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 ‘절반의 승리’ 평가 이유는

文정부, MB 구속 앞당겼어야…국정운영 영향줄 수도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 수감됐다. 검찰이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22일 밤 11시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1시간여만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3월 14일)에서부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19일)와 법원의 영장 발부(22일), 구속 수감(23일)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전직 대통령이란 점을 제외하면 일반 형사범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전후, 구속에 이르기까지 MB 측과 문재인 정부 간에 ‘또 다른 전쟁’이 있었고, 이것이 MB 구속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전쟁’에 대해선 검찰 수사상의 혐의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역대 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놓고 문재인 정부와 MB 간에 치열한 공방과 힘겨루기가 있었고, 결국 문 대통령이 ‘반쪽의 승리’만 거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는 MB 수사와 관련해 아직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고, 이것이 향후 국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MB 구속이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과 수사의 향배를 짚어봤다.

MB 조사에서 구속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은 14일 서울중앙지검이 MB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면서다.

물론 이 전 대통령 측근들 수사가 진행되면서 MB에 대한 직접 수사가 예고돼 있었지만 실제 현실화된 것은 14일이다.

검찰은 14일 MB를 소환해 21시간 동안 뇌물수수와 횡령ㆍ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의혹과 관련해 20여개 안팎의 혐의를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MB에겐 국가정보원에서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68억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2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된다.

또한 다스에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총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이밖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한 혐의(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포함된다.

MB를 조사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통해 보고를 받은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검 회의를 거쳐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MB 구속 시점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된 모양새다. 지난 14일 검찰 소환 닷새만인 19일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3일 뒤인 22일 MB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외견상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냈고,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MB에 대한 수사가 외부에 알려진 혐의에 국한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도 관련된 ‘큰 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한 발 늦었다’는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MB를 좀 더 일찍 구속했다면 문재인 정부의 향후 국정 운영이 순탄했을 텐데 한 발 늦게 이뤄지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베트남ㆍUAE 순방을 떠나기 전 MB가 구속됐다면 국정과 연계된 ‘큰 일’에 대한 결재를 할 수 있었는데 출국 직후 구속돼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큰 일’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하면서 국정운영과 연계돼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과도 관련있고, 직전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국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하고, 박 전 대통령은 그 전제로 MB에 대한 구속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를 포함해 상당한 비리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국고 환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최순실게이트로 탄핵 사태가 불거지고 MB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게 이르자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중에도 문재인 정부에 계속 수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MB가 구속되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문재인 정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MB에 대한 수사와 구속이 발 빠르게 진행된 데는 그러한 배경도 있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文 ‘절반의 승리’… MB의 승부수 통했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검찰 소환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포토 라인에 서서 ‘대국민 입장’을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아껴야 하는 말’을 다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일종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검찰 소식통과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승부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것으로 문재인 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검찰이 고민 끝에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나 법원의 영장발부가 문 대통령이 베트남ㆍUAE 순방을 위해 출국한 후에 진행된 것에 대해 일각에선 MB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 중엔 문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 MB를 신속하게 구속해야 하는데 MB의 반격에 고민을 하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MB를 구속 수감한데 대해 ‘절반의 승리’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최대 국정 중 하나가 남북관계라는 점에서 MB 구속 지연이 4월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MB 구속과 향후 수사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취재팀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