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이어진 천안함 의혹…정부, 재조사하나

北 김영철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논란 촉발

KBS ‘추적 60분’ “여전히 의혹 많아”…국방부 “합조단 결과 신뢰”

신상철 전 합조단 조사위원 “어뢰 공격 아냐”…시민단체 재조사 요구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을 놓고 8년 만에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작은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이었다. 그는 천안함 피격을 지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으로 의혹은 증폭됐다. 이날 방송에서 추적60분 제작진은 ‘8년만의 공개-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을 통해 CCTV, 어뢰 추진체와 천안함 선체의 흡착 물질 등을 근거로 들며 2010년 당시 합동조사단의 분석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국방부는 방송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일, 방북한 우리 예술단 평양공연 당시 남측 취재진의 공연장 입장이 제한된 것과 관련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사과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소개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김영철이 자신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천안함 침몰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명쾌한 대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승조원 106명 중 절반 이상 목숨 잃은 천안함 사건

천안함 피격사건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9시 22분경 발생했다. 서해 백령도 앞바다 부근 북방 한계선에서 경계 업무를 수행하던 1200톤급 천안함이 갑자기 침몰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승조원 104명 중 56명의 젊은 장병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구조작업은 더뎠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해군 해난구조대(SSU) 잠수사들이 사고해역에 처음으로 입수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특수전여단 수중폭발팀(UDT) 소속 한주호 준위는 수색 중 실신해 순직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골든타임이 한참 지난 4월 3일 첫 시신이 발견됐고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수색 작업 중단을 요청했고 곧바로 선체 인양작업으로 전환됐다. 4월 15일 천안함 함미가 인양됐고 36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24일에는 함수 부분이 마저 바지선에 실려 평택항으로 이동됐다.

천안함 선체 인양이 진행되던 가운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천안함 희생 장병의 넋을 기리며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선체가 인양되면서 침몰 이유에 대한 조사도 속도가 붙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국내 10개 전문기관의 전문가 25명과 군 전문가 22명, 국회추천 전문위원 3명,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 24명이 참여한 가운데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했다.

합동조사단 “북한 어뢰 공격으로 인한 천안함 침몰” 결론내

같은 해 5월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돼 침몰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합조단은 근거로 함정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함안정기에 나타난 강력한 압력흔적, 선저부분의 수압 및 버블흔적, 열흔적이 없는 전선의 절단 등은 수중폭발에 의한 강력한 충격파와 버블효과가 함정 절단 및 침몰 원인이라고 밝혔다.

합조단은 그 증거로 해역에서 발견된 어뢰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등을 공개했다. 합조단은 어뢰추진부 뒤 안쪽에 있는 ‘1번’이라는 표기가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생존자들이 거의 동시에 폭발음을 1∼2회 청취했으며, 좌현 견시병 얼굴에 물이 튀었다는 진술, 백령도 해안 초병이 2∼3초 동안 높이 약 100m의 백색 섬광 불빛을 관측했다는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수중폭발로 발생한 물기둥 현상과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지진파와 관련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지진파는 4개소에서 진도 1.5 규모로 감지됐고, 공중음파는 11개소에서 1.1초 간격으로 2회 감지됐는데, 지진파 공중음파 분석결과 폭발원은 동일했다고 합조단은 주장했다.

여기에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 사고 4-5일 전 서해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영되는 잠수함정 2척이 기지를 이탈해 침몰 2~3일 후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의 상어급 잠수함 1척과 연어급 잠수정 1척이 공해상으로 우회해 우리 영해에 침투했다. 폭발력을 높이기 위해 야간에 근접 사격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잠수함정은 해저에서 사실상 발견이 불가능하다. 기지에 정박해있을 때 추적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며 정보 입수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합조단 그해 9월 진행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됐고, 폭발위치는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 정도이며, 무기체계는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250kg 규모의 CHT-02D 어뢰로 확인됐다고 재차 밝혔다.

합조단 발표에도 침몰 이유 미스터리 해명 안 돼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 합조단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침몰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많다.

