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 불변, 美 PVID 주목…북핵 DMZ 보관으로‘비핵화’ 추진설

김정은-폼페이오 회담 ‘비핵화’ 해법 모색

北 핵 고수 입장에 美 CVID에서 PVID 전환설

북핵 DMZ 보관, 유엔군 관리하면 PVID 효과

‘비핵화’ 북ㆍ미 빅딜설…한반도 영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연합)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화두가 될 북한 핵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특히 ‘비핵화’에 대해 북한과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과도 입장차가 큰데다 확실한 해법도 부재한 상황이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밝힌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국내에선 비핵화의 진전으로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북한은 핵에 대해 종래와 달라진 게 없고 비핵화(핵폐기)를 합의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핵에 대해 ‘완전하게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절대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 핵에 관한 한 우리 정부와 북한, 미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간에 ‘비핵화’와 관해 진전된, 상황에 따라서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즉, 북한 체제 보장과 지원을 조건으로 미국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언급한 것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 국무장관이 ‘영구적인 북핵 폐기’(PVID)를 강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비핵화가 현실화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를 포함해 전 세계의 국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비핵화가 안착될 수 있게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의 전개와 비핵화의 향방을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은 최대 관심사로 논의됐다.(연합)
‘비핵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비핵화’ 문제였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도 최종 ‘의제’를 정하지 못한 것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전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은 공동선언문(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또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비핵화’ 문구의 해석을 놓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격론이 이어졌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섰다.

정부와 여권, 전문가들 중엔 ‘비핵화’를 명문화한 것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반면 반면, 보수 야당과 전문가 일부에선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없는 추상적인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4월 27일 “ ‘완전한 비핵화’라고 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되돌이킬 수 없는 핵무기 폐기(CVID)라고 이해해야 한다”며 “남과 북의 비핵화의 개념은 동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없고, 북한에게 시간만 주는 형국”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정부에 의해 초대 주한대사로 내정된 바 있던 빅터 차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번 선언에 나온 비핵화 합의는 어떤 새로운 진전을 보지 못했다”면서 “비핵화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나간다는 약속은 2005년 6자회담 9ㆍ19 공동성명에 나오는 ‘모든 핵무기 포기’나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문’(핵무기의 시험ㆍ제조ㆍ생산ㆍ접수ㆍ보유ㆍ저장ㆍ배비(配備)ㆍ사용 금지 등을 담음)에도 근접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앞서의 주장들과 다른 견해를 나타내며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30년 가량 교역을 하며 북측 내부 사정에도 정통한 장백산 해외동포사업지원단 이사장은 “북한은 절대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완전한 비핵화’엔 그런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에서 ‘완전한’의 의미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북한도 그런 전제에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태 전 공사는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인 4월 26일 CNN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은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며 “(이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모든 핵무기가 철수하는 것뿐 아니라, 한반도나 그 주위에 그 어떤 임시적인 핵무기 전개도 금지된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전 세계의 비핵화가 있을 때 시작될 수 있다”며 “핵보유국들이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반도 비핵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남북 정상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는 전 세계가 비핵화 조치에 나설 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으로 사실상 ‘비핵화’가 요원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신임 국무장관(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폼페이오 장관은 CIA 국장이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북한을 방문했다.(연합)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PVID’ 메시지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PVID’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하도록 전념하고 있고,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원칙으로 유지해온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와 비교해 complete(완전한)가 permanent(영구적인)로 대체된 것으로, 새로운 정책적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PVID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실행 방안 등에 대해 밝히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에선 CVID와의 차이와 미국의 북핵 정책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기본적으로 ‘CVID’와 ‘PVID’에는 용어의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영구적 비핵화는 완전한 비핵화보다 강도 높은 표현으로, PVID는 북한 핵무기, 핵물질, 핵 시설 외에도 관련 데이터 파괴, 핵개발 관련 인력의 해외 유출이나 재취업 등도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 ‘완전한 비핵화’가 비핵화 대상(핵시설, 핵무기 핵물질 등)의 완전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항구적 비핵화’는 그 완전한 비핵화가 시간적으로 지속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PVID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고,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PVID의 함의를 유추해볼 수 있는 소식을 전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PVID라는 표현을 한 배경이 지난 3월 말 북한 방문과 관련있다는 전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3월 31일∼4월 1일 극비리에 방북,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완전한 비핵화’의 방법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월 29일 A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비핵화가 달성되리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해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CVID에 합의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여러 방법으로 압박했지만 북한은 핵에 관한 한 기존 입장(핵보유)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앞으로 핵을 개발하거나 실험하지 않을 수 있으나 종래 보유하고 있는 핵은 폐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되 사용하지 않는 방안에는 동의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 목적(비핵화)을 달성하도록 도울 지도를 펼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에 김 위원장이 동의했다”며 “우리가 해낼 수 있는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고 한 것은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앞서의 상황을 종합할 때 폼페이오 장관은 CVID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PVID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북한 핵을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핵 보유를 인정하되 사실상 핵을 사용할 수 없는, 핵폐기와 같은 결과를 도출하려는 것이 PVID의 본뜻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언급해 실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연합)
트럼프, 북미회담 장소로 판문점 거론한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유력한 후보지로 판문점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 몽골, 스위스, 스웨덴 등 여러 곳이 거론돼왔지만 판문점은 예외적으로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또한 비무장지대(DMZ)의 (판문점에 있는) 평화의 집, 자유의 집에서 개최하는 가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내가 그곳에서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다.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도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과도 연락했다”고 전해 판문점이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개최가 ‘빅 이벤트’가 될 기회라며 “한반도와 관련해 그들(북한)이 핵무기 제거의 가능성 측면에서 이보다 더 근접한 적이 없다. 매우 좋은 일들, 그리고 평화와 이 세계를 위한 안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거론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미국 측은 본래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 등 제3국의 수도를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행정부에 밝은 한 미국 소식통은 “판문점은 북한과 가까운 곳으로 미국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장소일 수 있다”며 “한국 대통령이 먼저 정상회담을 한 것도 꺼려지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판문점도 거론됐지만 최우선 순위에 있지는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의미를 잘 아는 전문가는 판문점을 최적지로 꼽았다.

