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천안함 사건 수면 위로… ‘천안함 진실게임’ 재점화

北, 천안함 관련자로 알려진 김영철을 남북 행사 전면에 내세워

“북한 자신감, 남북 과거사 정리설”vs “북한식 책임회피에 불과”

민ㆍ군 합동조사단 ‘북한 소행’ 결론…최근 의혹 제기에 재조사 요구 봇물

‘천안함 진실’ 재조사 결과 따라 향후 남북관계 극단으로 갈릴 수 있어

김정은 방중 후 천안함 사건 재론돼…中, 조사 주도한 미국 겨냥 설(說)도

4월 3일 오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양 미산각(통일전선부 소속 초대소)에서 남측 예술단을 초청, 환송 만찬에 앞서 인사말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천안함 바람’이 심상치 않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북한이 정면으로 문제삼고, 국내서도 진실공방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건 당시 민ㆍ군 합동조사단은 ‘북한 소행’으로 결론냈고, 일각의 의혹 제기는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작심한 듯 천안함 사건을 거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종래 억지 주장을 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자신있게 나오는 것이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대해 ‘확실한 무엇’(증거)을 확보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낸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꺼내든 방식과 시점도 주목된다.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웠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직후, 그리고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세적으로 나왔다.

이를 두고 전문가 중엔 북한이 천안함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할 자신감과 당시 사건 조사를 주도한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가 보인다고 분석한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국제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공식 입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잇따른 의혹 제기의 도전을 받고 있다. 만일 재조사 등을 통해 기존 결론과 다른 사실이 밝혀진다면 국내는 대혼란이 일고, 조사를 주도한 미국은 국제적으로 곤궁에 처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질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점차 강해지고 있는 ‘북한발(發) 천안함 바람’의 실체를 추적했다.

4월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왼쪽 세번째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참석자들이 '다시 만납시다'를 같이 부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김영철 등장, 천안함 사건 다시 수면 위로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남북관계 전면에 나서면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2월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해 북측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방남해 ‘천안함 논란’의 불을 지폈다.

자유한국당 등은 김 부위원장의 방한 철회를 요구하고 방남 저지를 위해 서울로 향하는 통일대교 남단 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보수 진영은 크고 작은 ‘반(反)김영철’ 시위를 벌이며 세력을 결집했다.

그럼에도 김 부위원장은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면서 ‘천안함 논란’은 절정에 달했다.

국회에선 여야가 김 부위원장의 천안함 사건 주범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고, 보수ㆍ진보 진영은 극한 대립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 진영은 김 부위원장이 북한 국방위원회 산하의 정찰총국 총국장으로 있을 당시 천안함을 공격한 장본인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정부와 민주당은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피격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았던 것은 사실이나 그가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분명치 않다고 했다.

통일부는 2월 ‘김영철 방남 관련 설명 자료’에서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정원은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은 맞다”면서도 “(김 부위원장의) 관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평창올림픽 폐막식과 이후 주요 남북관계 행사에 등장해 천안함 사건을 연상시키며 논란을 불러왔다.

3월 5일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 등 특사단과 면담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천안함 파장’ 확산에 재조사 요구 봇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전후해 일기 시작한 남북관계 해빙 과정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제외하고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 나온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도 주목받았지만 김 부위원장에 비할 바가 못된다.

