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PK, 정계개편 촉발되나

부산…민주당 오거돈ㆍ김영춘ㆍ이호철, 한국당 서병수ㆍ이종혁ㆍ박민식

경남…민주당 김경수ㆍ공민배ㆍ민홍철, 한국당 박완수ㆍ안상수ㆍ허성무

울산…한국당 김기현 시장, 민주당 송철호, 김용주, 정의당 조승수, 민중당 권오길

PK로 일컬어지는 부산, 울산, 경남은 TK(대구ㆍ경북)과 함께 보수의 아성이 굳건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전과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PK에서 전례 없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지난 12월 2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PK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2.7%로 집계되는 등 꾸준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40~50%를 오르내리고 있다. TK와 지지율 차이가 20%P 가까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보수의 한 축인 PK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발표된 민주당 PK 지지율은 48.8%로 민주당의 전국 지지율(50.8%)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첫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 탄생하나

전문가들은 부산, 울산, 경남은 정치적 환경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지역으로는 부산이 꼽히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부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며 “민주당 후보의 부산시장 당선은 지역주의 타파를 줄기차게 주장했던 노 전 대통령의 꿈이 실현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20대 총선부터 준비했던 동진전략의 완성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의 탄생은 야당에게 미칠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배 본부장은 “부산은 지금껏 자유한국당의 텃밭이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고향”이라며 “민주당 후보의 당선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대표를 견제하면서 문 대통령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뿌리내리는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본부장은 민주당이 경기지사와 함께 부산시장을 차지할 경우 사실상의 지방선거 승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부산은 민주당이 싸우기 어려운 지역”이라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를 근거로 댔다. 홍 소장은 “부산 중구의 경우 50~60대가 절반을 차지한다. 젊은 유권자가 많은 경남, 울산이 더 승산이 높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의 첫 부산시장 당선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김영춘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 오거돈 후보(49.34%)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50.65%)에 2만 여 표 차이로 석패했고 20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18곳 가운데 민주당이 5석을 차지하는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38.71%의 득표율을 거두며 홍준표 후보(31.98%)와 안철수 후보(16.82%)를 제치기도 했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민주당에서 부산시장 출마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사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이호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다. 이 가운데 오 전 장관은 민주당 입당을 준비하며 박재호 민주당 의원과 긴밀히 접촉하는 등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세력 확장을 염두에 둔 행보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이호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출마도 관심사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내 적합도 후보 1위를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보여준 이 전 수석은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전 수석의 의지와는 다르게 지지자들은 온·오프 모임을 통해 이 전 수석 출마를 대비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차출도 거론되고 있다.

거물급 후보가 언급되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야당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병수 현 시장은 재선을 선언했지만 당 안팎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 갤럽이 지난 12월 28일 발표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한 서 시장은 홍준표 대표와의 불협화음으로 공천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만난 두 사람은 비공개 회동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후 홍 대표는 “당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 시장은) 아직 당선권에 못 미친다”며 “남은 기간 시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서 시장을 저격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오거돈, 이호철, 김영춘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종혁 최고위원과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홍준표가 비운 경남지사, 민주당 차지? 한국당 수성?

홍준표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경남도지사는 부산시장과 함께 PK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2010년 열린우리당 출신 김두관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와 경남지사에 당선된 바 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그러나 현재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국제신문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난달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50.2% 지지율을 기록하며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34.6%)을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냈다. 김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경남지사 후보로 꼽히고 있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 민홍철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등 경쟁력 있는 후보들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경남 김해와 거제가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고향이고,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보이고 있다는 면에서 민주당이 PK의 한 축인 경남지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남에서 정치적 위상이 높은 창원시장 자리도 주목받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자유한국당)이 재선을 선언한 가운데 친노인사인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김두관 경남지사 시절)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배종찬 본부장은 “허 전 부지사 당선될 경우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민주당이 경남지사와 창원시장을 모두 차지할 경우 경남의 판도가 다음 총선과 대선 때 민주당 쪽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배 본부장은 또 “부산과 경남을 민주당이 가져간다면 선거를 통한 정계개편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사실상 여론상의 정치적 균형이 여대야소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울산은 자유한국당 김기현 시장이 우세를 보이는가운데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변호사 김용주ㆍ심구명 변호사가 거론되고 있고, 정의당 조승수 전 의원의 출마도 예상된다. 울산은 2016년 총선 때 옛 통진당 출신 민중당 2명이 당선되는 등 진보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민중당 권오길 민주노총본부장의 출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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