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부터 일반 의원, 친이계까지 전방위 사정

최경환ㆍ원유철ㆍ이우현 소환 임박…다스 의혹 본격 수사

검찰 사정에 보수진영 “적폐세력 괘멸 아닌 보복정치”

한국당ㆍ바른정당 지방선거 앞두고 다음은 누구 ‘불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검찰의 박근혜ㆍ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리 수사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친박 핵심부까지 겨누자 정치권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국당 내 비박계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주류인 친박계와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비박계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6일에는 친박 인사인 최경환 의원과, 계파 추대로 원내대표 역할을 맡았던 원유철 의원 2명이 동시에 사정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동요가 커지고 있다.

최 의원은 국정원으로부터 억대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코앞에 두고 있으며, 원 의원은 지역 사업가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우현 의원도 한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의 대상이다. 그가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서 의원도 검찰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바른정당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그리고 자원외교와 관련된 기업의 정치비자금 조성에 이르기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검찰 수사, 정치권 겨냥 본격화

최 의원에 대한 수사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지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자백’으로 비롯된 것으로 여러 정황도 확보된 상황이어서 최 의원이 이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한국당 내부에서 “최 의원이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경우 다른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확실시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들의 수장 격인 김무성 의원도 검찰이 최근 수사에 착수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과 공개 의혹으로 불안한 느낌이 없지 않다. 2012년 12월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언급한 김 의원은 해당 의혹과 관련, 향후 검찰 수사가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에서는 “정치보복을 중단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은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를 꾸리는 등 맞대응 나서고 있지만 그 역할이나 영향은 미약하다.

검찰의 칼날이 보수진영을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홍준표 대표는 불편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지난 13일 “한국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하기 위해 (정부ㆍ여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당 정치보복대책특위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힘이 부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보수진영 안팎에서는 전병헌 수석이 물러나는 날에 맞춰서 최경환ㆍ원유철 의원에 대한 수사 소식이 터져 나온 것을 두고 “이를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공교롭다”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검찰이 청와대 정무수석을 끌어내린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정비리 척결에 대한 검찰의 의지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권 사정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향후 보수진영에 대한 수사고삐가 더 바싹 조여질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류여해 최고위원은 최근 “자고 일어나면 신문 보기가 요즘 너무 불안하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 동지가 한명씩 사라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며 “전병헌 전 수석 사의가 피비린내 나는 정치보복 신호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이 점점 노골화되고, 검찰발 사정 칼날이 무섭게 휘둘러지고 있다”며 “오직 전임·전전임 정권에 대해서만 표적수사를 진행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을 비롯해 여러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점점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수사대상에 오른 의원은 10여 명에 달한다.

국정원 특활비 1억 원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최 의원을 비롯해 불법정치자금과 금품수수혐의로 같은 당 원유철ㆍ이우현 의원 등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이르면 이번 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0월 국정원에서 특활비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내 최 의원의 의원실과 경북 경산시 지역구 사무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후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최경환 1억원’이라고 적시된 국정원 회계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돈이 국정원에서 예산 증액을 바라며 로비 차원에서 전달한 것으로, 대가성을 띤 ‘뇌물’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최 의원은 관련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국정원 돈 1억원을 받았다면 동대구역에서 할복 자살하겠다”며 강하게 부인해 눈길을 끌었다.

또 평택 5선 의원으로 ‘평택 터줏대감’인 원유철 의원은 평택지역 사업가들로부터 수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원 의원의 경기 평택시 지역구 사무실과 회계 담당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우현 의원도 유명 인테리어 업체 대표로부터 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칼날에 움츠린 야권

해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 의원이 측근에게 할복자살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한데 이어 원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5선 의원을 하는 동안 어떤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 의원 측은 “자녀 결혼자금 때문에 빌렸다가 곧바로 갚았다. 증빙 자료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당은 이들 외에도 수 명의 의원들이 검찰의 사정라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거나 재판 진행 중이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청탁 명단엔 권선동, 한선교, 김기선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7명이 올라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지난달 16일 국정감사에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해 한선교ㆍ권성동ㆍ염동열ㆍ김기선ㆍ김한표 한국당 의원이 청탁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황영철 의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춘천지검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를 하고 있다”며 “춘천지검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또 별도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수사 의지를 밝혔다.

친이계와 친박계에 수사가 집중되면서 보수진영 내부에서는 “이대로 갈 경우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찰의 정치권 수사가 현직 의원들의 특활비 수수에 맞춰져 있는 점도 야권의 숨통을 조르고 있다. 최 의원이 특활비를 받은 시점은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출범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돼 ‘경제 사령탑’ 역할을 할 때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 시기 다른 친박계 또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원들에게 비용이 추가로 건너간 게 있는지 검찰이 살피고 있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돌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 말고도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실세로 불렸던 의원들에게 국정원 특활비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가 된 2014년 6월 국정원장이 된 이병기 전 원장이 최 의원에게 특활비 1억 원을 주도록 국정원 관계자에게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 시기 국정원 특활비용을 캐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검찰은 이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의원에게 특활비가 전달되도록 결정하고 지시한 혐의를 영장에 포함시켰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9개월 동안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뒤 곧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특활비 1억원은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구속)과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구속) 등 이른바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에 상납된 국정원 특활비와는 별개다.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정원 특활비를 둘러싼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서 원장은 “(언론 보도처럼 특활비 전달 관련)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정보위원들에게 이야기하거나, 정보위원들과 ‘떡값’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일절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이 빼돌린 돈이 30억 원 더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으며 관련 언론사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친이계도 불안한 나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방위로 압박에 시달리면서 친박계와 더불어 친이계도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대한 수사는 크게 두 갈래다. 공권력을 이용한 정치 관여와 다스 의혹이다. 그 중 정치 관여 문제가 가장 먼저 이 전 대통령을 검찰에 소환할 열쇠로 보인다. 최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져 소환은 사실상 초읽기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전 국방부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활동을 보고한 점을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인력 증원 당시 ‘우리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한 점도 수긍했다.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증원하면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한 사실도 밝혀져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다스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더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다스는 1987년에 이상은(MB형), 김재정(MB처남)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다스 의혹은 이명박과 BBK로 얽힌 김경준이 주가조작으로 횡령을 한 다음 미국에 건너가 재판 받은 사실로부터 시작된다. 재판에서 다스가 패소했고, 소액투자자들이 승소했다. 하지만 김경준은 소액투자자들에게 가야 할 돈 140억을 다스에 줬다고 알려져 있다.

다스 의혹은 도곡동 땅과도 엮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규명해야 할 의혹이 적지 않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7일 MBN ‘외부자들’에서 “1985년 이상은(MB형), 김재정(MB처남) 15억 원에 1000평 되는 땅을 현대건설에서 매입한다”며 “그때 현대건설의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이었던 부분이 석연찮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땅은 1995년 포스코에 263억 원에 매각된다. 노른자위 땅을 (현대건설이) 개인에게 넘겼다”며 “현대건설 하면 땅에 대해 최고 전문가들인데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정봉주 의원의 말에 따르면 263억 중 190억은 1999년에 다스에 유입된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그 측근들도 검찰의 수사망을 피하기는 어려울 걸로 보인다.

다스는 의혹 수준일지라도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활동에 개입했다는 국방부 문건과 김 전 장관의 진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무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내역도 보고를 받고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전망이다.

국정원의 댓글 활동으로 구속되어 대법원 선고를 목전에 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혐의도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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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