장백산 이사장은 “북한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하려면 신변 보호 등 최소 한달은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북미정상회담의 주도권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판문점이 유력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핵인데 북한은 절대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한 것은 미국”이라며 “폼페이오도 비핵화가 불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다른 방안(PVID)을 제시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입장은 미국의 협박(압력)도 통하지 않는 불변의 원칙으로, 결국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주도할 수 있고, 그들이 선호하는 판문점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신변 안전 때문에 해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미국이 대단한 선물을 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판문점이 유력한 개최 장소”라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 일대.(연합)
북핵, DMZ에 보관하고 유엔이 관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판문점을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거론한 것이 PVID와 관련있다는 주장이 있다. PVID의 구체적 실현과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인 판문점을 정상회담 장소로 언급했다는 해석이다.

장백산 이사장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비핵화’인데 북한이 절대 물러서지 않기 때문에 CVID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비핵화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PVID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DMZ 지역에 북핵을 보관하고 유엔군, 미군, 남북한이 공동관리하면 비핵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유엔군과 미군이 DMZ에 주둔할 경우 대북 공격 같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며,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안전만 보장해준다면 주한미군이 주둔해도 상관 없다”고 한 것과도 상통한다.

이러한 북핵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합의’라며 이란 핵합의를 비판해온 것에 비춰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언급하면서 “일이 잘 해결되면 판문점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 제거의 가능성 측면에서 이보다 더 근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을 북한에 보내 비핵화에 관한 입장을 조율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핵보유’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대신 앞으로 핵 개발이나 실험은 하지 않는다는 ‘핵동결’과 유엔의 핵사찰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의 북핵 원칙인 CVID를 대신해 PVID를 제기한 것은 북한과 모종의 다른 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은 보유하되 실제는 쓸 수 없는 비핵화를 받아들이고,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과 지원, 유엔 제재 해제 등의 ‘빅딜’을 성사시킨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는 앞서 DMZ 지역에 북한핵을 보관하고 유엔 관리하에 둠으로써 실질적인 비핵화 효과를 가져오는 방안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한 핵폐기’(PVID)를 가능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뉴욕타임스(NYT)의 3일(현지시간) 보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각에선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비핵화 및 PVID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정은-폼페이오 회담에서 PVID를 포함한 비핵화 논의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졌고 그 후속조치로 주한미군 감축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폼페이오 장관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 것도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질서에 대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인터뷰>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

“북핵 ‘한반도 중립국’이 궁극 해법”

“북핵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 등 관리하면 ‘비핵화’ 효과”

“한반도 중립국 돼야 북핵 해결되고, 남북 공영할 수 있어”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이 핵 보유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북핵을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 미군, 남북한 군이 공동관리하면 사실상의 '비핵화' 효과를 거둘수 있으며, 한반도가 중립국이 될 때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주간한국)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데 이어 ‘영구적인 북핵 폐기’(PVID)를 제시하면서 비핵화의 향배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핵화 문제의 해법으로 유엔을 통한 ‘한반도 중립국’ 방안과 북핵을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이 관리하는 방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에서다.

