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ㆍ 바른정당 통합 초읽기…정치권 후폭풍

국민의당, 친안파 통합 절차 가속…호남계와 결별 수순

바른정당, 통합 창구 마련… ‘손학규 역할론’ 주목

국민의당 내홍 심각…분당 가능성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국민의당 내 ‘한지붕 두가족’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안철수 대표 그룹과 호남 중진 의원이 중심인 호남계의 관계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현재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극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각각 제갈길을 가는 분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21일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전(全)당원 투표 방안이 우여곡절 끝에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대표 측이 통합을 위한 1차 관문을 무사히 넘겼지만 ‘전(全)당원투표’ 까지는 갈 길이 멀다. 통합반대파들이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 이어 앞으로 투표 보이콧과 전당대회 저지 방침을 천명해 최종 합당 선언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현재 호남 중심 중심의 ‘평화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은 물론 중립파로 분류되는 김동철 원내대표까지 나서 안 대표의 통합 일방추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반대파 진영에서는 전당원투표 보이콧 운동에 돌입한 데 이어 중진과 동교동계 원로 긴급회동 등을 통해 통합 저지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반면 안 대표 등 통합파는 끝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이동섭 의원은 27∼30일 투표를 시행한 후 31일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대해 통합 반대파인 정동영 의원은 22일 “당 대표의 지도력은 그저께 의총에서 공식 파산했다”며 “투표율 3분의 1을 무너뜨려서 안 대표를 퇴진시키는 것이 우리 당을 구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엽 의원은 “전당원투표 무효 소송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27일 투표 실시 전에 제기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통합파는 반대파의 정족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친안(친안철수)계인 김관영 사무총장은 당헌ㆍ당규상 전당원투표의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겨야만 유효하다는 반대파의 주장에 대해 “당원들이 요구한 투표가 아니라, 어제처럼 당무위원회에서 의결된 투표에는 의결정족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안 대표 뜻 대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반대파가 투표 보이콧은 물론, 통합 여부를 최종 의결하기 위한 안 대표 측의 전당대회 개최를 무산시키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지만, 안 대표가 최고위원회와 당무위, 전당대회 투표권이 있는 대표당원 등 주요 의결기구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전당원투표 등이 통합파와 반대파 간 실력행사와 충돌로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갈라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바른정당 통합에 박차…신년 2월 통합설도

바른정당은 21일 당을 대표해 국민의당과 구체적인 통합 논의에 나설 교섭창구를 지정하는 등 통합에 속도를 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안철수 대표가 구태정치와 결별하고 미래를 위한 개혁정치를 하겠다는 통합결단을 내렸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회의에 앞서 통합 논의를 가속할 방안이 논의됐고, 오신환ㆍ정운천 의원을 투톱으로 하는 교섭창구를 즉각 열기로 했다. 두 의원은 유승민 대표 체제가 중도보수대통합을 내걸고 출범한 이후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를 위한 당내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에서도 창구를 이제는 정해주길 바란다”며 공식적인 교섭창구 마련을 재촉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지난 7일 양당 의원 모임 ‘국민통합포럼’ 행사에서 안철수 대표와 회동한데 이어 1주일 만인 14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리는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나란히 참석해 양당의 통합 논의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바른정당은 유 대표의 공언대로 이르면 연내에 통합 로드맵 구축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정점에 이른 만큼 시기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손학규 역할론…‘통합’ 가교, 신당 얼굴 되나

국민의당내 통합파와 반대파가 날선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상임고문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손 상임고문이 통합파 입장을 대변하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두 달여 간의 미국 체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손 상임고문은 21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살리기 위해 나의 마지막 티끌 같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 “통합을 위해선 당내 화합이 우선으로 당이 이대로 분열해서는 안 된다”이라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님들도 나름의 진정성이 있었을 것으로 좋은 방향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안 대표가 통합 관련한 전당원 투표를 제안한 것에 대해 “안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제의했을 때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부에서 전당원 투표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세상에는 다 찬반이 나뉜 것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 화합하고, 위기를 극복할지 그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손 상임고문의 이런 입장을 고려할 때 통합을 추진하는 안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그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바른정당도 손 상임고문에 상당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양당 통합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낸 것과 관련, “손 상임고문이 함께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22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으로 이르면 내년 2월께 당대당 통합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 상임고문을 만난 하태경 최고위원도 “손 고문의 정치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어제 중도개혁세력 통합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이 무르익으면서 손 상임고문의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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