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ㆍ드루킹’ 파문에도 文 대통령ㆍ여당 지지율 고공행진

의도적인 여론 왜곡 쉽지 않아…여론조사에 응하는 계층이 관건

여론조사는 현재의 스냅사진에 불과, 국민 관심 끌 비전ㆍ공약 제시해야

4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혁연대 민생행동 등이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건 및 드루킹 접근 김경수 의원 관련 여야대립과 국민갈등 수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연합)

여론조사는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최근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이유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이 일반 상식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핫이슈와 여론의 상관관계

첫째, 김기식 전 금융감독위원장 사퇴와 네이버 댓글 추천 수 조작 사건, 일명 드루킹 파동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뉴시스와 리서치뷰의 여론조사(4월21~22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평가는 ‘잘함’은 70%, ‘잘못함’은 26%였다. 김기식ㆍ드루킹 파문에도 지난 주 조사보다 긍정률은 1%p 상승한 반면, 부정률은 1%p 하락했다. 정당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52%)이 50%대를 유지한 가운데 한국당(19%)과 바른 미래당(9%)을 압도했다.

리얼미터와 CBS 조사(4월16일~20일) 결과도 비슷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전주에 비해 l%p 상승한 67.8%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야당의 공세에도 53.1%로 2.7%p 상승하며 지난 3주 동안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50%대 초중반으로 반등했다. 한국갤럽 4월 넷째 주 조사(4월 24~26일) 결과,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한다’는 긍정 평가는 73%로 지난주 대비 3%p 상승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52%로 전주에 비해 2%p 상승하면서 자유한국당(12%), 바른미래당(7%), 정의당(5%), 민주평화당(0.3%)을 큰 격차로 앞섰다.

그렇다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드루킹 논란’과 이를 둘러싼 첨예한 여야 공방에도 왜 이런 결과들이 나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다. 뉴시스와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전망은 ‘성과 있을 것’(74%)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이없을 것’(23%)이라는 부정적 전망보다 3.2배인 51%p 높았다. 더구나, 지난주 대비 정상회담 관련 긍정적인 기대감은 6% 포인트 상승한 반면, 부정적인 전망치는 6% 포인트 낮아졌다.

또 다른 이유는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파동으로 위기에 몰린 진보 세력이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중도층과 보수층은 의견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4월 셋째 주 조사 결과, 중도층과 보수층에서 ‘무당층이 급격히 늘어났다. 응답자의 28%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했지만 보수층에서는 무당파가 8%p(23%→ 31%), 중도층에서는 7%p(24% →31%) 대폭 늘었다. 반면, 진보층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13%→1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둘째,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드루킹 사건 특검도입 여부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의외였다. ‘특별검사까지 도입할 사안은 아니며 검찰수사로도 충분하다’는 응답이 52.4%로 ‘검찰수사로는 부족하며 특별검사를 도입해야한다’는 답변(38.1%)보다 14.3%p 높게 나타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사 대상자ㆍ응답률을 문제 삼으며 공정성 의혹을 제기했다. 홍 대표는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응답률은 5.2%에 불과하고 응답한 500명 중 민주당 지지자는 277명, 자유한국당 지지자는 98명이다”라면서 “국민 여론이 아니라 민주당 여론”이라고 힐난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응답률이 30%가 되지 않으면 여론조사 결과를 폐기한다”며 “우리나라도 최소한 10% 응답률이 안 되면 여론조사를 공포하지 못하도록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도 “리얼미터에서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응답률이 5%도 안 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댓글여론 조작사건에 대한 또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국민이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과연 이런 주장은 맞는 것일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다. 통상,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10%라는 것은 1000명중 100명이 대답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1000명의 대답을 듣기 위해 만명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뜻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업체가 의도적으로 여론을 왜곡하기는 쉽지 않다.

