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야권 진영 분열·통합

야권 ‘살기 위한 몸부림’ 인가…위험한 선택 될 수도

안철수의 결단 놓고 야권 분열에 음모론까지 ‘점입가경’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정계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통합 바람이 6ㆍ13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합신당의 출현이 지방선거 판도를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통합이 오히려 내부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위한 양당 공동기구인 ‘통합추진협의체’는 이달 중 양당 전대를 열어 통합안건이 의결되는 즉시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를 출범, 다음 달까지 통합신당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이 노리는 것은 진보는 아니지만 보수에 염증을 느낀 중도성향 유권자와 진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이다.

이에 따라 정가에서는 양당이 통합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자유한국당과 경쟁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일단 양당 통합은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해 19대 대선 당시 경기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보다 많은 지지를 받으며 2위를 차지한 점을 감안할 때 경기지역 확보를 위한 움직임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향후 총선과 대선을 위해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의 영주로 미리 자리잡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말이 적지 않다.

통합신당의 출현이 어느정도 힘을 가질지는 정치권 내에서도 분석이 엇갈린다.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은 양당 정치에 실망한 중도층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 통합신당 3파 정치가 실현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내분으로 지리멸렬해질 수도 있다.

치열한 전쟁의 시작

안 대표가 지난 11일 사실상 당내에서 나온 중재안을 거부하고 전당대회를 위한 당무위를 소집하는 등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강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바른정당 내부 갈등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통합반대파는 통합전대를 무조건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반발 수위를 한층 더 강하게 높이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 내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중재안 논의를 위해 마련했던 지난 14일 의원총회도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양측이 완전한 결별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안 대표는 전날 중립파 의원들을 만나 ‘사퇴론’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파 의원들이 ‘안 대표의 선(先) 사퇴와 후(後) 전당대회 정상개최’를 중재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 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은 사실상 계획대로 전대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최근 안 대표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전격 회동을 하고,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이 통합신당에 힘을 보태기로 하는 등 합당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점도 ‘통합 강행’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안팎에서는 안 대표와 유 대표가 조만간 통합을 공식화하는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안 대표는 “(반대파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서도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정당이나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인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통합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안 대표의 의지를 이유로 통합찬성파가 ‘정면돌파’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통합반대파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당내 통합반대파는 반발 수위를 높이는 한편 구체적인 행동을 마련 중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불법 보수 합당을 막겠다”며 “그것이 끝내 안 되면 개혁신당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반대파에서는 특히 안 대표 측에서 전당대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대표당원 명단을 재조정하거나, 전대가 아닌 전당원투표로 합당을 의결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산 넘어 산’ 통합 진통

국민의당이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바른정당도 진통을 겪고 있다. 바른정당의 탈당 움직임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꼬이고 있다.

김세연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한 데다 일부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통합 동력’에 힘이 빠지고 있다.

통합을 추진 중인 안 대표의 당내 입지도 조금씩 좁아지고 있어 통합이 어떻게 결론날지 한치 앞을 예상키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9일 “성공적인 통합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의견이 다 똑같다”며 통합 의지를 강조하며 잇단 탈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통합 동력 살리기 행보에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유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당 대표직 조기사퇴 등을 담은 중재안에 “통합을 중지하려는 중재안”이라고 힘을 실었고, 같은 날 안 대표는 중재파에게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11일에는 탈당 기류가 감지됐던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이 잔류 선언을 해 당장은 바른정당이 의석수가 한자릿수로 내려앉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됐다. 바른정당 의석수는 현재 10석이다.

통합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움직임도 관심을 끈다. 통합신당 후보들이 중도보수층과 중도진보층 가운데 어느 쪽을 흡수하느냐에 따라 민주당과 한국당의 전략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신당이 중도보수층 표를 흡수할 경우 한국당 후보들이, 중도진보층 성향표를 가져올 경우 민주당 후보들이 각각 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중도층을 움직일 경우에는 변수가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양측의 통합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본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쉽게 합체에 이르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공천 등 여러 암초가 있기 때문에 통합을 한다해도 차후 어떻게 갈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안 대표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도 손을 잡았다가 놓은 적 있어 현재 통합추진의 미래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나온다.

당장 야권의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탈당, 힘이 빠지는 분위기라는 점도 주목을 끈다. 통합의 핵심은 경기지역 민심인데 남 지사의 탈당은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한국당은 통합신당이 출현한다고 해도 과거 바른정당 창당 때와 마찬가지로 컨벤션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거구별로 한 명씩 뽑는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제3당이 서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도 들린다.

통합신당이 도지사 선거에 강력한 후보를 내보내지 않는 이상 표 분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귀를 솔깃하게 한다.

한국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이 향후 여당 견제를 위해 후보 단일화 등 선거연대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향후 야 3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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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