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 세월호 정국 사정으로 돌파…짜맞추기 수사에 희생양 돼” > 세월호 사고로 박근혜정부 위기에 몰리자 김기춘 등 사정 정국 기획 정황

>정치권 사정, 여야 3대3 구색 맞추기 수사에 박 전 의원 포함 주장

> 10개 넘는 혐의 대부분 무혐의 결론… “‘진실’ 밝혀져 오명 지워지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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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전 국회의원(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은 2015년 의원직 상실을 가벼온 비리 혐의와 재판에 대해 세월호 정국에서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이를 돌파하기 위해 기획한 사정정국에 휩쓸려 무리한 수사와 재판으로 희생이 됐다고 주장한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후폭풍은 매우 컸다.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300여명이 희생된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을 아노미 상태로 만들었고,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비판 여론은 극에 달했다. 그리고 훗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촛불 민심의 진원지로 작용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여러 개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 가운데는 세월호 폭풍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무리하게 진행한 사정정국의 희생양으로 평가받는 정치인도 있다. 2014년 당시 이른바 ‘해운마피아’로 낙인찍혀 검찰의 유죄 만들기식 수사로 결국 의원직을 잃은 박상은(68) 전 국회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을 ‘세월호 정국에 침몰한 배’에 비유하며 아직 ‘비리 정치인’이라는 주홍글씨가 남아있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면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했다.

박 전 의원이 겪은 사건경위와 재판 과정을 집중 분석한 책 <벼랑에 선 보수(保守)>는 검찰이 ‘먼지떨이’식 수사로 죄를 만들어간 부분과 법원의 사법적 ‘판결’이 아닌 ‘판단’으로 사실을 왜곡한 측면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도 팽목항을 지키던 마지막 세월호 유족이 3년 7개월만에 평상으로 돌아오고, 박근혜 정권이 탄핵이라는 국민의 심판으로 무너졌지만 박 전의원은 세월호 정국이 남긴 후유증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박상은 전 의원 사건의 전말과 숨겨진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책 <벼랑에 선 보수>(비봉출판사, 2016).
지난 7일 박 전의원을 만나 그가 겪은 사건 내용과 재판 과정, 그리고 세월호 국면의 정치상황, 박근혜 정권의 여론 무마용 사정의 이면 등을 들어봤다.

박상은 전 의원을 만난 곳은 서울 강남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한국학술연구원 사무실이었다.

한국학술연구원은 한국학 연구발전과 국내외 학술교류를 목적으로 1968년 연세대 김명희 교수가 설립한 민간연구소다. 김 교수는 1969년 박 전 의원이 연세대 학생회장으로 삼선개헌반대운동 때 지도한 교수이기도 하다.

한국학술연구원은 ‘국제학술회의’, ‘코리아포럼’ 등을 통해 고품질의 정책 콘텐츠를 제공·전파하고, 한국학을 전세계에 알리는 영문저널 ‘KOREA OBSERVER’를 발행하고 있다.

연구원은 2009년 김명희 교수가, 2010년엔 박 전 의원이 대표로 있던 대한제당 설원봉 회장이 타계하면서 박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아 이끌게 됐다.

연구원 운영은 대한제당으로부터 연간 약 2억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는 전체 예산의 50%로 나머지는 박 전 의원과 다른 기업의 협찬으로 충당하고 있다.

연구원은 그간 발행한 책과 관련 논문 등으로 둘러져 있고, 사무실 한 켠에는 박 전 의원이 대한제당 대표이사 사장ㆍ부회장, 인천시 정무부시장, 외교통상부 경제통상 대사,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면서 수상한 상패들이 가득했다.

연구원에서 마주한 박 전 의원은 빛나던 과거 이력이 무상한 듯 다소 씁쓸한 모습으로 지난 일들을 술회했다. 인터뷰 중 박 전 의원은 자신의 겪은 사건과 재판 과정을 심도있게 분석했다는 <벼랑에 선 보수(保守)>(비봉출판사, 2016년)라는 책을 건넸다.

저자는 ‘서울신문’과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30년 넘게 활동한 이영석 씨로 ‘야당 30년’ ‘6공 파워게임’ ‘민주화의 허상’ 등을 집필한 논객이다.

박 전 의원은 저자와의 인연에 대해 죽산 조봉암 선생 추모기념사업회 고문 및 이사장을 할 때 이씨가 ‘조봉암, 누가 그를 죽였는가?’라는 책을 출간한 게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벼랑에 선 보수>의 부제는 ‘거짓에 함몰된 군중권력, 운동권력, 법복(法服)권력 이야기’다. 저자는 책의 내용 요약문에서 “이 책은 박상은 사건의 재판과 이 재판과 관련해 보게 되는 정치의 모습에 대한 기록”이라고 했다.

