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 기간 남은 미스터리 추가 조사…최씨와 공생한 친박 핵심들 수사검토

국정원 뇌물수수 혐의 등 추가 기소…1심과 병합될 가능성은 낮아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총 20개로 늘어나…형량 더욱 무거워질 듯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되면서 향후 재판 진행과 검찰의 추가 수사 여부에 정·관·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판결에 가까워진 만큼 추가 기소 사건이 1심과 병합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다만 추가 기소와 더불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추가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작년 5월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8일부터 검찰 측 신청으로 대기업 총수들을 연이어 불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경위를 물어보고 증언을 듣게 될 예정임에 따라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8일에 손경식 CJ 회장을 시작으로 11일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15일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한다.

이후 변호인 측이 신청한 일부 증인 신문을 끝내고 나면 재판은 2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재판 변수

항소심에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측이 소송의 효율성 등 차원에서 피고인이 같은 두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은 피고인이 사건 병합을 요청하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별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요청을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병합되면 쟁점 정리, 증인 선정, 신문 절차 등에서 중복을 피할 수 있는 등 소송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 기존 혐의에 새 혐의가 추가되는 것이어서 형량이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재판 병합 여부와 별도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총 20개로 늘어나면서 형량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만도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혐의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과 롯데로부터 각각 298억원과 70억원 등 모두 368억원의 뇌물을 받는 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국정원 특활비 총 36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는 등 2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재임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여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추가기소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에게 총 13개의 혐의를 적용한 상태에서 수사를 검찰에 넘겼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4월17일 박 전 대통령에게 5개 혐의를 추가, 총 18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에 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18개에서 19개로 늘어나게 됐으며, 이후 검찰 조사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친정부 단체 지원), 헌인마을 이권개입, 세월호 보고시점 조작 등 의혹에 대한 조사도 계속 진행한 뒤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추가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20개를 넘길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화이트리스트 집행 등 실무를 담당했던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14~2016년 전경련을 압박해 특정 보수 단체 수십여 곳에 총 69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허 전 행정관을 기소하면서 검찰은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일명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검찰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에도 화이트리스트 등 나머지 수사가 남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 직접 조사 시기를 뒤로 미뤄둔 적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완강히 조사를 거부하고 있지만 이 부분 역시 그간 조사된 내용을 토대로 추가기소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 주변에서는 전 정권 때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추가 조사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보고시점 조작 의혹도 검찰이 조사를 본격화 할 조짐이다. 박 전 대통령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사안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늑장 대응을 감추기 위해 보고시점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혐의가 특정되면 공문서 위조 등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대통령 보고 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조작하고, 대통령 훈령을 정식 절차 없이 ‘재난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닌 안전행정부 담당’ 등으로 고쳤다.

검찰 수사가 추진되고 있는 헌인마을 이권개입 의혹도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청탁을 받아 서울 서초구 소재 한센인 자활촌인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이권 청탁을 들어주려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검찰은 이미 최씨 측근 데이비드 윤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 조치했고, 공범은 구속기소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 정권 실세들 정면 겨냥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 진영 내 이른바 ‘친박실세’ 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그 시작점은 ‘친박실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구속이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상납에 최 의원의 개입을 확인한데 이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총 36억 5000만원 상당의 국정원 상납금의 최종 수수자가 박 전 대통령으로 보고 기소한 이상 그 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시간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의원은 집권 여당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 등을 지내며 박근혜 정권 실세로 꼽혔다. 그는 경제부총리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4년 10월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통해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경제부총리로서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던 최 의원이 국정원에 예산관련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전 실장에게서 ‘이병기 전 국정원장 지시를 받고 최 의원을 정부서울청사 경제부총리 집무실에서 만나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의원을 상대로 구체적인 자금수수 경위와 사용처 등을 캐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국정원에 상납을 요구한 경위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매월 5000만~2억원 등 총 36억 5000만원 상당의 국정원 특활비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상납은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로 시작됐다. 또 검찰은 최 의원 역시 국정원 측에 상납과 금액 증액을 직접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3년 5월 남재준 전 국정원장 측에 특활비 상납을 요구했다. 이후 2014년 7월 이병기 전 원장에게는 상납금 증액을 요구했다. 따라서 검찰은 최 의원을 상대로 국정원에 돈을 요구하게 된 경위 등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최 의원은 1억원 수수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부인하고 있어 사실규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 외 다른 친박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문고리 3인방’의 일원인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국정원 자금을 건넨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현재 조윤선·김재원·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원종 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한차례 구속위기를 면한 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연루자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할 방침이어서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또 한 번 박근혜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무더기로 법의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문고리 3인방 및 이원종 전 실장과 공모해 36억 5000만원을 국정원에서 상납받았다는 점이다.

이 중 33억원을 이재만 전 비서관이 별도 금고에 보관해왔다. 검찰은 약 15억원을 대포폰 개설과 운영, 삼성동 사저 관리비용, 기치료·운동치료·주사비용, 문고리 3인방 관리비 등 박 전 대통령의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본다. 나머지 18억원은 쇼핑백에 포장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UAE, 원전 빅딜 의혹 증폭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가 전 정권의 아랍에미리트(UAE) 교류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여기에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모두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이 사안은 국민적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청와대를 중심으로 진실규명 작업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으로 촉발된 논란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해당 사안에 대한 집중조사를 주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에 한국과 UAE간 체결한 각종 군사협력 약속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UAE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면서 ‘이면합의’를 맺고 우리 군사력을 끼워팔았다는 의혹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약정과 양해각서(MOU)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결국 사정기관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UAE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시기인 2010년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국회는 우리 정부와 UAE의 군 관련 고위 인사들의 석연치 않은 움직임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원전 수주 한 달 전인 지난 2009년 11월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UAE를 방문했다. 2010년 2월에는 UAE 군 총참모장이, 5월엔 왕세자가, 8월엔 국방장관이 차례로 방한해 의문을 더 키웠다.

김 장관은 2010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UAE 측이 과도한 많은 요구를 했고, 한 40개 정도의 다양한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UAE가 애초부터 원전 계약을 계기로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했다는 의미다. UAE의 주목적이 원전 수입보다는 군사협력에 치우쳐 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김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묻는 의원들 질의에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협조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또 김 장관은 질문 40개의 내용에 대해선 “파병안도 있었다”고만 했다. ‘유사시 군사지원 등을 약속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원전 수출 계약을 앞두고 비공개 약정과 양해각서(MOU)들이 체결된 점도 주목을 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맺어진 이면 계약을 통해 MB정권 실세들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무성하다”며 “해외 소식통들에 따르면 UAE 측에서 이 문제를 무기 삼아 한국 정부에 계약이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고 전했다.

이에 이 관계자는 “원전 수출거래 과정에서 거액의 커미션이나 리베이트 등 은밀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할 수도 있다”며 “이 거래에 개입했던 인사들이 사정라인에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와 UAE와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UAE와 맺은 ‘군사비밀 정보의 보호에 관한 약정’, ‘정보보안 분야 교류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군사교육 및 훈련 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방산 및 군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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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