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보선 통해 10석 추가하나…한국당 저지 총력

재보선 12곳, 미니 총선급 …결과 따라 정국 지형 변화 가능성

최대 격전지 부산 해운대을 급부상…부산의 강남 ‘해운대을’의 선택은

보수 텃밭 충북 제천ㆍ단양 판세 오리무중…야권 단일화 변수

6·13 지방선거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후보가 속속 정해지면서 선거 레이스가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 12곳의 분포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민심의 향배를 파악할 수 있는 시금석이자 의석수를 늘릴 절호의 기회라 각 당 지도부는 사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판세는 민주당이 유리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처치 본부장은 “개별 지역구와 후보들의 특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이전 재보궐 선거와 전혀 궤를 달리하는 선거”라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재보궐 선거마저 지지율이 결정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배 본부장은 이어 “특정 지역에서는 여론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결과가 나왔다고까지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며 관건은 12곳 가운데 몇 석을 차지할지 여부”라고 밝혔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은 서울 송파을, 노원병, 인천 남동갑, 충북 제천·단양, 충남 천안갑, 충남 천안병, 울산 북구, 부산 해운대을, 광주 서갑, 전남 무안·영암·신안, 경남 김해을, 경북 김천 등이다. 전국적으로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터라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10곳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 12곳 가운데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에 후보를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재보궐선거 후보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 정가와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해봤을 때 현 상황에서 민주당이 큰 격차로 앞선다고 분류되는 곳은 최소 5~6곳이다. 지방선거 출마로 의원 3명을 잃은 민주당은 플러스 알파의 의석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지역구가 있다. 보수세가 강했던 부산 해운대을과 충북 제천·단양이다. 보수 성향이 옅어지면서 민주당 후보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는 두 지역구의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압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의 강남 해운대을, 보수 아성 지켜낼 수 있을까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등 PK 지방선거와 함께 PK 최대 격전지인 부산 해운대을은 미니 총선의 결과를 좌우할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을 지역은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배덕광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퇴출되면서 공석이 됐다. 이곳은 역대 총선과 부산시장, 해운대구청장 선거에서도 보수 세력이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지난 총선 당시 배덕광 후보는 윤준호 후보를 약 13%p 차이의 격차로 따돌리며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37.7%를 얻어, 32.8%를 득표한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를 4.9%p 차이로 이긴 것이다.

현재 부산 해운대을에는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대식 자유한국당 후보, 이해성 바른미래당 후보, 고창권 민중당 후보, 이준우 무소속 후보가 뛰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한국당이 해운대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곳은 보수 성향이 강한 곳으로 부산에서 한국당의 보루”라며 “다른 지역보다 당선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홍준표 대표가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지원하고자 부산 해운대구 재송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홍 대표는 김대식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직접 참석해 김 후보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이 자리에는 홍 대표 외에도 전·현직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석해 당 차원의 지역발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홍 대표는 부산방문 첫 일정으로 해운대을 선거구의 재송시장을 찾아 김대식 예비후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당에서 해운대을 재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나타내는 대목이다.

민주당 역시 부산 지역 국회의원을 5명에서 6명으로 한 명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쌍끌이 승리로 부산지역에서 민주당 세력 확장의 교두보로 삼을 심산이다. 차기 총선까지 염두에 둔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가 25일 오후 부산시장 선대위 사무실에서 윤준호 해운대을 국회의원 후보와 손을 잡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5일 중앙선거대책위 제1차 회의를 국회에서 열고 첫 번째 행선지로 부산을 택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와 윤준호 해운대을 재보궐 후보 지원에 나섰고, 해운대을 지역구에 위치한 반송시장도 찾아 지지를 부탁했다. 사상 첫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배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상황이 더 다급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해운대을은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에게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해운대을 선거에서 지게 되면 지방선거 결과와 함께 한국당에 치명타를 가하게 될 것이다. 대표의 측근을 전략 공천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홍준표 지도체제가 와해되는 수순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승을 거둔다고 해도 한국당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라며 “텃밭에서 가까스로 이겼다는 얘기는 부산 민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차기 총선 전략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 격차가 나는 득표율을 기록해야 한국당으로서는 체면을 차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혼돈 속 제천ㆍ단양 재보궐…민심, 이번엔 다른 선택?

제천·단양 선거구는 가장 마지막으로 재보궐 선거가 결정된 곳이다. 지난 11일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면서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지역에 막차로 합류했다.