‘박상은 사건’은 박 전 의원이 인천 중구 중구ㆍ동구ㆍ옹진군의 새누리당 국회의원(18ㆍ19대)으로 활동하던 2014년 9월 경제특보와 후원회 사무국장 월급대납, 사료업체로부터 받은 고문료, 해운조합 불법 정치자금 수수, 비서관 급여 착취 등의 혐의로 재판받은 것을 말한다.

박 전 의원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2억4000만원 등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10개가 넘는 혐의 중 10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8065만원이 선고됐고, 대법원(2015년 12월 24일)은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책의 저자는 박 전 의원 재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검찰은 박상은을 유죄로 만드는데 전력투구했다. 해피아를 찾아 단죄하라는 것이 그해 여름 전국을 어둡게 짓누르고 있던 세월호 분위기였다. 검찰은 ‘박상은의 사건화’로 그 분위기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낙인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그대로 밀고나갔다.

검찰의 유죄 만들기 안간힘에서 세월호 분위기에 짓눌리고 쫓기는 검찰을 보게 된다.

사회적 분위기는 정치가 만든다. 시민들의 마음, 경기까지도 가라앉게 만든 것이 세월호 분위기다. 박상은 의원의 기소는 그 분위기가 만들어낸 사건의 하나이다”

박 전 의원은 “나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해난사고를 정치사건화해 조성된 세월호 정국의 희생양이다”고 말한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정국에서 스스로 책임을 뒤집어쓰고 소위 ‘해피아’ ‘관피아’를 색출하라는 야당과 여론의 공세에 휘말려 박 전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박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박 전 의원의 반박과 주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박상은 전 의원이 2014년 8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월호 폭풍에 휩쓸린 박상은 전 의원

박상은 전 의원이 “세월호 정국의 희생양”이라는 주장과 책 <벼랑에 선 보수> 내용에 따르면 ‘박상은 사건(재판)’은 2014년 세월호 사건과 당시 정치상황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전 국민에 충격을 주고 대한민국을 아노미 상태로 만들었다. 동시에 박근혜 정권의 무능한 대처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4년 7월 14일 새누리당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기대됐던 친박계 서청원 의원이 비박계 김무성 의원에게 패한 것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치러진 6월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8곳(경기ㆍ인천ㆍ경북ㆍ대구ㆍ경남ㆍ부산ㆍ울산ㆍ제주)을 차지해 9곳(서울ㆍ충남ㆍ대전ㆍ세종ㆍ 충북ㆍ전남ㆍ광주ㆍ전북ㆍ강원)을 얻은 야당과 대등한 결과를 얻어 위기를 넘긴 박근혜 정권은 당 대표에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당선되면서 불안한 긴장이 감돌았다.

이어 7월 30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11곳을 차지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4곳에서만 승리해 새누리당은 과반을 넘는 의석(158석)을 확보해 김무성 체제가 강화됐다.

세월호 정국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참패한 야당은 세월호 사고 문제를 앞세워 박근혜 정부를 강도 높게 공격했다. 반면 김무성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은 여론을 의식해 야당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ㆍ신학용ㆍ김재윤 의원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김민성 이사장으로부터 교명 변경 법안 처리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 등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새누리당 송광호ㆍ조현룡 의원은 철도부품업체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렸다.

한편, 박상은 전 의원은 2014년 4월 지구당 비서관이 자신의 월급을 착취당했다고 주장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거쳐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6월에는 운전기사가 차속에서 3000만원이 든 서류가방을 훔쳐 검찰에 제출하고, 박 전 의원 아들 집에서 발견된 6억원의 뭉칫돈이 문제시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제기됐다.

여기에 박 전 의원 사무실에 근무했던 4인이 ‘박상은 의원 의혹 13가지’라는 문건을 작성해 돌리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하지만 박 전 의원에 대한 의혹과 혐의는 대부분 해소되거나 무혐의로 결론났다. 가장 논란이 됐던 6억원의 뭉칫돈에 대해 박 전 의원은 “고(故)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으로부터 2003년 8월 2억3000만원을 회사에 기여한 대가 및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받았고, 2007년 8월 2억8000만원은 한국학술연구원 운영을 위한 자금”이라고 밝혔고, “검찰이 정치자금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자신에 대한 13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하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박 전 의원은 사건에 대한 혐의를 벗기 위해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으나 검찰은 7월 30일 재보궐선거가 있어 미룰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폈다.

