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뒷전 내부 갈등 커지는 보수야당…정계개편 신호탄?

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 지도부 리스크로 지지율 답보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들 “홍준표 대표, 자중해야”

바른미래당, 안철수ㆍ유승민 계파갈등 극에 달해…탈당 염두 의원도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출장식에서 추미애 대표 등 참석자들이 필승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등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서울 필승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드루킹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연합)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수야당의 상황은 좋지 않다. 광역단체장 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이 우세하게 앞서는 곳은 TK(대구경북)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선거 전날 북미회담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경우 야당으로서는 선거 결과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불리한 구도를 타개하기 위해 합심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야당의 상황이지만 오히려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거친 언행과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으로 당내 중진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바른미래당은 공천을 놓고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형국이다.

보수 야당의 한 관계자는 “포기하기는 이르지만 당락의 윤곽이 거의 보이지 않는가”라며 “선거만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결과보다 선거가 끝나고 난 후의 상황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론이 나오고 보수야당의 경우 조기 전당대회나 지도부 교체 등의 특단의 대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쌓였던 갈등이 폭발하면서 두 보수 야당의 인사들이 헤쳐 모이면서 제3지대의 중도 보수정당의 탄생도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 관련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내홍 깊어져…선거 이후 생각하는 중진들

원내 보수 1당인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거친 언행과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내분이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길부 의원의 탈당이다. 강 의원은 지난 6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그는 앞서 지난 3일 “국민들이 바라는 당의 혁신은 온데간데없고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홍 대표가 “복당하지 말아야 했을 사람”이라며 “당장 나가시라”고 밝히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결국 강 의원은 탈당했다.

홍 대표의 행보는 지방선거에서 뛰고 있는 후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등 정부 여당에 대해 비판의 수위가 워낙 높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유정복 시장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다소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도 든다”며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 진보도 따로 없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진짜 힘과 지혜를 합쳐야 되는데 저는 그런 면에서 홍준표 대표도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에서는 홍 대표가 필승결의대회를 하며 전국을 돌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 지역은 안 왔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경우 자유한국당 로고가 빠진 점퍼를 입고 유세활동을 벌이는 등 당 지도부 리스크에 노심초사 중이다.

당내 중진들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홍 대표는 선대위에 ‘비홍(洪)계’인 나경원·조경태·유기준 의원을 끌어안으며 화합을 강조했지만 일부 중진들은 사실상 지방선거를 관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왼쪽) 공동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의 바른미래당 6·13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수락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

노원병에서 시작한 바른미래당 계파갈등…송파을에서 폭발하나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자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로 대표되는 계파갈등이 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짐은 노원병 재보궐 선거 공천부터 본격 부각됐다.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 공천이 계속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에 대한 공천 보류는 바른미래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내 팽팽한 계파 갈등이 주원인이었다. 노원병 공천 심사를 미루던 공관위는 지난달 23일 회의를 열어 투표를 진행했지만 11명 공관위원 투표에서 찬성과 반대가 각각 5표씩 나오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 소위 ‘유승민계’ 인사 5명은 찬성을, ‘안철수계’ 인사 5명은 반대를 하며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목 위원장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목진휴 공관위원장은 지도부와의 비공개 회의에서 “화합을 위한 공천을 하려 했으나 아직도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따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공천이 미뤄지고 안철수 후보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출마 움직임이 보이자 계파갈등이 본격화됐다. 공관위는 두 후보 간의 경선을 결정했지만 경선 방식인 여론조사 대상에 당원을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서도 양측간 기싸움이 계속돼 경선룰도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김 교수가 이달 초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노원병과 함께 공천을 보류하던 송파을에서 갈등이 표출됐다. 현재 송파을에는 박종진 전 앵커, 이태우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송동섭 송파을 지역위원장, 유영권씨 등 4명이 후보 신청한 상태지만 경선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후보가 돌연 지난 17일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 겸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원장의 전략공천을 꺼내들고 나왔다. 그는 이날 열린 공약발표 행사에서 “송파을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만큼 상징성이 있고 중요하다”며 “당에서 가장 무게감 있고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를 내는 것이 송파을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도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제가 이달 초부터 손 위원장이 출마하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당에 요청한 바가 있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며 전략 공천을 공식언급했다. 앞서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송파을 등 지역에 대해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공천 방식이야 지도부에서 상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저는 큰 방향만 요청을 했고 공천 방식 자체보다는 원칙을 말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손학규 전략공천’ 발언에 대해 유승민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파을은 공천관리위가 경선으로 (후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위가 경선을 중단시킬 아무 권한이 없다”며 “전략공천은 합의가 어렵다”고 안 후보 의견을 일축했다.

유 공동대표는 안 후보가 ‘3등 후보는 안 된다’며 전략공천을 주장하는 데 대해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후보를 낼 데가 없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고 “제가 알기로는 손학규 위원장 본인이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 공동대표가 공식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가운데 유 대표 최측근인 진수희 서울시당위원장의 사퇴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열음은 더 커지고 있다. 진 위원장은 지난 18일 바른정당 출신 원외 지역위원장들과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에 “어제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직을 사퇴했다”며 “서울시 공천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해서 최고위로 올렸으나, 그 과정에서 겪은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 게다가 송파을의 박종진 후보를 놓고 벌이는 무도한 작태를 보면서 통합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안철수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어 “이제 더 이상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어야 할 책임감도 동기도 다 사라져 버렸다”면서 “현장에서 뛰시는 우리 바른정당 동지들께 너무나 죄송한 결정임을 모르는 바 아니나 도저히 제 인내심으로는 견디기 힘들었음을 혜량해 달라”고 그간의 갈등의 골이 깊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시당위원장직을 던진다는 것은 알아서 선거를 치르라는 의미”라며 “갈등이 극에 달한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공천을 놓고 갈등이 깊어지자 당 내분에 실망한 일부 의원들은 탈당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선거 이후 갈등이 본격화될 경우 당이 쪼개지는 상황도 예상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 개편 조짐…보수 야당 이합집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두 보수 야당의 내분이 극에 달하면서 지방선거 이후의 정치권 상황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거 패배 이후 수습 국면에서 그 동안의 갈등이 본격 표출되면 보수 야당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이른바 ‘홍준표 체제 불명예 퇴진→비상대책위원회 출범→김무성계 당 장악→20대 공천권 행사’ 등의 시나리오다. 현재 김무성 의원은 뚜렷한 정치 행보는 자제하는 가운데 당 행사에만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보수 차기 대선주자로 불리기도 했던 김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여기에 이완구 전 총리와 정우택 전 원내대표의 부상도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 수습 여부다. 혁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또 다시 한 계파가 장을 장악하는 경우 당내 갈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바른미래당의 경우도 비슷하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내분에 지친 일부 의원들은 지방선거 이후 행보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이 탈당할 경우 바른미래당은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되고 국회 내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교섭단체 지위가 사라지면 당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모여 제3지대 중도보수 정당 창당이다. 한국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 가운데 헤게모니 싸움에 지친 의원들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만남이다.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의 경우 다시 한국당으로의 복귀는 부담스럽고 여론의 눈치도 봐야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이후 보수 야당의 세력 재편은 확실해 보인다”며 “여러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터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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