개 시ㆍ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6곳(서울, 경기. 광주, 전북, 전남, 제주)와 자민련은 4곳(인천, 대전, 충북, 충남)에서 승리 했는데 연대를 통해 철저하게 지역주의에 따라 배분한 결과였다.

만약,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면서 탈당할 경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모두 지역 기반이 사라져 통합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의당에서는 내부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야권 공조 차원의 사안별 정책연대는 가능할 수 있어도 선거 연대나 통합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연대나 통합은 거대 정당들이 주도해야 시너지가 나는 법이다. 소수 정당들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세를 늘리기 위한 단순한 연대보다는 한국의 이념적 정치 지형을 바꾸려는 정치 실험은 한번 시도해 볼 만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적폐 청산을 빌미로 국민의당을 향해 “이제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며 러브 콜을 보낼 수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도 국민의당보다는 한국당과 함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류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바른정당에 남아있는 11명의 국회의원 중 한국당으로 갈 사람은 가고, 국민의당(40명) 의원들 중 민주당으로 갈 사람은 가면서 유승민과 안철수가 중도 통합 정당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큰 정치 실험이 될 수 있다. 교섭단체 구성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한국 정당 체제는 진보(민주당, 정의당), 중도(안철수․유승민), 보수(한국당)로 재편된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안정적인 국회 과반수 이상을 확보할 수 있고, 실질적인 보수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 유권자의 선택도 아주 편해질 수 있다. 이렇게 3당 체제로 재편한 다음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것이다.

유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유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정치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는 21.4%, 유승민은 6.8%를 득표했다.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ㅠ하면 30%에 육박한다. 이는 홍준표 후보(24%)의 득표를 넘어서는 것이다. 두 사람의 정치 여정이 확연히 다르더라도 각각 새 정치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새로운 진영을 구축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의외의 결과를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정치 실험 구상을 안․유 두 대표가 실현할 수 있는 리더십과 강단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다. 당내 반발 세력을 어떻게 포용하느냐도 관건이 될 수 있다. 정치판에서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은 존재한다.

그런데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보다는 그저 선거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안 대표가 지난 9일 “정체성을 지키며 외연 확장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고, 혼자서 하는 것이 함께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언컨대, 적당한 타협은 적당한 실패를 가져온다. 여하튼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주도하는 야권발 정계계편의 성공 여부는 12월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독주하는 민주당 참여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이런 정계개편의 흐름 속에 거대 정당들도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적폐 청산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아무리 방향이 좋더라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거칠고 투박하면 실패하기 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 열린 우리당은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원내 과반을 이룬 다음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유 한국당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은 이를 ‘4대 국론 분열법’ 으로 규정하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결과적으로 4대 개혁 입법은 여야 간에 적당히 타협되어 ‘누더기 법’ 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참여정부의 실패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국당도 적폐청산을 무조건 정치 보복으로 몰고 가면 민심을 잃을 수 있다. 문화일보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적폐청산’(34.2%), ‘일자리 창출’(32.5%) 순으로 조사됐다. 북핵 등 안보 현안 해결은 15.9%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는 민심은 적폐청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당은 보수대통합을 거론하기 전에 과거의 잘못에 대해 참회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보수 정권 시절에 자행된 각종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보수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 한다. 보수 몰락에 책임이 있는 친박은 폐족 선언을 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2월에 치러 질 한국당 원내 대표 경선에서는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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