가장 논란이 된 6억원 뭉칫돈에 대해 인천지검의 최재경 지검장은 “돈에 띠지가 있어 출처가 분명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운전 기사가 신고한 3000만원도 띠지가 돼 있어 검찰은 기소조차 못했다.

박 전 의원에 대한 조사는 2014년 8월 17일 하기로 했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당시 윤병세 외무장관이 9월 초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한국과 네덜란드 간 물류 협정에 앞서 전문가인 박 전 의원에게 사전 점검을 위해 8월 초 네덜란드 방문을 요청했고, 박 전 의원은 흑해 연안 국가 방문을 병행해 17일 조사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사고 문제로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모면하기 위해 사정 정국을 조성했고,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박 전 의원도 포함됐다.

당시 정치권 인사 중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ㆍ신학용ㆍ김재윤 의원과 새누리당 송광호ㆍ조현룡 의원이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박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정치권 사정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과정에 여야 3대3 구색을 맞추기 위해 자신을 끼워넣었다고 이해한다.

박 전 의원은 8월 3일 네덜란드로 출국하기도 돼있었는데 갑자기 검찰이 8월 3일 출두하라며 출국금지를 내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한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 측을 통해 자초지종을 들은 결과 유병언 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비서관, 그리고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퇴 이후 퇴진 압박을 받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7월 30일 모여 사정 정국으로 난관을 돌파하기로 하고 다음날 아침 김영한 수석도 모른 채 김기춘 실장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이 당시 수사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정국의 위기를 사정 정국으로 모면하기 위해 공평성을 내세워 여야 국회의원 수(3대3)를 맞추려 했고, 김무성 대표를 압박하는 과정에 자신을 친이(친이명박)계로 보고 수사에 포함시킨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특정 계파와는 무관하고 경제인 출신(대한제당 대표ㆍ부회장)으로 당을 초월해 국가 경제와 정치에 기여했다는 평이 따른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노무현 후보와 대선을 함께 뛰고 야당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경제통상대사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전 인수위 경제분야에서 활동한 바 있다.

박상은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학술연구원 사무실에서 발행한 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학술연구원이 계간지로 발행하고 있는 'KOREA OBSERVER'
10개 넘는 혐의 대부분 무혐의 결론… ‘상처’ 남아, 진실 밝혀지길 기대

2014년 하반기 박근혜 정부의 정국은 사정 한파로 넘실댔고, 박 전 의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에게 덧씌워진 혐의만 10여가지가 됐다. 경제특보와 후원회 사무국장 월급대납, 사료업체로부터 받은 고문료, 해운조합 불법 정치자금 수수, 비서관 급여 착취, 불법 선거 과태료 대납 등등.

박 전 의원은 대법원 최종 판결(2015년 12월)에서 13개 혐의 중 10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1심 형량보다 크게 줄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8065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유죄 인정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판 과정에 여러 루트로 자료 요구와 권리 주장을 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법원 판결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박 전 의원과 <벼랑에 선 보수> 책은 유죄로 인정한 ‘김영목 특별보좌관 월급대납 사건’에 대해 검찰과 법원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영목은 박 전 의원의 고교 후배로 2009년부터 2012년 8월까지 박 전 의원의 지구당 사무실을 드나들면서 일도 거들고 소일도 했는데, 이 기간에 2009년 9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세종기업으로부터 월 250만원씩 6개월 15일치 월급을 받았다. 검찰은 이것을 박 전 의원이 지불해야 할 김영목 특보의 월급을 세종기업이 대납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노동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김영목은 세종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봤으며 2009년 8월 취업했다. 그런데 이듬해 3월 회사에 나오지 않고, 회사가 요구하는 것을 이행하지 않아 사직을 권고하고 급여지급 중단을 통고했다.

반면 김영목은 월급은 세종기업에서 받고 일은 지구당에서 박 의원의 일을 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세한 세종 기업이 박 전 의원에게 얻을 게 없는데 월 250만원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박 전 의원 특보 월급을 주기로 했다면 이력서로 충분하지 면접까지 볼 이유가 없다.

<벼랑에 선 보수>에 첨부된 노동청 자료는 김영목이 월급대납을 위해 위장취업한 게 아니라 실제 취업한 사실을 증거하고 있다.

