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ㆍ원세훈 ‘불법사찰’ 검찰고발 추가 수사 후폭풍

염태영 수원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 11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법 사찰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해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의 자금을 추적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정부주도 해외사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을 세탁해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는 말이 무성했다.

특히 국방사업 등과 관련해 국방부가 담당해 오던 해외무기구매사업을 국정원이 맡아 처리하면서 상당한 국정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의 칼끝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해외자금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계속되는 추가수사

염태영 수원 시장 등 7명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사찰 문건 작성·실행 관련자들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염 시장은 이날 자치단체장 공동 고발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정부는 ‘자치단체장의 이념성’이라는 자의적 판단기준으로 당시 예산 삭감ㆍ행정안전부 차원의 불이익·감사원에 의한 무원칙적인 감사 등의 방법으로 야권 지자체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원 전 원장이 회의석상에서 담당 부서에 야권 지자체장들의 국정 비협조 및 저해 실태를 수집하도록 요청, 각 지역에서 보고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찰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배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책임자 규명과 사법 처벌을 촉구했다.

사찰 문건에 따르면 염 시장은 Δ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프로젝트 공동 추진 Δ헌법 개정 등 분권운동 추진 Δ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행사 참석 및 수원 연화장내 추모비 건립 허가 등에 대해 사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의 고발인은 Δ염태영 경기 수원시장 Δ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Δ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Δ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Δ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Δ최영호 광주 남구청장 Δ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Δ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Δ최성 경기 고양시장 Δ황명선 충남 논산시장 Δ김성제 경기 의왕시장 등 11명이다.

지난 9월28일 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가 일부 공개한 ‘야권 지방자치단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 구체적인 사찰 정황이 적시된 31명 중 현직 자치단체장인 15명 중 11명이 참여했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에 대한 고소고발이 줄을 이으면서 검찰수사는 뿌리끝까지 캐내는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원 전 원장이 거액의 국정원 해외공작금을 빼돌려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는 더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이 돈을 퇴임 후 자리 마련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국정원 산하 연구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원 전 원장의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해 회계 자료와 개인 메모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국정원의 해외공작금 200만 달러를 미국 스탠퍼드대에 보내도록 했다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 시기 이명박 정부 말 정권 핵심 실세들이 각종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는 첩보가 시중에 적지 않게 나돌았다는 것이다.

이 돈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경유해 스탠퍼드대의 한 연구센터로 보내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 퇴임 이후 스탠퍼드대에 객원연구원으로 가려는 원 전 원장이 자리 마련을 위해 국정원 자금을 기부하게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이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로 출국금지되면서 미국행이 무산됐지만, 해당 자금은 그대로 스탠퍼드대에 남아 있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이 현지에 머무를 주택 마련 등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자금의 유용 규모와 해외로 빼돌린 과정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원 전 원장을 불러 미국 송금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MB 청와대-국정원 커넥션

앞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자체 조사와 검찰의 수사로 광범위한 정치개입 의혹이 드러남에 따라 다시 수사를 받은 것이다.

원 전 원장은 향후 국정원 자금과 관련된 수사도 추가로 받게 될 예정이다. 원 전 원장은 민간인 댓글부대(사이버 외곽팀)를 운영해 정치에 개입하고 이들에게 70억원가량의 국가 예산을 부당 지원한 혐의,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옛 야권 인사들을 제압하려는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지난달 28일 오후 원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재임 시절 국정원의 여러 의혹에 개입했는지를 추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에서 ‘정점’에 있는 원 전 원장은 지난 8월 30일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다. 원 전 원장이 법정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9월 26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거나 정부 지원에서 배제했다는 의혹,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문건을 생산하고 실행에 옮기는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의 정점에도 원 전 원장이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각종 의혹의 공모관계 여부를 확인한 뒤 기소할 전망이다.

복수의 검찰 소식통들에 따르면 검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시 청와대의 지시ㆍ개입 여부로 수사 방향을 잡을 계획이다.

검찰은 그가 재임 시절 이 전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정황을 파악했으며 국정원의 정치공작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지금까지 검찰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검찰은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소환해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함과 동시에 최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러 면에서 심상치 않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9월 26일 이후 두 달 만에 원 전 원장을 다시 소환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각종 의혹의 공범으로 적시된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하기 위한 수순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정황과 관련해서도 원 전 원장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MB정부 당시 청와대로 수사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태효 전 비서관 역시 군 사이버사가 정치개입 활동을 벌이고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등 청와대와 군 사이의 소통 채널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전 비서관과 원 전 원장은 MB수사의 마지막 길목이라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정원이나 국군·국방부 등을 넘어 정부 전체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인사를 대상으로 강제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지시·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수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보고 라인의 정점에 있는 이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향후 검찰 수사는 당시 청와대에서 국정원과 국방부 등을 담당하는 보고 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연결고리 추적

지난달 28일 김 전 비서관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대상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김 전 비서관의 과거 청와대 근무 시절 업무와 관련된 각종 전산자료와 문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온라인 정치관여 활동을 벌이고, 심리전단 요원을 증원하는 등의 과정에 김 전 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부터 청와대 참모진에 합류해 2012년까지 대외전략비서관,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냈다.

그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 요원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람을 뽑아라’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관련 회의에서 ‘VIP 지시사항’으로 군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군 사이버사와 청와대 사이의 채널 역할을 한 만큼, 정치공작 활동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가 있었는지를 규명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까지 들춰내 압박을 가함으로써 MB와의 연관성에 관한 자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자금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리고 해당 자금이 MB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원 전 원장과 모종의 플리바게닝을 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원 전 원장의 입을 통해 결정적 단서를 얻어내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가능한 만큼 이미 구속된 원 전 원장에 대한 진술확보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단서 확보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이란 판단에서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달 30일 전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원 전 원장 구치감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주력했다. 검찰은 조만간 원 전 원장을 다시 불러 추가로 드러난 개인비리 혐의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국정원 자금 200만달러에 대해 원 전 원장 본인은 물론 MB의 퇴임 후 계획과도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공작금은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일부인데,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것처럼 MB정부 국정원도 청와대를 위해 특활비 일부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검찰은 2010년 원 전 원장이 국정원 해외공작비 예산 10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빌딩에서 초호화 인테리어 공사를 한 단서도 잡았다. 원 전 원장 부인 이모씨가 이곳에서 지인들과 사적 모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횡령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010년 7월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국정원이 1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I빌딩을 주거용으로 꾸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국정원 소유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공간을 원 전 원장 부인 이모씨 등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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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