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지상과제 ‘MB 적폐청산’… 엇나가는 사법부에 ‘속앓이’

文정부-사법부 충돌 엄청난 후폭풍 올 수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비리 수사 주요 인사에 잇따라 영장 기각

법원, ‘특검 도우미’ 장시호에 특검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형 선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사법부의 ‘마이웨이’ 중 한 사례라는 분석도

文정부와 어긋나는 사법부…박근혜 이재용 재판 후폭풍 올 수도

청와대의 MB 적폐 청산 기류에 사법부가 잇단 어긋나는 판단을 내리면서, 문재인 정부와 사법부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적폐청산’을 정권 초기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사법부가 큰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법원은 검찰이 역점을 두고 있는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당시 비리 수사와 관련한 영장청구를 잇따라 기각하는가 하면, 주요 혐의자들을 석방해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 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온라인 댓글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했다. 또 국정농단의 핵심 관계자로 평가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에 필요한 국정원 최측근 인사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최근엔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의 ‘특급 도우미’로 알려진 장시호씨에 대해 검찰 구형보다 훨씬 가중된 형을 선고해 법원 안팎을 놀라게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보수층을 대변해 문재인 정부의 사정 추진을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반면 사법부는 ‘법대로’ 공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으며, 정부와 검찰의 입장에 전혀 동요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대법원장이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마이웨이’는 여전하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와 사법부와의 간극이 지속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여권 내에선 문재인 정권 초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비리를 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더욱 어려워지고, 향후 문재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딜레마’와 함께 이것이 정부 주요 현안들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봤다.

사법부의 잇단 영장 기각, 적폐 청산 속도 못내

최근 사법부는 ‘적폐 청산’에 주력하는 문재인 정부와 검찰 그리고 다수의 진보 여론과 대립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역대 대법원장 중 가장 진보적 인사로 평가받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사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박자에 엇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댓글 여론조작 및 선거개입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64)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해 법원이 지난달 말 이들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을 결정하며, 여당 및 검찰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진=연합)
또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벼르고 있는 검찰이 우 전 수석의 최측근으로 그에게 불법사찰 및 비선보고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추명호(54)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해 한 번의 실패 끝에 지난 달 말 겨우 법원으로부터 구속기소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검찰이 역시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우 전 수석의 또 다른 측근인 최윤수(50) 전 국정원 차장에 대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검찰은 최근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추 전 국장 및 최 전 차장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의 예측할 수 없는 판단에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검찰 측은 만약 이번에도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 전 수석 측이 현재 다른 혐의로 한창 재판을 받고 있는 점 그리고 올해만 세 번째 구속영장이었다는 부분을 들어 ‘무리한 기소권 남용’이라며 검찰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우 전 수석이 향후 자신이 알고 있는 검찰 내부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 언론에 폭로하는 등 돌발행동을 보일 경우에 대해서도 은근히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검찰의 의지와는 다르게 모든 결과가 사법부에 달려 있으며,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검찰의 여러 우려마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법부 내 일부 보수 세력의 반란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 신빙성이 높은 목소리는 사법부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흐름에 무조건 맞춰 나가려 하는 검찰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사법적 판단에 대한 독립성 및 사법부의 위상을 지키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의 MB 적폐 청산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 의지에도 법원은 찬물을 뿌리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에 사법부가 정부의 입김에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한민철 기자)
실제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적폐 청산과 관련된 인물들에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잇단 기각 결정을 내리자,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등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법원은 “(검찰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곳곳에서의 지적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MB 잡아야 하는 文… ‘사법부 딜레마’에 봉착

현재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65ㆍ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에서 비롯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마무리 작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1년이 넘었고, 이미 관련자 대부분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법원의 선고가 나온 상태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권 교체라는 큰 수확을 얻었다.

때문에 이른바 ‘탄핵의 추억’으로도 불리며 추억이 돼가고 있는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은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에 전력하려는 게 문재인 정부의 복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제는 탄핵의 추억으로 기억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잡기 위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그리고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파헤치고 있는 적폐 중 비교적 수월하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와 당시 국정원과의 검은 커넥션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특활비의 청와대 상납 그리고 우 전 수석의 측근 추명호 전 국장에 대한 수사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와 국정원 간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청와대가 주기적으로 상납받아 대통령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향해 있는 상황이다.

또 추명호 전 국장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10여년 동안 국정원 의사결정의 핵심인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원세훈(66ㆍ구속기소) 전 국정원장의 지시 아래 정부 비판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 및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작성, 각종 여론조작 및 불법 정치개입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연히 이런 활동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그만큼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역시, 단순히 우 전 수석을 잡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추 전 국장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잡기 위한 묘수라는 설명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미 지난 8월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등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지난 7일 검찰은 이미 수감 중인 원 전 원장에게 국고손실 등의 혐의를 적용해 이종명(60) 전 국정원 3차장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그가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등과 공모해 민간인 댓글부대 소위 ‘사이버 외곽팀’을 조직, 불법 정치활동을 벌인 활동비 명목으로 65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처럼 현재 문재인 정부가 밝혀내기 가장 수월한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 간의 비리부터 시작해, 향후 ‘MB 적폐’를 최대한 철저하게 청산해 내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 청산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청와대와 국정원 간에 이뤄진 댓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터지면 파편이 먼 곳까지 번질 어마어마한 일’ 역시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는 의미다.