책은 김영목이 월급대납을 고발한 후 3억원의 보상금을 기대했다가 대법원 확정판결 후에도 보상금이 나오지 않자 노동청에 임금착취 진정서를 제출했다가 기각당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김홍일 한국학술연구원 사무국장 월급대납 혐의’에 대해 박 전 의원과 책은 ‘월급 대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홍일은 대한제당에서 20년가량 근무했고 박 전의원을 따라 국회 비서관, 지역구 사무국장과 회계책임자 직을 겸임하다 2012년 박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학술연구원 사무국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이곳에서 일했다.

김홍일은 거의 출근하지 않았지만 연구원 일은 했다. 검찰은 김홍일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박 전 의원이 연구소에 김홍일의 급료를 떠넘긴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연구소 후원자였던 대한제당 설원봉 회장이 타계한 뒤 사실상 이사장인 자신이 연구소를 이끌며 월급도 주고 세미나도 개최하고 책도 발행했다”며 “연구소에 김홍일 월급을 대납케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2015년 5월 국회의원 62명은 박 전 의원이 부당하게 수사를 받고 있다며 탄원서를 냈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지구당 사무국장의 경우 무보수로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김홍일 사무국장 월급을 연구소가 대납케했다는 박 전 의원에 대한 혐의는 현실과 맞지 않고, 사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운조합 선거후원금 수수사건’에 대해서도 박 전 의원과 책은 해운조합 회장 등 증인들이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한다.

해운조합 회장 등이 선거후원금 300만원을 건넸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수령 사실이 없다며 증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했지만, 검찰은 검증해주지 않았다.

검찰 기록에 따르면 해운조합은 2012년 3월 회장단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15명 정도를 선정했다고 돼있다. 검찰은 박 전 의원도 그들이 정한 15인 후보 중 한 명으로 3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해운조합 관계자들이 선정한 15인 후보들은 해운조합 직무와 관련있는 해양수산부나 국토해양부 상임위 소속 의원이 다수를 차지했고, 박 전 의원은 관계가 없었다.

박 전 의원은 해운조합 회장과 사장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수사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해운조합의 회장과 사장도 박 전 의원에게 후원금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실제 증인 중 한명인 해운조합 경영실장은 박 전 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해운조합 임원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면서 이들은 말을 바꿨다. 박 전 이사장은 수사 과정에 압박을 받거나 약점이 잡혀서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해운조합 관계자들은 세월호 침몰 사건 직후인 2014년 4월 하순부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후원금 지급에 대해 강도 높은 추궁을 했고, 회장과 사장 두 사람이 위축된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서관 월급 착취사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기업을 경여하고,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사회와 개인들을 위해 주로 지원하는 위치에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게 없는데 몇 푼 안되는 비서관 월급을 착취하겠냐는 주장이다.

이 사건의 비서관은 박 전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중ㆍ동ㆍ옹진군 지구당 조직부장 겸 비서관을 지낸 장관훈이란 인물이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인천 중구 구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는 과정에서 지구당 위원장인 박 전 의원과 결별했다. 2014년 1월 장관훈은 6ㆍ4 지방선거에서 인천 중구 ‘나’ 선거구에 새누리당 소속으로 구의원 후보로 나서기 위해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심사 결과 ‘다’번 후보로 추천됐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공천이 발표된 3월 16일 이후 장관훈은 박 전 의원을 비방하고 다녔다. 4월 28일 장관훈은 인천시청 기자실에 나가 ‘박상은 의원, 비서 급여 착취 및 불법 정치자금 유용에 관한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박 전 의원 비서관으로 일한 8개월 중 월급 절반을 후원금으로 내도록 강요당해 후원회 계좌에 입금했다. 비서관을 그만둔 후에도 후임자 등록이 늦어져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비서관 월급을 고스란히 박 전 의원에게 바쳤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 자신이 후순위로 밀린 것은 부당하다며 지구당 위원장인 박 전 의원이 공천 헌금을 받고 이런 부당한 공천을 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장관훈은 5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박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등의 죄명으로 고발장을 냈다.

1심은 장관훈의 진술과 검찰의 기소를 모두 받아들였지만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모두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박상은 전 의원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국내외 현안을 논의하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초기 문제가 됐을 때 변호인들이 “아무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대응하면 시끄러워진다”며 말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나중에 의혹 제기와 언론 보도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박 전 의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 사정 정국이라는 풍랑에 자신의 명예가 휩쓸려갔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전 의원은 시간이 흘러도 ‘비리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남아있다며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 오명이 지워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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