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2인자 자리매김…친문 지지 땐 대망론 실현 가능

친화력ㆍ깔끔한 일처리ㆍ해결사 능력으로 문 대통령 신임 높아

비서실장에 특사 업무까지 맡길 정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까지

여권 유력 잠룡 안희정 추락, 임 실장에 대권 도전 기회 넓어져

운동권 동지 우상호 서울시장 당선되면 대망론 날개 달아

비서실장 ‘문재인’과 ‘임종석’의 가장 큰 차이는…권력 의지?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가가 상한가다.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고 야당의 공격에는 탁월한 정무 능력을 선보이며 문재인 대통령 보좌에 충실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은 그를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 지명하며 전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림자 보좌’ 역할에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임 실장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민감한 이슈에는 직접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적극적으로 언론을 상대한다. ‘기춘대원군’으로 불렸던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브리핑은 물론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비서실장 임종석’의 모습이 호평을 받으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를 잠재 대권 주자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유력 차기 대권 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진 가운데 임 실장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보 진영의 지지 기반인 전남 장흥의 호남 출신인데다 50대의 젊고 소탈한 성격, 사안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업무 능력 등 차기 대권 주자의 조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평화 무드가 이어진다면 임 실장에 대한 평가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물꼬를 튼 인사가 임 실장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사파’ ‘운동권’ 꼬리표를 떼고 잠룡 후보에 성큼 다가선 임 실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文 신임 얻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까지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일(2017년 5월 9일) 이튿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을 발표했다. 후보 시절부터 이미 비서실장으로 점찍고 있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면서 박원순 시장 측근으로 불렸던 그를 삼고초려 끝에 2016년 10월 캠프로 데려와 중책인 비서실장을 맡길 만큼 손발을 맞추기 전부터 신뢰를 보냈다. 이후 임 실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꼼꼼한 일처리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불렸고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임 실장은 현재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임 실장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북 특사단 5명의 대화 내용을 아는 남측 인사는 문 대통령과 임 실장을 포함해 7명뿐이라는 얘기도 돈다.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10·4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그해 5월부터 당시 백종천 국가안보실장,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 김만복 국정원장 등과 극비리에 진행한 바 있다. 2007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공개적으로 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정부부처는 뒤로 빠져있고 청와대, 그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했던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도적으로 회담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임 실장이 현재 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文 신임 이유는?…현안마다 전면에 나서 해결사 역할

정치권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임 실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이유로 빠른 의사결정과 깔끔한 일처리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임 실장은 사안의 경중을 떠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직접 나서서 문제를 매듭지었다.

집권 초기 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논란'에 대한 공식사과, 지난해 7월에 있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당시 국민의당을 향한 ‘머리자르기’ 발언에 대한 대리사과 등 청와대에 부담이 될 사안은 재빠르게 수습했다.

민감한 발표 내용은 직접 브리핑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표적인 것은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한 청와대 문건이었다. 지난해 10월, 임 실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세월호 보고 문건 불법 변경 사실을 알리며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첫 상황보고 시간을 6개월 뒤 30분 늦춘 오전 10시로 조작했으며, 청와대가 위기관리컨트롤타워라고 명시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안전행정부'로 불법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에는 “국민 투표법 개정 여부는 국회의 개헌 의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한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국민의 권리를 회복시키고 개헌의 진성성과 의지를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개헌에 대한 청와대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임 실장의 해결사 면모가 도드라진 계기는 UAE 특사다. 이전 정부에서 체결한 한국과 UAE간의 비공개 군사협정을 놓고 UAE 측과 불화설이 제기되자 직접 UAE를 방문해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비공개 특사 파견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졌지만 이후 UAE의 2인자로 통하는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방한하며 문제는 일단락됐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 UAE 순방에 앞서 UAE를 방문해 칼둔 청장과 비공개 면담을 하는 등 이전보다 양국의 관계가 돈독해졌다는 평가다. 임 실장 역시 “실무적인 문제는 저와 칼둔 청장이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과에 만족감을 보였다.

대망론 첫 퍼즐은 운동권 동지의 서울시장 당선?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의도의 관심은 오는 6월 지방선거로 모아졌다. 특히 ‘소통령’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여당 중진들의 움직임은 지난 연말부터 바빠졌다. 출마를 포기한 민병두 전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의원은 발 빠르게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 연말 임 실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출마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영선 의원과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임 실장이 “시장이 3선 하지 않고 대선 출마로 바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의원님도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다. 박 의원이 (경선에) 나와 중심을 잡아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에서 사실상 박 시장 3선 반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과 서울시에서 “임 실장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치인인 임 실장이 발언의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 실장이 우상호 의원을 후방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임 실장의 정치적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 의원의 서울시장 당선 시나리오다. 두 사람은 운동권 동지로 함께 정치권에 몸담은 막역한 사이다.