김 부위원장은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안보실장 등을 잇달아 만나며 남북정상회담, 북미대화, 군사회담 등 한반도 정세를 가름할 방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부윈장은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하는 자리에 배석했고, 대북특사단과의 6일 실무협의도 김 부위원장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우리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의 평양공연은 김 부위원장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특히 우리 예술단의 공연에 김정은 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국내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면서 행사 전면에 등장한 김 부위원장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김 부위원장이 직접 천안함 사건을 언급하면서 ‘천안함 논란’은 적잖은 파장을 가져왔다.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우리 예술단의 동평양대극장 공연에서 남측 취재진의 보도 통제 논란이 일자 다음날 이를 해명하러 온 김 부위원장은 자신을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국내 보수 단체와 언론은 김 부위원장을 성토하면서 천안함 사건과 김 부위원장 행태에 문재인 정부가 침묵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북한 매체는 김 부위원장 발언 다음날 천안함 폭침 사건을 “남조선의 조작극”이라고 공세를 폈다. 노동신문은 3일 “남조선 보수패당이 조작해낸 치졸한 모략극인 천안호(함) 침몰사건의 진상은 이미 만천하에 폭로됐다”며 “천안호 침몰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일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을 그 누구의 도발에 의한 것으로 기정사실로 해 동족 대결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광대극”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의 천안함 주범 발언을 계기로 남북은 극한 대립을 보였고, 국내에서는 천안함 진실게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의 ‘8년만의 공개-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재조사 요구 행렬에 동참하는 등 ‘천안함 논란’은 확대일로에 있다.

김 부위원장의 천안한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고,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 역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진영과 자유한국당 등은 천안함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또한 사건 당시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북한 소행)가 유일한 진실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남측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월 25일 오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천안함 발언’의 숨은 속내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자신을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남측의 시각에 빗대 소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크게는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 사건의 장본인이란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부위원장이 보도 통제 논란으로 서먹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발언했지만 천안함 사건의 당사자라는 것을 불만스럽게 인정한 것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천암함 사건을 남측의 조작극으로 주장해온 북한의 입장과 상반되는 해석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는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도발했지만 김 부위원장과는 무관하다는 해석이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인 것은 맞지만 자신은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 자체를 부인하는 북한 입장과 어긋난다.

세 번째는 천안함 사건과 김 부위원장이 주범이라는 남측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부위원장이 자신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그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김 부위원장 발언이 천안함 사건은 물론, 주범이란 것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 김 부위원장 발언을 상투적인 것으로 보고 실제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판단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한편,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의 천안함 발언과 관련해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고, 김 부위원장도 무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수십년간 북한을 알고 지낸 입장에서 판단할 때 김영철 부위원장의 천안함 발언은 폭침도, 주범도 아니라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그만큼 자신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 북한 대표 단장으로 갈 때만해도 해방 이후 남북한의 불행한 과거(사건)를 정리하자는 메시지로 알았는데 천안함 발언을 보고 확실히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의 과거사를 정리하고 ‘민족끼리’ 새롭게 출발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면 전면에 나설 수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김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북측 대표로 방남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남측 대북특별사절단의 면담에 배석했을 뿐만아니라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진두지휘한 것은 의도적으로 김 부위원장을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며 “그런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얘기를 꺼낸 것은 자신과 무관하고 자신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김영철 부위원장이 천안함 얘기를 꺼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남한에서 5ㆍ24조치가 내려지고 남북 교류. 경협 일체가 막혔는데 이를 풀기 위해 김 부위원장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수소폭탄 실험 이후 전 세계의 대북 제재로 북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일한 통로가 남한인데 5ㆍ24조치가 풀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되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인데 김 부위원장이 실제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다면 남북 대화와 교류에 그를 전면에 내세우겠나”라고 반문했다.

