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중동 특사 파견…이유는 미궁?

일정·동선 공개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대북 접촉은 불가능

MB정권 비리 확인? UAE의 국교단절 위협에 무마 외교 이유?

MB정부를 관통했던 UAE…자원외교 수반된 비자금 추적설도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에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모하메드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갑작스런 중동 특사 파견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임종석 실장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2박 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을 각각 방문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와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예방했다.

아울러 임 실장의 중동행은 한국을 떠난 10일에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히면서 알려졌다. 산적한 현안이 쌓여있는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뤄진 청와대 비서실장의 특사 파견을 앞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중동이 아닌 대북 특사? 가능성 ↓

가장 먼저 언급된 의혹은 대북 접촉설이었다. UAE와 레바논에 모두 북한대사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북측과의 접촉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미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에게 “북한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안보 보장에 대해 미국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지지하고, 그런 협상을 촉진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것이 지난 7일 알려졌기 때문이다.

며칠 후인 12일 틸러슨 장관은 전격적으로 대화를 언급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그는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만나자. 원한다면 날씨 얘기라도 괜찮고 협상테이블을 사각으로 할지 둥글게 할지 그걸 얘기하고 싶다면 그런 것을 얘기해도 좋다. 적어도 함께 만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앞으로 로드맵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서 불안정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북한의 핵무기를 확보할 것인가를 포함한 비상계획을 미·중 고위 관리들이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이 곧바로 “아직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중·러 외에도 집권당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해 정가 인사를 두루 만났다. 이런 상황에서 임 실장의 중동 방문은 정부 차원의 대화 모색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번 특사 방문은 북한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출국 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나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대북 문제는 내가 뒤로 빠지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해 실형을 선고받은 임 실장으로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북한 접촉설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일정과 동선이 다 공개된 상황에서 북한과의 접촉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MB 정권 비리 확인이 진짜 목적? 청와대 “말도 안 돼”

현실적으로 대북 접촉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재임 기간 중동과 가까웠던 이명박 정권의 비리 관련 의혹을 확인하러 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역시 청와대가 강하게 부정했다. 비서실장이 직접 그런 일에 나서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와중에 지난 14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 실장의 방문은 UAE의 ‘국교 단절’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선물하며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MB(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 터무니없는 얘기를 퍼트리는 문재인 정부를 그 나라 왕세자가 국교단절까지 거론하며 격렬히 비난하자 이를 수습, 무마하기 위해 임 실장이 달려갔다는 소문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을 포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인식에 UAE 왕세자가 상당히 아주 위험한 판단까지 하고 있다는 상황이라고 제보를 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철저히 따져보겠다”고도 덧붙였다.

MB정권을 관통한 UAE

임 실장이 방문한 바레인과 UAE는 이 전 대통령이 가장 최근 방문한 국가다. 지난달 10일 이 전 대통령은 강연차 두 국가를 방문했다. 그 가운데 UAE는 이명박 정부의 시작과 끝, 그 이후까지 함께 하고 있는 국가다.

이 전 대통령의 UAE 사랑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시작됐다. 17대 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2007년 4월, 이 전 대통령은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의 리더십를 탐구하고 국가경영 현장을 돌아보겠다며 UAE를 방문했다. 이 때의 인연으로 5월에 방한한 모하메드 총리 일행은 잠룡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면담하려다 의전상 문제에 따른 외교부의 반대로 만남이 불발되기도 했다. 한달 전 방문한 이 전 대통령과 약속한 청계천 함께 걷기 일정을 위해 입국시간을 새벽 2시로 앞당기려다 외교부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인수위에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을 포함시키며 UAE와의 인연을 과시했고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에는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서한을 보내 T-50 고등훈련기가 UAE의 차세대 고등훈련기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UAE 측이 아부다비-인천간 항공 노선 신설을 요구하는 등 부대조건을 내걸자 이명박 정부 측은 1년여 기간 동안 UAE 측에 30개 가량의 경제협력 프로젝트 추진 등을 제안하는 등 협상을 이어갔다. 대통령은 물론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서는 등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2009년 2월 이탈리아제 M-346에 밀려 T-50 수출은 좌절됐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UAE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다. 2009년 12월 26일에는 직접 UAE로 날아가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담판을 지었다. 이튿날인 27일 국내 언론들은 원전 수출 성공이 유력하다며 보도했고 수주가 확정되자 ‘세일즈 외교’의 승리라고 이 전 대통령을 칭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지에서 직접 수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정부와 UAE는 군사교류협력 협정(MOU)을 체결했고 2011년 1월 특전사로 구성된 ‘아크부대’가 UAE로 파병됐다. 당시 야권에서는 ‘비즈니스 파병’이라는 비판이 컸다. 임 실장이 레바논 동명부대와 함께 이번에 격려차 방문한 부대가 아크부대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3월 한전 컨소시엄의 원전 기공식 참석 등의 이유로, 2012년 11월에는 원전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 협의를 위해 UAE를 찾았다.

퇴임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의 UAE행은 계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셰이크 모하메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초청으로 UAE를 방문해 난 2009년 수주했던 '바라카 한국형 원전'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이 전 대통령과 UAE와의 밀착관계를 이유로 일각에서는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한 것이 이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와 관련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즉, MB정부가 UAE에 원전 건설 등 자원외교를 추진하면서 모종의 비자금을 이곳에 숨겨놓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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