본지가 정치권 및 수사기관 관련자 등을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에 있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지원을 받을 일이 있고, 박 전 대통령 측에서 그 전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쪽을 향하던 사정 기관의 칼 끝이 어느 순간 MB 쪽에 더 많이, 더 빠르게 겨눠지고 있는 것은 전술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딜레마가 깊어지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역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
그러나 현 사법부가 이런 정부의 속내를 알리도, 그리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 계획의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에 가담한 혐의로 검사로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재철(64) 전 MBC 사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법원은 김관진 전 국장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실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시켰다. 그야말로 법원이 문재인 정부 및 검찰의 MB 적폐 청산 기류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장시호 가중 처벌 사법부의 ‘괘씸죄’ 작용?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8)씨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장씨는 최씨 및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공모해 삼성그룹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사무총장 직함으로 영재센터 업무에 관여하며, 삼성전자로부터 16억 2800만원, 그랜드코리아레저로부터 2억원 총 20여억원의 후원금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씨는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하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가보조금 2억 4000여만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도 유죄로 판결받았다.

재판부는 장씨가 강요 및 사기로써 취득한 범죄 금액만도 20억원이 넘어, 이에 따른 엄중한 처벌 및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같은 혐의 등으로 장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김종 전 차관에게도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최씨의 친분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할 생각으로 부당하게 공무원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그가 지난해 9월 27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 그리고 최씨의 부탁으로 문체부 기밀 문건을 유출했고, 최씨 및 장씨와 공모해 GKL에 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두 사람에 대한 선고가 끝난 뒤,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번 판단에 대해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장씨와 김종 전 차관은 검찰 및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조사에 있어 비교적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씨의 경우 특검 측에 최씨의 영재센터 관련 혐의뿐만 아니라 그의 국정농단 사태 전반에 대해 고백하며, 특검 도우미로도 불렸다.

심지어 여당 한 의원은 방송매체를 통해 “석방된 후 (장시호씨가) 나랑 같이 놀러 가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장씨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특검은 지난달 8일 열린 두 사람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힌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다른 국정농단 피고인들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으로 참작해야 한다”라며 장씨에 1년 6개월, 김 전 차관에 3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은 장시호씨. (사진=연합)
그러나 재판부는 장씨에 대해 오히려 특검 구형량보다 1년이 더 많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에 비해 법원에서 감형하는 일반적 관례에 비춰 보면 장씨에게 1년을 더 추가해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 판결이 현 정부와 검찰이 원하는 방향과 엇나가고 있는 다수의 사례 중 하나라는 말이 많다. 즉, 사법부가 현 정부와 검찰에 협조한 인사를 가중 처벌하거나 엄격하게 다룬 것은 일종의 ‘항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법부 잇단 판결에 속 타는 文정부…박근혜ㆍ이재용 후폭풍 맞나

MB를 잡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과 모종의 물밑 협상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사법부는 전혀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연장 결정을 시작으로, 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향후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법원은 이재용(49ㆍ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5년의 징역형 선고 그리고 이번 장시호씨 및 김종 전 차관의 영재센터 관련 혐의에 대한 선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순실씨 등과의 ‘공모자’로 규정하며 판결을 내렸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승마지원 관련 뇌물공여 혐의 부분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와의 공모 관계가 인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서원(최순실)과 오래 전부터 개인적 친분관계를 맺어 왔고, 취임 이후에도 국정 운영에 있어서 최서원의 관여를 수긍하고 그의 의견을 반영하는 관계에 있었다”라며 “대통령은 (삼성의) 승마지원이 이뤄진 후에는 피고인(이재용 부회장 등)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거나 최서원으로부터 삼성의 승마지원 진행상황을 계속적으로 전달받아 왔다”고 밝히며 두 사람이 뇌물을 요구하고 수수한 공모 관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장시호씨에 대해 재판부는 최씨 및 김종 전 차관과의 공모뿐만 아니라, 최씨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순차적으로 공모를 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황태자’로도 불렸던 차은택(48·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그가 최순실씨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판단하며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었던 정호성(47·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판결에서도 법원은 그가 청와대 재직 시절 청와대 기밀문서를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혐의에 대해, “대통령의 포괄적·묵시적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역시 공모자로 명시했다.

잇단 국정농단 판결에서 공모자로 불린 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간 연장으로 이미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했고, 박 전 대통령 역시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자신의 재판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태 재판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이재용 부회장도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1심 재판에서는 그 재판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그러나 현재는 불리해질 대로 불리해진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씨의 재판 결과가 이재용 부회장자신의 항소심 판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소심에서 반드시 이 부회장에 대한 무죄 또는 최소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내겠다는 삼성 측 목표와는 다르게, 형이 오히려 원심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박근혜 적폐 청산, 이쯤 하면 됐다”는 태도의 현 정부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리하게 작용할 판결만을 쏟아내는 사법부에 다소 난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과의 MB 정부 적폐 청산 협상 문제는 뒤로하고서라도, 법원이 정부의 계획에 대해 최소한의 맞장구라도 쳐주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청와대와 여권의 ‘사법부 딜레마’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사법개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추진과 더불어 향후 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다양한 충돌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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