리얼미터 측은 홍 대표가 언급한 드루킹 특검 여론조사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를 일부러 더 많이 선정한 게 아니라 조사 시점의 각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반영된 것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조사시점에서 파악된 민주당 지지율과 한국당 지지율대로 조사 대상이 추출됐을 뿐 특정 정당 지지자를 편향해 조사 대상을 선정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낮은 응답률은 여론의 대표성을 담보하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최초 샘플을 만들 때 무작위로 추출하는 것(random sampling)이 아니라 할당표집 방식을 실시한다. 최초의 표집 응답자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반복 연락해 응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응답자로 대체한다. 이럴 경우 최초 인구비례적인 성격이 변하기 쉽다. 이럴 때는 어느 계층이 여론조사에 충실히 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진보 성향 응답자는 여론 조사에 적극 응하고, 보수 성향 응답자는 조사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면 샘플이 편향될 수 있다. 통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최초 샘플 응답자의 대체가 잦아질수록 여론조사가 여론을 대표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셋째, ‘댓글 조작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 후보 여론조사에서 자유 한국당 김태호 전 지사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MBCㆍ리얼미터 조사(4월 17~18일) 결과, 김 의원 49.3%, 김 전 지사 34.3%였다. 두 후보 간 지지도 차이는 15%p였다. JTBCㆍ한국갤럽 조사(4월 22~23일)에서도 김 의원(40.4%)이 김 전 지사(33.6%)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외의 이런 조사 결과에 고무되었는지 김 의원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덕분에 맷집이 탄탄해지고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여러분들께서 걱정하고 있는 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갈 일”이라며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당당하게 정면 돌파 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이런 ‘아전인수’식 해석과 한국당을 겨냥한 조롱은 결국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정부 지지율 역대 정부 다른 점

이런 여론 흐름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1년을 맞이한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어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인수위도 없이 바로 취임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했기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집권 1년차 4분기 시점에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조사 결과, 비슷한 시기에 노태우 41%, 김영삼 59%, 김대중 63%, 노무현 22%, 이명박 32%, 박근혜 54%였다. 문 대통령은 68%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남측 평화의 집에서 두 차례 회담을 가졌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6ㆍ25 남침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남겼다. 정상 회담 직전 김 위원장은 “잃어버린 11년 아깝지 않아야 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대화도 통 크게 나눴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한국갤럽조사 결과,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직후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2%p 증가했다(38%→54%). 반면 부정 평가는 8%p 하락했다(26%→18%). 여당은 지난 1차 회담때와 같이 4ㆍ27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면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상승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악재에서 벗어나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주장처럼 이번 남북회담 성과의 성패는 “남북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하느냐”에 달려있다.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ㆍ시설을 폐기하고 핵 물질을 국제사회로 이관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만나 핵 문제의 점진적, 단계적 해결 의향을 밝혔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북핵 완전 폐기의 의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6월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도 어려워질 수 있다. 과연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의 구체적인 방식과 시한을 담판지을 수 있는 디딤돌을 놓는 과정이 되었는지가 향후 여론을 결정짓는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이슈 말고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핵심 정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지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향후 여론을 형성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기조는 ‘선분배 후성장’으로 요약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성장이 된다는 논리다. 이런 기조 속에서 최저임금 대폭 상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다.

문제는 정책이 의도했던 일자리와 고용이 늘어날 여지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이 2010년 지방선거 직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로 가장 많은 37.4%가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해서’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이어서’(22.8%),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서’(16.7%), ‘국가 안보를 불안하게 해서’(10.1%), ‘정치 갈등을 증폭시켜서’(5.2%),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3.8%) 순이었다. 한국선거학회가 2006년 지방선거직후에 실시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 우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로 57.4%가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해서’를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집권당이 교만하고 무능해서’(14.1%), ‘정치 갈등을 증폭시켜서’(10.8%),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돼서’(5.0%), ‘국가 안보를 불안하게 해서’(4.0%), ‘청와대와 열린 우리당의 갈등이 심화돼서’(3.0%)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에선 다른 어떤 이슈보다 민생 경제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2017년 4/4분기의 민생지수는 93.91(기준치=100.0)로 전 분기 94.47에 비해 0.56포인트 하락했다. 민생지수는 민생에 중요한 고용구조, 고용의 질, 실질소득, 실질주택가격, 주가 등 5개 항목을 긍정요소로, 그리고 식료품비, 주거광열비, 기타소비지출, 교육비, 비소비지출, 실질전세가격 등 6개 항목을 부정요소로 구성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것이다. 이것은 단기적인 국민들의 체감 살림살이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분기 이후 연속 8분기 동안 하락세를 보이다 2017년 1분기 반등하였으나 상승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017년 4분기에 다시 하락세로 반전됐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경제가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소비자의 씀씀이가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면 그만큼 소비가 증가할 것이고,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면 몸조심을 하느라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소비자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은행은 매달 소비자심리지수를 작성해 발표한다. 이 지수는 여러 가지 개별소비자동향지수 중에서 중요한 것들 6가지(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를 추려 내서 평균을 낸다. 만약 소비자심리지수(CCSI) 값이 100을 넘어서면 국민들이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이야기이고, 100을 넘지 못한다면 비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 심리지수는 107.1이다. 문제는 작년 12월부터 사상 첫 5개월째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7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집권한지 일년이 다되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 여당이 고공행진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에 도취되어 오만과 독선에 빠지면 역풍을 맞이 할 수 있다. 분명 일반 여론조사에서 드루킹 사건은 민심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SNS 빅 데이터 분석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역대 정부의 민생지수 그래프>

