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해법은 ‘남북한 중립국’…남북ㆍ북미 정상회담 ‘변수’ 될 수도

외교부 30년전 북한이 제안한 ‘한반도 중립국’ 창설 공개

<주간한국> 보도 북핵 해법‘한반도 영세중립국’ 안과 공통점 많아

‘한반도 중립국’ 내용 ‘군축’ 등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 영향 줄 수도

4월 남북정상회담 北 주도권…DJ정부 6ㆍ15선언, 盧정부 10ㆍ4 선언 이행 요구 전망

외교부는 30일, 작성된지 30년 이상 경과한 외교문서 1천 420권(23만여 쪽)을 원문해제(주요 내용 요약본)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했다. 북한이 1987년 남북간 연방제 통일을 거쳐 중립국을 창설하자는 제안을 미소정상회담 계기에 미측에 은밀히 전달한 사실 등이 비밀해제된 당시 외교문서에서 새롭게 확인됐다.(연합)

과 의 정상회담이 4월 27일로 확정된 가운데 회담 ‘의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남북은 3월 29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열고 3개항의 합의가 담긴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에 대해선 차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핵보유국 입장에 변함이 없고 ‘비핵화’를 단호하게 거부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의제가 되기 어렵다. 설령 의제로 논의되더라도 결론을 낼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4월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한 다음날인 30일, 북한이 ‘한반도 중립국 창설’을 제안한 30년 전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으로 남북 중립국과 군축 등이 거론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부 전문가는 ‘한반도 영세중립국’ 안이 남북 정상회담 의제와 관계없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주간한국> 2016년 7월 12일자(제2635호)
2018년 1월 2일자(제2709호)
<주간한국>은 북한 전문가와 국제 정보관계자 등의 견해를 근거로 남북이 영세중립국이 돼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남북 대립을 근본적으로 종료시킬 수 있다는 논지를 펴왔다.

급변하고 있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국의 상황을 토대로 ‘한반도 중립국’ 방안과 함께 4월 남북정상회담과 향후 전개될 남북한 상황을 짚어봤다.

4월 남북정상회담…北 주도권 쥐다

과 의 정상회담이 4월 27일 열린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오는 4월 남북정상회담은 올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어 남북한 고위급회담,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파격적인 방한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가시화됐다. 이어 3월 초,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4월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됐다.

북한이 이전 정부 때와 다르게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제시하고 일련의 과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데는 북한의 현실이 깊이 작용했다. 지난해 9월 수소폭탄 실험인 6차 핵실험 후 전 세계가 대북 제재에 나서고, 특히 중국이 동참하면서 북한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추락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 경제난이 심각하다. 북한이 작년 12월 5년만에 당 최말단 조직 책임자인 세포위원장 대회를 개최한 것은 민심이 심상치 않아 신년 초에 열던 것을 앞당긴 것”이라며 “장마당으로 버텨오던 서민경제가 무너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이 의지하던 중국마저 국제적 압박에 등을 돌리면서 남한이 경제난 해결의 유일한 돌파구가 되면서 평창올림픽에도 참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 6월부터 쌀이 공급되지 않으면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어 북한은 자존심도 버리고 남한에 도움을 청했다”면서 “친동생인 김여정을 보내는 등 최대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던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하면서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4월 남북정상회담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6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파격적인 환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한이 머리를 숙여가면서까지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경제 상황이 너무 안좋아 자존심을 버려가며 남한에 손을 내밀었는데 한국 정부가 미국 눈치만 보고 아무 것도 못하는 것에 크게 실망하고 중국에 기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이 OK 하기 전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중국으로 돌아섰다”며 “중국으로부터 식량 등 즉시 필요한 것을 얻게 돼 있어 전과 같이 남한에 아쉬운 말을 안하고, 오히려 당당하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4월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정부 때 약속한 6ㆍ15 선언과 노무현 정부 때의 10ㆍ4 선언 이행을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두 선언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도 이행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정상회담 의제 ‘비핵화’ 상반된 시각들

남과 북은 3월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에서 다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4월 27일로 확정하고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빠졌다.