현재 이곳은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후보, 엄태영 자유한국당 후보, 이찬구 바른미래당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제천·단양 선거구는 18대 총선 이후 한국당 후보가 계속 당선됐던 곳이다. 18대 총선 당시 송광호 한나라당 후보는 53.23%를 득표하며 현 제천시장인 당시 무소속 이근규 후보(20.63%)와 정우택 자유선진당(15.96%)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서는 송광호 후보가 서재관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56.29% 대 35.52%의 압도적인 격차로 꺾고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송 전 위원은 2015년 11월 ‘철도 비리’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권석창 새누리당 후보가 58.19%의 득표율로 32.91%의 지지를 얻은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후보는 당시 충북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대선 때는 홍준표 당시 한국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3만4225표(32.71%)를, 홍 후보는 3만4878표(33.84%)를 득표했다. 제천·단양이 보수 텃밭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은 예측 불가라는 것이 지역 분위기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 의원으로 의원직 상실로 재선거가 치러진다 점, 제천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 유입이 늘어났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고공 지지율이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현직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민심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지역구 국회의원의 낙마로 인해 보수 성향 지역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략공천을 통해 2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이후삼 민주당 후보는 한층 고무된 기색이다. 제천고와 청주대 회계학과를 나온 뒤 이화영 국회의원 보좌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사무국장, 충남지사 정무비서관,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정무특보 등을 거친 이 후보는 재보선 출사표에서 보수 출신 지역구 의원들의 낙마를 거론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대한민국은 역동적으로 변해 가는데 우리 지역은 연이은 지역 국회의원의 사법처리로 지역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깨끗한 정치, 실력 있는 정치로 제천단양의 경제를 살리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가 26일 6·13 국회의원 제천·단양 재선거에 출마하는 이후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 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또한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오로지 지역민과 함께 해오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중앙정치권과 꾸준한 교류를 해왔다”며 “문재인 정부와 지역과의 가교 역할을 하며 지역 발전을 책임질 힘도 키워온 후보, 저 이후삼을 꼭 선택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후삼 후보의 대항마로 나선 엄태영 한국당 후보는 1991년 제천시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민선 3, 4기 제천시장을 지냈다. 이후 시장 3선 대신 여의도행을 노렸으나 경선에서 송광호, 권석창 전 의원에게 연거푸 패했다. 특히 2016년 총선에선 2차까지 가는 당내 경선에서 접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가운데) 대표가 23일 낮 제천시 동문시장을 찾아 6·13 국회의원 제천·단양 재선거 예비후보인 엄태영(오른쪽) 전 제천시장과 남준영(왼쪽) 지방선거 제천시장 예비후보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구 바른미래당 후보는 제천단양시민연합회 상임대표를 역임하며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앞장서왔던 자신이 주민의 대표로 적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이후삼 후보에게 패한 뒤 선거 운동을 도운 이력이 있다. 이후 국민의당이 창당되자 민주당을 탈당해 당적을 옮겨 당 부대변인과 지역위원장을 맡았고, 올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면서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을 맡아왔다.

현재 제천·단양 지역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언급되고 있다. 이후삼 민주당 후보의 약진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엄태영 한국당 후보는 “시민사회단체의 후보 단일화 제안이 있었고 보수와 중도 연합이 주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판단, 후보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바른미래당 이찬구 예비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기관이나 방법을 놓고 이견이 있어 아직 합의를 못 했고 실무자 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정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엄태영 후보와 이찬구 후보의 지지층이 중첩되는 경향이 있어 서둘러 단일화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단일화 여부가 이번 선거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울산 북구 혼전 양상…이상헌 민주당 후보 앞서 나가

진보진영의 강세가 돋보여 온 울산 북구 선거는 복잡한 구도를 띠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 윤종호 후보에게 야권 단일 후보자리를 양보했던 민주당의 이상헌 후보가 높은 당 지지율을 업고 다시 출마했으며 진보진영에서는 민중당 권오길 후보가 전 국회의원인 정의당 조승수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나섰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은 북구청장을 지낸 강석구 바른미래당 후보를, 한국당은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박대동 후보를 내세웠다.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가상대결에서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5.8%, 박대동 자유한국당 후보 22%(경선서 떨어진 윤두환 자유한국당 후보 11.1%), 권오길 민중당 후보 18.8%가, 강석구 바른미래당 후보가 3.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종훈 의원실이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이틀 동안 울산 북구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6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16.4%)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4.0%이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