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ㆍ미사일 입장 확인이 주목적…北 선택에 남북ㆍ북미 관계 ‘유동적’

北, 경제난 해결 위해 북핵ㆍ미사일 중단 조건으로 한미훈련ㆍ남북경협 요구할 수도

정부 특사 ‘한계론’ 지적… 민간 차원, 경제 중심 남북교류 해법으로 제시돼

국내 민간 교류 관련법에 막혀…해외동포 北도 긍정적 , ‘물물교환’UN제재 안걸려

서훈 국정원장

대북 특사의 실질적 대표로 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북 특사로 서훈 원장 외 인물도 동행하지만 사실상 서 원장이 대표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등은 “이번 대북 특사는 한미 공조 아래 진행되는 것으로 미국의 ‘미션’이 전달될 것”이라며 “서훈 원장이 그 일을 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션’과 관련해 “북핵과 관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핵(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입장을 확인하는 게 대북 특사의 실질적 임무이며 이에따라 미국의 대북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대북 특사가 한미 정상 간 대화를 통해 처음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과도 관련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북한 김여정 특사의 답방 형식으로 대북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특사 후보 결정과 역할에 미국의 입김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 핵ㆍ미사일 이외 남북 간 문제는 당사국들이 해결해야 할 것이지만 북핵에 관한 ‘미국의 원칙’이 훼손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비핵화’ 입장은 단호하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서훈 원장은 북한을 잘 알고 그들을 상대해본데다 미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사 발탁의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서훈 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깊고 최고의 대북통으로 미국과도 잘 통한다.

서 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막후 역할을 담당했고, 전ㆍ현직 관료 중 생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에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대북전략실장, 3차장을 지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서 원장은 각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원 3차장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2012년 대선 때는 문 대통령 캠프에서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서 원장은 국정원에서 오랜기간 북한을 상대하며 미국의 파워를 알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대북 특사단에 서훈 원장과 함께 거론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실상 통상 전문가이자 미국통으로 특사단의 격을 높이고 이후 미국에 북한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하는데 의미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북 특사로 서훈 원장이 발탁된 것에 대해 그의 역량을 인정하면서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원장이 아닌 대북 특사 자체가 지닌 본질적 한계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이번 특사는 정부를 대표한 공식 특사이기 때문에 최대 관심사인 북핵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북한과 속깊은 얘기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파격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김여정을 특사로 보낸 것은 심각한 경제난 때문으로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고, 비핵화는 불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경제난 때문에 핵ㆍ미사일 중단을 얘기할지 모르나 상당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4월이 최대 고비로 만일 경제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후 아사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북한이 부득이 북핵 협상에서 핵동결 형태로 양보할 경우 4월 한미군사훈련, 남북경협과 5ㆍ24 조치 해제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남북이산가족상봉도 북한이 수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정권 차원에서의 남북 대화는 한계가 있고 북한이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민간’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의 최대 문제는 ‘경제’”라면서 “민간 차원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를 갖고 대화를 하면 다른 문제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북한과 교역을 해온 장백산 해외동포사업지원단 이사장은 “북한을 상대할 때 민간 차원에서, 그리고 경제를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정확한 분석”이라며 “그러나 국내 민간이 할 경우 여러 관련법의 규제가 있고 북한도 마찬가지여서 해외동포가 중심이 되는 것이 전략적”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북한도 해외동포가 주체가 되는 것이 ‘민족’ 차원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훨씬 실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의 경협도 유엔 제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므로 북한에 필요한 생필품과 북측의 임산물. 수산물 등을 교류하는 ‘물물교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북 특사의 경우 북핵 문제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고 북미 간 견해차가 분명하므로 당장 해법이 나오긴 어렵다.

때문에 북한 전문가 중엔 북핵은 정치권과 국제관계에 맡기고, 남북관계는 민간차원에서‘경제’로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하다. 나아가 정부 차원이 아닌, 북한을 잘 아는 민간이 방북해 남북의 비정치적 현안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향후 정치적 분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남북관계가 이번 특사의 방북을 통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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