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50%대 하락… 국정 기조 흔들려, 대북 저자세, 정책 혼선 원인 지지율 하락 속도 빠르고 폭 커… 문 대통령 지지율 이상 기류

文 정부 스스로 핵심 국정 기조 부인, 여론 악화 초래

북한에 대한 저자세로 국민 자존심 건드려

가상화폐 정책, 부동산 정책 등 혼선…文정부 신뢰 잃어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후 처음으로 50%대로 하락했다.

리얼미터의 1월 4주(22일∼24일)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9.8%였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5.6%였다. 수도권과 광주ㆍ전라, 부산ㆍ경남ㆍ울산, 모든 연령과 정당지지층, 이념성향에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변화의 강도와 속도다. 지지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고 폭이 크다. 1월 1주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11.8%p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11.5%p 상승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준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가상화폐 규제 논란에 따른 하락세에 평창올림픽 관련 논란들이 악재가 된 탓으로 설명한다. 리얼미터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관련 그동안의 논란이 현송월 점검단과 2ㆍ8 건군절 열병식 논란으로 확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 추락의 세가지 이유

하지만 지지율 하락 요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첫째, 정부 스스로가 자신의 핵심 국정 운영 기조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단일팀이 구성되면서 피땀 흘려 노력한 여자 아이스하키 일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분출됐다.

문민정부 집권 초기 김영삼(YS)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대였다.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국방비리 척결 등을 단행하면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YS는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고 대선 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집권 10개월만인 1993년 12월 YS는 대국민 사과를 했고, 개혁의 상징이며 대쪽으로 불렸던 이회창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하지만 YS의 지지율은 그때부터 하락했다. 4개월 후에 YS가 석연치 않은 이 총리를 전격 해임하자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YS의 개혁 의지가 의심받았기 때문이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1월 1주와 비교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20대는 14.4%p (81.4%→67.0%), 30대는 19.8%p (86.7%→66.9%)로 하락했다. 젊은 세대에서 단일팀 구성에 대해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불공정했다’는 여론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정부가 국민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을 할 때 민심은 크게 요동친다는 것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 한국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둘째, 북한에 대한 저자세가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여기에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바뀌고 있다는 야당의 공격이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8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면서 김정은이가 하고 있는 위장 평화 공세에 같이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한에 언론의 높은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 “평양올림픽이 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에 대해 평화올림픽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평화 대 평양” 네이밍 전쟁은 가속화됐다. 실제로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평화 올림픽, 2위에 평양올림픽이 차지했다. 이것은 올림픽을 앞두고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여파로 리얼미터 조사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1월 1주와 비교해 보수층에서 13.7%p (42.4%→28.7%) 하락했다.

1월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가상화폐거래소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셋째, 정책 혼선이다. 가상화폐 정책을 둘러싼 오락가락 정책이 대표적이다. 새해 들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지’를 밝혔고, 청와대는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부처 협의가 끝난 사안(법무부)’이라 밝혔지만, 청와대는 ‘아니다’고 한 것이다.

이런 혼선은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든 투자자의 큰 손실로 이어졌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70% 정도가 20∼30대 젊은 세대라는 것이 청와대로써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하튼 가상화폐 규제 반대를 주제로 한 청와대 청원은 22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당장의 부동산 대책은 없다(15일 청와대)”→“조만간 보유세 개혁 방안 마련(16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 안 해(9일 국토교통부)”→“연한 재검토(18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말을 바꾸고 있다.

이러는 동안 인터넷에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바닥났다”며 “이번 정부를 지지했지만 후회가 된다”는 글들이 여러 건 등록됐다.

최근 서울 강남 및 일부 지역만 가격이 급등하고 이외 지역은 떨어지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KB부동산 아파트 매매지수 기준에 따르면, 부산의 15일 현재 집값은 지난해 말보다 0.08% 빠졌고, 울산은 0.1%, 경남은 0.18%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은 1.01% 올랐다. 여하튼 오락가락 정책으로 핵심 지지층에서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은 정부에게 큰 악재다.

문재인 정부 심판 기류 형성…대응책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워낙 실정을 많이 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효과가 그동안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끌었지만 새해 들어 정책을 심판하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통상 국민들은 새 정부 출범 1년 동안 정부 정책에 대해 심판보다는 기대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그런데 새해 들어 평창 올림픽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심판쪽으로 방향이 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이란 “특정 언어와 연계되어 연상되는 사고체제”이며 “사회·정치적 의제들에 대한 개인들의 경험과 태도는 언어 구조 안에서 프레이밍 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통상 프레임은 네이밍을 통해 만들어진다.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를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 여당이 “평화 대 평창” 네이밍 전쟁에서 벗어나려면 야당에 반박하고 정면 승부를 하기보다는 이를 무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홍준표 대표는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좌파 국가주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좌파 민생정책은 서민과 청년을 더욱 힘들게 만들뿐”이며 “좌파 국가주의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고, 좌파 사회주의 개헌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ㆍ13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좌파폭주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선거”라면서 “문재인 정권은 여전히 과거의 적폐청산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 자유한국당은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한국당이 현 정부를 ‘좌파 국가주의‘ 프레임으로 몰아 놓고 ‘평화-평양’ 논쟁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민주당 지지는 하락하고 한국당 지지는 상승했다. 리얼미터 1월 4주 조사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6.1%로 전 주과 비교해 2.2%p 내렸다. ‘평양올림픽’ 공세를 쏟아낸 한국당 지지율은 21%로 같은 기간 2.9%p 상승했다.

이밖에 국민의당 7%, 바른정당 6.3%, 정의당 4.9%이었다. 무당층은 12.4%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신당과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의 신당(반대신당) 등이 생겨날 경우 민주당 지지율은 44.7%, 한국당은 20.3%였다. 통합신당 지지율은 2.8%포인트 오른 12.7%로 현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율 합(13.3%)과 큰 차이가 없었다. 통합 신당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청년들이 공감하고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더 강화된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 부처에 강도 높게 주문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해결을 약속했는데 청년 실업률이 작년 9.9%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들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이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과도한 이념 공세적인 성격이 강하다. 프레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지적처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했고 북한 응원단이 왔으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경기를 참관했지만 그 누구도 ‘평양 아시안 게임’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야당을 비판만 하지 말고 왜 평양 올림픽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차분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김정은이 운전대를 잡고, 문 대통령은 조수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뒷좌석에 앉았다”고 보도한 것을 되씹어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북단일팀을 구성하려고 이유는 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까지 바라보고 있는 중장기적 구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용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이후 자신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아 남북대화 재개가 북미 대화로 연결돼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올림픽 이후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하다면 문재인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크게 고전할 것이다. 분명 새해부터 박근혜 ‘기저효과’ 사라지고 정책심판 기류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6ㆍ13 지방선거 분위기도 달리지고 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점쳐진 지방선거가 안갯속으로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부를 심판하는 ‘회고적(retrospective) 투표’가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지방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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