출처: 국가미래연구원. 『2017년 4분기 민생지수』.

타파크로스가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빅 데이터를 통한 주간 이슈 버즈(Buzz) 분석에 따르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버즈량이 34만8996로 가장 많았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 증폭’(9만6649) 이슈보다 6배 가까이 더 많았다.

이런 분석 결과가 주는 함의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현재 잠재돼 있지만 문 대통령 또는 여당과 연계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민주당이 야3당이 제안한 드루킹의 댓글 공작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채 “우리도 피해자였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한국갤럽의 4월 4주 조사에서 댓글 조작 사건에 특검을 도입해 수사하자는 주장에 대해 ‘찬성’(55%)이 ‘반대’(26%)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는 것을 깊이 인지해야 한다. 특히, 20대와 30대층에서 ‘찬성’ 비율이 각각 62%와 59%로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25일 오후 국회 본청 앞 자유한국당 천막농성장을 찾은 서울 동작구 구청장·시·구의원 예비후보와 함께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여론은 언제든 변해, 국민 관심 끄는 공약과 비전 제시해야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갤럽이 ‘집권당 띄우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여론조사기관들이 의석순 또는 무작위로 정당명을 열거하는 데 반해, 한국갤럽만이 가나다순으로 열거해 여론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여론조사가 왜곡되었다는 주장만하기보다는 여론의 흐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최근 한국당은 현수막 정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또한, 6ㆍ13 지방 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내놓았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년 전부터 탄핵 이후에 대선 내내 내가 외쳐온 선거 구호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였다. 그런데 그 슬로건이 상대방에 의해서 색깔론으로 매도되었고 그리고 지난 대선 때 그 슬로건이 묻혔다. 그러고 난 뒤에 이 좌파 정권이 탄생했다. 지난 1년 동안 이 정권에서 한 것을 한번 되돌아보라. 나라 전체를 사회주의 체제로 운영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헌법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의 경제정책 한번 면밀히 살펴봐라. 나라 전체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은 현 정부를 좌파ㆍ친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보수층에게 위기의식을 부추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색깔론을 통해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이런 전략이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뉴시스ㆍ리서치뷰의 4월 2주차 조사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해 가장 관심 가는 이슈로는 남북ㆍ북미 정상회담(38%), 동시개헌(34%), 야권연대(11%)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관련 이슈 공감도는 ‘보수적폐 심판/국정동력 뒷받침’은 57%인 반면 ‘종북ㆍ좌파정권 심판/보수재건’은 25%로, 여당 프레임 공감도가 32%p 더 높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기 위해선 올해 신년에 약속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반공 보수’를 내걸기 보다는 민생과 직결된 이슈를 갖고 여당과 정책 경쟁을 해야만 현재 의견을 유보하고 있는 ‘샤이 무당파 보수층’이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의 스냅 사진에 불과하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따라서 야당은 여론조사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비판만 하지 말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여론 조사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여론 추이를 보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비전과 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책만이 살길이라는 뜻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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