고위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ㆍ한반도 평화정착ㆍ남북관계 발전이 주요 의제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비핵화와 관련해 ‘북측에서 단계적ㆍ동시적 조치 언급 없었나’는 질문에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핵에 관한 북한의 확고한 입장을 고려할 때 북측이 ‘비핵화’를 정상회담 의제로 삼을 가능성은 낮고, 설령 논의가 되더라도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후 북한이 우리 정부에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잘못 전한 것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는 후문에서도 짐작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핵에 관한 멘트는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다. 북한이 말하는 선대의 유훈인 비핵화는 북한이 외부(특히 미국)로부터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고, 상대방(미국)도 핵을 제거해야 그렇게(비핵화)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비핵화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비핵화에 대한 요구에 “(대북 지원을 전제로)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 는 입장을 밝혔을 뿐 비핵화 얘기는 꺼내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이끌어내려면 그에 상응한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한다. 이들은 북한에 대한 확실한 체제 보장과 지원이 가장 유효한 방안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일부 긍정적 시각을 가졌다면 물밑 대화에서 무언가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북한의 ‘한반도 중립국’ 창설 제안 문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확정 다음날 공개한 것도 그렇고, 남북한이 국제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비핵화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회담‘한반도 중립국’ 부각될 수도

외교부가 3월 30일 공개한 북한의 ‘한반도 중립국’ 제안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북한 부탁을 받아 1987년 12월 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건넨 비공식 문서다.

외교부가 3월 30일 공개한 북한이 30년 전 미국에 제안한 '한반도 중립국' 창설 내용이 담긴 문건.
이 문서 제목은 ‘한반도 완충지대 설정 및 중립국 창설을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제안’으로 ▦남북한 병력 각각 10만 명 수준 감축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불가침 선언 및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대체 ▦남북한 군을 단일한 ‘민족군’으로 통합 ▦민족적 단합에 위배되는 모든 협정 및 조약 폐기 ▦남북한으로 구성된 연방공화국 창설 및 공화국이 중립국가 및 완충지대임을 선언하는 헌법 채택 ▦연방공화국의 단일 국호 유엔 가입 등 북한의 제안들이 담겨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에게 전한 문서의 핵심은 크게 ‘민족끼리’와 ‘군축’이다. ‘민족끼리’는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민족’ 차원에서 주체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군축’에는 핵무기 축소도 포함되지만 궁극적으로 결국 미군 철수를 겨냥한 것이다. 그리고 통일된 한반도를 남북이 ‘민족군’으로 지켜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들 내용은 30년 전 북한이 제시한 것이지만 오늘날 거론해도 논의할 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이 4월 정상회담에서 김일성 주석이 30년 전 제시한 ‘한반도 중립국’ 제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방어할 충분한 명분이 있는데다 미국과 한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긴박하게 움직인 스웨덴과 핀란드가 공교롭게 모두 중립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합류한 리용호 외무상은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벌일 비핵화 협상의 핵심적 인물로 15일부터 사흘간 스웨덴에서 진행된 북한-스웨덴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했다. 리 외무상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회담 후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스웨덴은 한반도에서 역할을 해왔고, 한반도와 관련된 크고 작은 관련 상황에 대해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담 직후 핀란드에선 남북한과 미국의 1.5트랙(반관반민) 대화가 열렸고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30년 전 제안한 ‘한반도 중립국’ 안을 다시 꺼낼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외교부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외적으로 예민한 내용이 담긴 북한의 문건을 공개한 것이 남북 합작품이거나 실제 남북이 ‘중립국’을 주창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으로 중국과 북한이 주도권을 가진 상황에서 남북이 새로운 위상을 갖게 된다.

미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미국-일본-한국-대만으로 이어지는 중국 포위전략에 큰 구멍이 생겼고, 일본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만일 남북이 ‘한반도 중립국’에 한목소리를 내면 미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변수가 생겨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 시기로 현명한 선택과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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