이 방안은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이 10여년 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반도 상황이 크게 바뀌고 동북아질서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면서 부쩍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장 이사장을 만나 비핵화 해법과 한반도, 동북아 변화에 따른 대응책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남북 정상이 밝힌 비핵화 취지는 이해하나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는 남과 북이 크게 다르다. 우리는 비핵화의 큰 진전으로 보거나 비핵화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는데 북한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즉, 비핵화의 전제가 갖춰져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전한’의 의미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는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실현될 것으로 보는지.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비핵화는 어렵다고 본다. 북한 요구대로 군사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 안정을 보장하면 핵에 관해 양보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핵폐기를 뜻하는 비핵화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강경파로 진용을 새롭게 갖추고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실제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렇더라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지금처럼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화하고 있고, 핵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선 어렵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비핵화’와 관련해 PVID 방안을 제시했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김정은을 만나보니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대안으로 PVID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단번에 비핵화를 한다는 CVID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북한이 나중에 재무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PVID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북한의 핵은 인정하되 실제는 영원히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비핵화 효과를 거둔다는 것으로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북한 간에 PVID와 관련해 충분한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 PVID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CVID든, PVID든 북핵이 북한 깊숙이 있으면 북핵뿐 아니라 핵과학자, 핵시설 등을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엔군과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북한군도 관여할 수 있는 DMZ에 핵을 보관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그래야 완전하거나 영구적인 검증이 가능하고 비핵화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북핵을 DMZ에 보관한다면 어느 지역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는가.

“DMZ 지역이 광범위한데 북핵을 보관하기 쉽고 우리 군과 미군이 가까이 있는 서부전선 고랑포 일대가 적합해 보인다. 고랑포는 북한의 제1 땅굴이 있는 곳으로 새롭게 공사를 하지 않고 핵?보관할 수 있고, 주변에 미군 부대도 있어 관리가 가능하다.

-북핵을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 등이 관리한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유동적이고 한반도, 동북아 질서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비핵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데.

“DMZ에 보관한 핵을 유엔군과 미군, 남북한 군이 관리하면 안전성은 상당 부분 담보된다고 할 수 있다. 본래 북핵에 관해 남북과 주변국들의 이해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반도 중립국’ 방안을 10여전부터 주장해왔다. 남북이 중립국이 되고 북핵을 유엔 차원에서 이 관리하게 되면 사실상 비핵화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반도 중립국’ 방안을 주장해온 이유는.

“북한 핵에 관해서는 노동당의 결정 사안이고, 고구려 민족 기질상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유엔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이 북핵을 제거 내지 포기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북핵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여서 이것을 풀 수 있는 것은 유엔밖에 없다. 또한 한반도 주변 4강의 북핵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관계도 관건이다. 때문에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유엔 총회를 통한 ‘한반도 중립국’방안이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했다.

- 장 이사장이 주장한 ‘한반도 중립국’이 현실화되기 위한 과정은.

“유엔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해외 동포가 주도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한반도 중립국화’를 위해선 당연히 우리 민족이 주체가 돼야 하지만 남과 북의 주민이 할 경우 규제와 제한이 많다. 남북 당국과 정권 차원에서 추진은 불가능하고, 남북한 모두 국내법에 저촉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해외동포가 중심이 되고 남북한 주민이 동참해 ‘한반도 중립국’ 안을 유엔 총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엔군 주둔을 통해 한반도 핵상황을 관리하도록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새 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남북 모두 순수하게 ‘민족’의 발전을 위한다는 대의에 기반해 만나야 한다. 정치적 계산이나, 이권, 기득권 유지 등 남북관계의 장애 요인들은 애당초 없어야 한다. 현실적으론 5ㆍ24 조치가 해제되고 비정치적인 경협을 중심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는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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