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비문, 호남-비호남 물밑 신경전 …지방선거 앞두고 갈등 확산

지방선거 출마 둘러싼 내부 공천과 경선에 계파 갈등 심화 조짐

공천 조율ㆍ정리 놓고 계파 간 이해 충돌…당ㆍ청 갈등 비화 조짐도

추미애ㆍ박원순ㆍ안희정ㆍ김영춘 등 유력주자 행보 주목돼

180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아울러 여당과 야당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은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향후 각 당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5·9 대통령선거 이후 13개월 만에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1년을 평가하는 성격뿐만 아니라 국정동력과 직결되는 만큼 여당과 야당은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10여곳에 달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개헌(헌법 개정) 국민투표도 남아있어 6·13 지방선거는 향후 문재인 정부에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5·9 대선 열풍이 지방선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이 전체적인 선거구도에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내부 갈등 부상 조짐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점점 선명히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크게 친문(친문재인) 대 비문, 친호남 대 비호남으로 나누어진 계파 간 신경전이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는 소리다.

실제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0일 계파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실력과 경험을 통해 정치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는 당시 추 대표가 추진하는 당 혁신을 위한 정당발전위원회(정발위) 추진을 위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를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여당 내 주류인 친문계가 추 대표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정발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민주당에서 내홍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이때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일 정당의 지역단위에서, 직장단위에서 활발한 토론을 할 기회가 있다면 가산점제 없이도 훌륭한 인재는 저절로 당원들로부터 평가받을 수 있고 현재와 같은 작위적인 가산점제 없이도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계파와 당내 실세,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과 노력으로 생활정치의 참여자가 되어 정치를 배우고 그 경험으로 국회에도 진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친문계를 겨냥했다.

추 대표는 “여의도 정치도 명망가 정치, 계파정치에서 탈피해 지방의회에서 정책과 예산 민원 등을 통해 실력과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나중에 국정을 다루는 헌법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선 승리 이후부터 자신의 혁신위 추진에 대해 친문계가 제기해 온 비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정면 반박했다.

추 대표는 “저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주권실천 정신에 맞추어 정당도 국민이 바라는 정당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라며 “백만당원이 들어와 집단지성을 발휘해야하는 중요한 과제가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고 정당이 그 준비를 시급히 해야 하는데 ‘이긴 정당이 왜 혁신이 필요하냐?’라고 해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당발전위원에 대해 불필요한 억측과 왜곡이 있다”며 “중앙당이 공천권을 회수하려고 한다든지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든지 소설 같은 허구와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2018년 6·13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에 따라 민주당 내부 신경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여당 내 주도권 역학관계도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안 지사의 불출마 선언을 놓고 일부에서는 중앙정치 무대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또 안 지사가 평소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각을 세워 왔다는 점에서 안 지사가 성공적으로 중앙무대에 안착하게 될 경우 여당 내 친문 세력과 미묘한 대립관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안 지사는 친문계와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행보를 보였다”며 “안 지사는 오는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안 지사는 최근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향후 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우선 재·보궐선거를 통한 국회 입성 후 2018년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등을 놓고 ‘친문계 기획설’이 나도는 등 민주당 내부 갈등설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남지사 차출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시장 등판론’ 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면에는 친문 세력의 움직임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무성하다.

안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충남지사 선거전은 조기에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람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입성한 박수현 대변인과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을 비롯해 양승조 의원, 복기왕 아산시장 등이 있다. 모두 만만찮은 이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출판기념회를 열거나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천 둘러싼 신경전

일단 민주당 내부의 공천이 어떻게 추진될지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공천과 관련된 잡음의 크기가 클수록 계파갈등도 따라서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8년도 예산안 심사를 잘 마무리한 상태에서 12월 임시국회도 매끄럽게 정리한 후 그 분위기를 타고 지방선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꾸준히 50%대의 정당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아직 여유로운 분위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 내부 분열의 불씨는 언제 큰 불로 번질지 모르는 상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경우 대통령 뿐만 아니라 당의 지지율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당이 안정된 상태인데 굳이 후보를 빨리 확정하고 선거 분위기를 일찍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기획단(단장 이춘석 사무총장)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시도당위원장의 사퇴 시한을 ‘선거 180일전’이 아닌 ‘선거 120일전’이라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기로 신중모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획단에서는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전략공천에 있어서는 좀 더 논의한 뒤 결론을 낼 계획이다.

기획단에서 시도당위원장 사퇴 시한을 건드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대신 전략공천에 있어서는 시도당위원장이 일부 양보하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공천 룰 등 확정을 위해 심사숙고 중이다. 12월 임시국회 일정 등을 마무리한 뒤 내년 2~3월쯤에는 세부 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은 내년 초부터 지방선거 모드로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막판 조율과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향후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경우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의 지지율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권리당원 50%·여론조사 50%' 룰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다.

기획단은 여론조사에서 안심번호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에서도 이를 활용한 바 있어 가장 안정적이고 공정성을 담을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기획단은 중앙당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전략공천 부활 문제도 계속 검토 중이다.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출마 예정자가 적은 지역에 대한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획단은 선거구의 10% 범위 내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신설 등을 논의 중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텃밭인 부산지역은 지방선거와 관련해 벌써부터 여러 잡음들이 나오고 있어 향후 부산발 계파갈등이 민주당 핵심부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부산 지역에서 야당의 후보를 압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부산지역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시당을 중심으로 한 라인과 실세라인의 갈등이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주변에서는 부산시장 선거를 두고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지지파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지지파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여기에 여권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모 방송에 출연해 ‘재선하지 않는 시장으로 출마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사실상 자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외에도 지방선거와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 경쟁력 있는 인사들 대부분이 구청장·군수 등 기초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선 이상 광역의원(시·도 의원)들이 도전하는 기초단체장 자리에 도전자들이 몰리면서 광역의원 후보자는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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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