합조단 발표 직후 가장 논란이 일었던 사안은 소위 ‘1번 어뢰’였다. 1번이라고 표기된 어뢰는 합조단이 어뢰 공격의 결정적 증거라고 내민 증거품이었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의견은 많았다. 당시 최문순 국회 천안함특위 소속(민주당) 위원은 전문가(재미 물리학자 이승헌 버지니아대 석좌교수)에게 의견을 물어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이 공개한 이 교수의 의견은 “250kg의 폭약량에서 발산될 에너지 양에 근거해서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 폭발 직후 어뢰의 추진 후부의 온도는 쉽게 350 °C 혹은 1000 °C 이상까지도 올라가는데, 이러한 온도들에서 유기 마커펜의 잉크는 타버리게 된다” “파란색 ‘1번’ 표기는 지워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도 천안함 1번 글씨 논쟁과 흡착물질의 의문을 과학적으로 제기하며 재조사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국내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 “후부 추진체에 300도의 열만 가해졌더라도 잉크는 완전히 타 없어졌을 것”이라며 “비등점이 이보다 높은 유성잉크나 페인트를 사용했더라도 어뢰 외부의 페인트가 타버릴 정도였다면 내부의 유성잉크나 페인트도 함께 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외부(어뢰) 페인트는 타버렸고, 저온에도 타는 내부 잉크는 남아 있다”는 불일치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합조단 조사위원이 정부 발표 8년째 의혹 제기 중

천안함 의혹 규명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다. 그는 합조단 야당(현 민주당) 추천조사위원으로 참여해 정부 발표에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2010년 8월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 합동조사단장 등에 의해 피소돼, 재판 4년 만에 그는 공소사실 34건 가운데 32건은 무죄, 2건이 유죄로 판단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죄가 인정된 사안은 김태영 당시 장관과 해군의 명예훼손 등 천안함 사건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신 대표는 천안함 사건은 폭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신 대표는 “(정부가 얘기하는 화약) 그게 터지면 3000도 열과 2만배 열이 발생한다”면서 “그에 따른 손상이 나타나야 된다. 내부가 완전히 녹아내려야 된다. 그러나 그을음이라든지 인체 손상이 전혀 발견할 수가 없기 때문에 폭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도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3~4월 까나리철에 360kg TNT 폭발에 죽어 떠오른 까나리가 한 마리도 없었던 점 ▲천안함 절단면 하부에 고열 발생 흔적이 없는 점 ▲높은 기압과 고열 등 심한 충격에도 형광등이 깨지지 않은 점 ▲열관측장비(TOD)에 폭발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 증거가 없는 점 ▲수중 폭발로 인한 100m 이상 거대한 물기둥을 누구도 본 사실이 없던 점 등을 폭발이 아닌 이유로 들었다.

신 대표는 생각하는 천안함 침몰의 이유는 좌초다. 그는 “제일 저수심 지역을 지나는 과정에서 좌초가 됐다”며 “(좌초된 천안함을) 빼다 보니까 배 밑바닥이 찢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물이 들어오고 침수가 되고 기관실 엔진에 물이 들어가 꺼졌다. 해난 사고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안함 함미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배 밑에 긁혀져 있는 스크래치를 명백한 좌초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함수를 인양했다는 전중선 업체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다. ‘추척 60분’에 나온 전 대표는 인양할 때 천안함을 보고 “저거는 포맞은 배가 아니다. 폭발한 배가 아니다. 바닥도 스크래치가 있는 것을 선명하게 봤다”며 “어뢰로 맞았는데 스크래치가 왜 생기냐고”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생존자 상태를 두고도 “살아있는 생존자들이 다들 깨끗하게 나왔는데 살아있는 사람은 고막이 다 터져야 한다”며 “사람의 고막이라는 것이 물 속에서 쿵하고 울려버리면 순간적으로 어뢰라든가 뭐를 맞으면 쾅하고 터지면 장기가 배겨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진실규명은 국가의 도리…재조사 촉구”

시민단체도 재조사 요구 행렬에 동참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46명의 천안함 승조원들과 구조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금이라도 천안함 침몰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검증해야 한다. 진실규명은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과 유가족에 대한 국가의 도리이기도 하다. 천안함 침몰 8년, 재조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기자회견 때 천안함을 폭침한 것은 배수량이 130톤인 연어급 잠수정이라고 특정했으나, 이후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북한이 70~80톤급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잠수정의 폭과 길이 등 기본적인 제원부터 분류를 위한 영문명, 잠수정이 기지에서 사라진 시기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꿔 정부 발표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잠수정의 크기와 배수량에 따라 해당 잠수정이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기종인지, 북한이 소유한 기종인지 등 중요한 사실관계가 아예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130톤급 최신 잠수정의 실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8년 동안 과학적인 검증이나 합리적인 재조사보다는 정부 발표를 믿느냐, 안 믿느냐는 이분법만 작동했다”며 정부가 재조사를 통해 진실 규명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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