우 의원이 서울시장이 된다는 것은 경선에서 박 시장이 패배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박 시장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차기 대권 주자 이미지도 퇴색될 수 있다. 여당 내 지지 세력도 작아 국회 입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안 정치권 밖에서 머물 가능성도 있다. ‘임종석 대망론’에 장애물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우 의원의 시정이 호평을 받는다면 임 실장의 이미지 역시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임 실장은 ‘운동권’ 이미지에서 탈피한 역동적인 국정 2인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당선을 가정 하에 우 의원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보수에서 공격하는 ‘주사파’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 잘하는 ‘운동권’ 이미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라고 바라봤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조사 50%+안심번호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짓는다.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이 큰 격차로 앞서고 있지만 권리당원 투표는 안개 속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최대 70%에 달하는 친문 성향의 당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후보들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순·박영선·우상호, 세 주자 가운데 친문에 가까운 쪽은 우 의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촛불정국 당시 큰 잡음 없이 원내대표로 임무를 완수했고 친문 세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경선이 결선투표로 간다면 예측불허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친문 세력이 ‘박원순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친문 핵심 김경수 의원이 지난해 하반기 박 시장에게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한 바 있어 친문에서 박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의 새로운 복심으로 떠오른 비서실장의 친구인 우 의원을 지지할 명분은 충분하다. 당내 친문 세력이 힘을 합친다면 친문 당원 역시 이를 따라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서실장 ‘문재인’과 ‘임종석’의 차이는 권력 의지?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된 자리다. 언제든 대통령의 호출에 대비해 대기해야 하고 대통령이 순방 등의 이유로 청와대를 비울 경우 국정 2인자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이유로 권력 실세소리를 듣기도 한다. 때문에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주변의 시선은 둘째 치고 수많은 회의와 점검 등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일상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고혈압에 녹내장은 물론 치아까지 빠져 임플란트까지 했다. 심지어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졸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문 대통령 특유의 발음은 바로 임플란트 때문이다.

임 실장 역시 다르지 않다.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지 두 달여 만에 격무에 시달려 임플란트 수술을 했고 손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물집이 생기는 ‘한포진’ 때문에 한의사를 초빙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한포진은 통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한다. 지난해 7월 청와대 트위터에는 임 실장 목 주변의 선명한 부항자국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비서실장 ‘문재인’과 ‘임종석’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문 대통령은 애당초 정치권과는 거리를 뒀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주위의 숱한 선거 출마 요구를 한사코 거부했다.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가 몇 차례 부산광역시장 출마를 권유했는데도 “나는 참모용이고 더 나은 사람이 출마해야 한다”고 고사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자는 권유에 “민정수석으로 끝낸다” “정치하라고 하지 말라”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듬해 총선 출마 요구가 거세지자 청와대를 나오기도 했다. ‘왕수석’ ‘왕의 남자’로 불리면서도 권력의지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임 실장은 다르다. 1986년 한양대 입학 후 전대협 3기 의장을 맡았고, 2000년 전대협 출신인 이인영, 우상호 등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386세대’의 제도권 정치 시작을 알렸다. 재선 이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2년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으로 여의도 정치권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러브콜로 2014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다 20대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인생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오찬회동을 마치고 나오며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달 임 실장의 긴급 UAE 방문 이후 한달 만이다.(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청와대까지 입성해 적어도 지금까지는 큰 잡음 없이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오는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뜻깊은 성과물이 나올 경우 임 실장에 대한 세평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 정치권 인사는 “친노 적자를 외쳤던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친문(親文) 세력의 이질감이 적지 않았다”며 “차기 친문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임 실장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인사는 “임 실장은 정치인이다. 청와대를 떠나 정치인으로 돌아올 때 어떤 목표와 역할을 염두에 둘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존재감이 전과는 180도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며 “호남(전남 장흥) 출신에 젊고 유능한 진보 정치인이 큰 꿈을 이룰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 실장의 존재감이 커지자 오해를 사기도 했다. 지난달 7일 청와대 오찬회동 직전 임 실장과 환담을 나누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안희정이 그렇게 되냐. 무섭다. 안희정 (사건)을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던데”라며 “임 실장은 미투에도 이렇게 무사하네”라며 정치권에서 나도는 음모론을 거론했다. 이른바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임 실장이 안 전 지사 찍어내기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대표님이 무사하니 저도 무사해야죠”라고 뼈 있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과한 ‘기획설’까지 거론되는 걸 보면 보수 진영에서 임 실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협적인 상대가 될 것을 우려해 견제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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