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ㆍKTㆍ한전 등 전 정권 비리 연루 의혹 전면 재수사 조짐

전 정권 특정 사업 관련 천문학적 자금 가족 등 해외거래가 핵심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기업수사로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기업 간에 권력형 유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와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에게 수십억대 자금을 상납한 정황까지 더해지면서 추가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역임, 대선캠프에서도 상근특보를 맡았다.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이 전 대통령 취임 후 2008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같은 불법자금이 금융기관장 인사청탁 명목 아래 지난 2007년 대선 기간 및 이 전 대통령 취임 전후를 기해 수차례 건네졌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이 전 회장과 이 전무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각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자금 상납 경위와 출처, 대가성 등의 사실관계를 추궁했다. 이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무와 이 의원 등 친인척이 통로의 역할을 하고 실질적인 청탁 자금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 관여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며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정경유착 권력 비리 추적

검찰은 수수시점 등을 고려해 상납받은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치ㆍ선거자금 명목의 자금 역시 정치인으로서 공무원의 직무관련성이 입증될 경우 추가적인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혐의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의 뇌물 및 횡령 액수는 수십억대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검찰은 고속도로 휴게소 및 건설사를 운영하는 중견기업인 대보그룹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수억원을 건넨 자금흐름을 포착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살피며 수사폭을 넓히고 있다. 대보그룹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부터 관급 공사를 여러차례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추가 혐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지금까지의 주요 수사와는 별개로 1차 기소 후에도 외연을 넓히면서 추가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던 기업들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다스(DAS) 실소유주로 결론 내리면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 쪽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DAS)는 서류상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회장 소유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실소유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지난달 15일 구속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구속영장에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다스의 로펌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같은달 23일 당시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을 불러 조사했다. 김모 전 부회장은 검찰에서 해당 비용이 현대차의 현지 소송과 관련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현대차 협력업체이던 다스의 매출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포스코그룹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이상은 다스 회장 소환 당시 포스코그룹이 사들인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은 1995년 이상은 회장과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 공동 명의로 된 도곡동 땅을 263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이 회장이 아닌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에게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일면서 다스와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지난달 초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도곡동 땅 매입과 관련된 장부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건립에 개입했다는 것을 추측할 만한 문건이 공개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더불어 의혹이 불거지는 기업을 손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무엇보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시민단체 시민옴부즈맨공동체(상임대표 김형오)는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통한 최순실씨가 포스코 인사에 영향을 미친 의혹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최씨와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25명을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은 수사 의뢰서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등에서 최씨가 포스코 회장 선임 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그간 명확히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포스코의 ‘인사 적폐’ 의혹과 이로 인한 부실 운영 등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최씨 의중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가 권 회장을 포스코 수장으로 낙점하고 이를 빌미로 포스코의 계열사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 강탈 등 최씨의 이권 챙기기 행보를 돕거나 묵인하게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최씨가 기획한 ‘국정농단’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권 회장 사이에 오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청와대가 포스코 임원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 수사는 기정사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도 눈길을 끈다. 검찰은 특검 수사에 앞서 수사해 광고감독 차은택 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2015년 포스코가 계열사인 포레카를 매각하려 하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광고회사 대표를 압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원외교 관련사업 주목

일각에서는 자원외교와 연결된 기업들을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사가 시작되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해외자원개발사업 명목으로 소비된 혈세와 더불어 당시 권력실세들의 해외비자금 조성여부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들이 해외자원개발을 내세워 상당한 비자금을 챙겨 해외 비밀금고 또는 차명계좌 등에 은닉했을 것으로 보고 심층 조사를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이계 인사들은 “해외비자금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박영준, 최시중, 천신일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일부 드러난 적 있어 경우에 따라 비자금 꼬리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서술했다.

이어 “해외 자원 개발의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며 “외교관 출신인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를 자원외교의 적격자로 보아 기용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 노영민 당시 자원외교 국조특위 위원장은 회고록 내용이 공개된 이후 “해외자원개발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45건 가운데 MB형제가 주도한 것이 90%에 육박한다”며 “청와대가 주도해서 MB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것은 정부 공식 문서로 확인되는데 남에게 잘못 전가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여러 인사들 가운데 한 전 총리를 주목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이명박 정권 당시 자원외교에 앞장선 정황이 뚜렷하고 그를 내세워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여러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그의 입을 통해 자원외교 실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은 한 전 총리가 자원외교와 관련해 상당한 내용을 알고 있는 인물로 꼽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피해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특사'를 자처하며 세계각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내용을 자신의 저서 <자원을 경영하라>에 상세히 기록하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자원외교 관련 실무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

MB정부 핵심실세 각자 역할

자원외교는 청와대(이명박 대통령)→국무총리실(한승수 총리)→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ㆍ최경환 장관)→측근 정치인(이상득 의원 등)→에너지 공기업(강영원ㆍ김신종 사장 등)→민간기업으로 이어지는, 말하자면 총체적 국정과제였다.

MB정부가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투자 및 손실규모에 대해 총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면 MB정부 기간동안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한전 및 발전 자회사는 총 80개의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기업들이 투자한 총액은 31조2,663억원으로 이중 이익을 낸 사업은 13건으로 1조 4214억원에 불과한 반면, 36개사업에서 총 2조7,596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투자손실액은 공기업의 제무제표에 반영된 당기순손익을 기반으로 계산된 금액에 불과해 소득없이 철수수순에 들어간 사업의 손실규모를 포함하면 4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MB정권의 공신으로 불리는 이들이 자원외교를 통해 입힌 손실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MB는 외교정책에서 인적ㆍ물적 자원을 활용해 자원 보유국과 장기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자원 외교를 맺겠다는 이른바 ‘맞춤형 에너지ㆍ자원외교’를 국정 핵심과제의 하나로 강화하기로 하고 인수위원회는 자원외교를 MB의 국정철학을 핵심정책으로 삼았다. 그리고 2008년 1월 14일 당선인 신분이었던 MB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차기 총리 인선기준등을 거론하며 ‘자원외교형 총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의 행보도 미스터리다. 한 전 총리(당시 UN기후변화 특사)는 국무총리로 지명되기 이전인 2008년 1월 28일 “이명박 당선인도 활동하겠지만 저도 열심히 해서 우리의 애로인 자원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그는 총리 재임기간 동안 총 4건의 자원개발 사업관련 MOU를 체결했지만 이 중 3건은 성과없이 끝났고 우즈벡에서 체결한 나망간‧추스트 탐사사업은 2014년 성과없이 철수해 총 487억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전력(한전)과 한전 계열사의 비리를 검찰이 강도높게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한전 비리에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다수 연루된 정황이 검찰에 포착, 수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한전비리에 연루된 최측근들 중에는 이 전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인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은 석탄공사 비리 의혹과도 연결된 정황이 드러나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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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