베이징과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천암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국제합동조사단의 결론과 김 부위원장이 주범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이들은 김 부위원장의 천안함 발언 이면에 재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자는 의도가 담겨있고,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무엇인가를 확보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반도 전문가는 김 부위원장의 천안함 발언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는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직후 천안함 얘기를 한 것이 주목된다”며 “만일 천안함 재조사를 통해 기존 결론과 다른 사실이 밝혀질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미국으로 현재 중국과 미국이 극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유엔 기구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고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될 경우 초기 사건 조사를 주도한 미국의 입지가 궁색해지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일정 부분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 부위원장이 직접 말을 꺼낸 것은 재조사를 하더라도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그 결과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3월 2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오거리 광장에서 열린 '제3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및 안보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때 목숨을 바친 호국 영웅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진실게임’ 재점화…결론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천안함 발언’ 이후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밝히자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건 당시 불거졌던 ‘천안함 진실게임’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 당시 국방부는 민ㆍ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침몰원인 규명하고, 북한 잠수함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받아 천안함이 침몰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 12개 민간기관의 전문가 25명과 군(軍) 전문가 22명, 국회추천 위원 3명, 미국ㆍ호주ㆍ영국ㆍ스웨덴 4개국 전문가 24명으로 편성했다. 조사단은 과학수사ㆍ함정구조 및 관리ㆍ폭발유형분석ㆍ정보분석 등 4개 분과로 나나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해 5월 20일 ‘북한 소행’으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일각에선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수사결과에 의의를 제기했고, 암초설ㆍ 금속피로설(피로파괴설)ㆍ유실기뢰설ㆍ자침설(조작설)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 반론은 이명박 정부의 반격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분노 여론에 눌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국내외에서 재조사 요구가 높아지면서 초기 반론들이 재조명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러시아 조사단이 침몰원인을 기뢰에 의한 수중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결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기뢰)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이는 천안함이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뒤엎는 것으로 전문가 중엔 그간의 여러 의혹을 설명해줄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전사(戰史) 전문가와 북한 해주항을 중심으로 남북 무역을 한 관계자들은 기뢰에 의한 천안함 칠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 한국전 전문가는 “6ㆍ25 전쟁 당시 북한을 도와준 중국과 소련 해군이 한강 하구를 통해 서울로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합국이 많은 기뢰를 설치했는데 그것이 모래에 묻혀있다 수중에 떠올랐다면 천안함과 충돌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해주항을 통해 남북 무역을 한 관계자는 “한강 하구에 6ㆍ25때 설치한 기뢰가 많아 그 지역을 피해 항해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며 “천안함 침몰이 기뢰와 충돌해 벌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천안함 재조사 요구가 국민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그때 가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일시 국론분열이라는 혼란이 오더라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이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사를 정리하고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남북 교역을 해온 관계자들은 “5ㆍ24 조치로 인해 남북 교류가 막혀있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상반된 입장으로 남북이 불신만 높아지는데 조속히 실체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3월 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천안함 사건 실체 남ㆍ북ㆍ미, 동북아 영향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남북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미동맹, 나아가 동북아질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통해 기존 결과와 같은 결론에 이르면 북한은 궁지에 몰리게 되고 해빙 분위기의 남북관계는 일시에 얼어붙을 수 있다. 4월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5월 북미정상회담도 영향을 받는다.

반면 재조사 결과 기존 결론을 뒤엎는 사실이 나온다면 남북관계는 새국면을 맞을 수 있다. 천안함 사건 조사를 주도한 미국은 ‘조작’의혹을 받을 수 있고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천안함 진실은 중국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중국-북한-러시아로 이어지는 3국 연대와 미국-일본-한국으로 연결되는 3국 동맹의 힘의 역학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특히 남북관계는 견고해질 수 있어 한반도의 위상과 선택에 따라 동북아질서가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 전문가와 국제관계 정보통 사이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후 북한이 천안함 문제를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 간에 모종의 밀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회자되고 있다. 즉, 북한과 중국이 손을 잡고 미국을 궁지로 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천안함 진실이 기존 결론과 다르다는 것을 전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선 점도 주목된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어뢰에 의한 공격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공식 결론과 관련해 러시아는 중요한 ‘키(key)’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어뢰의 대부분은 러시아제이거나 이를 개량한 것으로 천안함 사건의 실체에 대해 러시아는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천안함 사건 당시 러시아 조사단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돌아갔으나 몇 달 뒤 천안함이 어뢰가 아닌 기뢰에 의한 침몰로 추정된다는 러시아 보고서가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북한발 천안함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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