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광역단체장 압승 예상, 9곳+α=14곳? … 한국당 “9곳 승리 가능”

민주당, 지난 지방선거서 확보한 9곳 사수에 PK 공략 배수진

한국당, 홍준표 퇴진 걸린 6곳 사수 가능? 洪 “9곳 확보 가능해”

전문가 “민주당, 17곳 가운데 14곳 휩쓸 가능성”

유권자 절반 수도권에서 민주당 후보 큰 격차로 앞서는 중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50% 이상 지지율

접전 벌이는 제주, 문대림·원희룡 싸움 막판까지 지켜봐야

지난달 31일, 6ㆍ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정치권이 선거 체제로 돌입했다.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투표 전날인 12일까지 총 13일간 펼쳐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광역단체장 17명과 교육감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교육의원(제주) 5명 등 모두 4016명을 뽑는다.

12곳의 ‘미니 총선’급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과 지방 권력을 동시에 뽑는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단위 선거이기에 지난 1년간 국정 운영 평가의 성격도 담겨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선거의 승패를 가를 광역단체장 17곳의 향방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8곳,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9곳의 단체장을 배출했다. 야당의 신승으로 끝났지만 전체적인 평가는 당시 여당의 승리였다. 선거 한 달여 전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최소화시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에서 1곳을 뒤졌을 뿐 구시군의장, 시도의회의원, 구시군의회의원, 광역비례, 기초비례 등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앞섰다.

4년이 지나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압승을 다짐하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이후 정치지형이 바뀌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효과 및 한반도 평화 기류로 당은 물론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여당에 뒤지는 모습이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3요소인 구도, 인물, 바람 중 가운데 어느 하나 야당에 유리한 구석이 없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 신선한 인물은 부재하고 판세를 흔들 ‘바람’은 한반도 평화 훈풍에 전무한 상태다. 그나마 ‘드루킹’ 발(發) 이슈는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처럼 보였지만 여당과 청와대가 특검을 수용하면서 잦아들었다.

문제는 현재 판세를 뒤집을 이슈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변수는 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선거 전날인 오는 12일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야당에게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민주당 “9곳+α” vs 한국당 “9곳 승리 가능”…동상이몽의 결과는

각종 지표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은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 측 인사는 “당과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만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 역사상 쉬운 선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선대위 관계자들은 물론 선거 운동원들에게 말 조심, 행동 조심을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 17곳 가운데 최소 9곳 당선에 ‘플러스 알파(α)’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광역자치단체를 수성한 후 놓쳤던 8곳을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9+α’ 목표는 올 초부터 거론됐다.

지난 1월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지방선거 목표치를 처음 거론하며 “통상적인 관례를 반영할 때 수도권을 회복하며 영남(PK)까지 진출한다면 아주 고마울 것”이라고 밝혔고 김영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지난 4월과 최근까지 “9+α라는 목표는 유지된다”며 “알파(α)를 위해서는 수도권과 영남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했던 인천, 경기, 부산, 경남, 울산 지역을 승리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특히 PK(부산, 울산, 경남)를 격전지로 꼽고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대표가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역주의를 완전히 극복하겠다는 끈기와 의지를 갖고 임하겠다”며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를 ‘3합’이라고 칭하며 이번 선거의 최대 전략지가 PK 지역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높은 지지율에 경계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당이 ‘안전하다’, ‘몇 석을 건지겠다’고 하는 것은 후보들의 간절한 열정을 약하게 할 수 있다. 오로지 자세를 낮춰 최선을 다하는 게 승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자만을 경계하고 있는 추 대표와는 달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 결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30일 홍 대표는 충남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어젯밤(29일) 당에서 전국적으로 정밀 여론조사를 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당에서 이긴다고 판단한 곳은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에 충남·대전·강원·경기”라고 밝혔다. 총 9곳의 승리를 예상한 것이다. 홍 대표는 여론조사 수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현재로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15일이 지나면 더 생길지, 줄어들지 모른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현재로선 영남과 충남은 확실히 이기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나머지 3곳(대전·강원·경기)은 여야 후보(차이)가 급격히 좁혀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서울도 포기하지 않고, 인천도 포기하지 않는다”며 “마지막 2~3일에 판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막판 뒤집기를 염두에 둔 발언도 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장악한 6곳을 지켜내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해왔다. 6곳은 자신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와 부산·인천·대구·울산시장 및 경북지사를 의미한다. 홍 대표가 밝힌 9곳은 기존의 목표(6곳)를 넘어서는 수치로 전체 광역단체 17곳 중 절반을 넘는 숫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1일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대표가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내놨지만 정치권에서는 평가절하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달 30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감일 수는 없고, 여의도연구원(한국당 싱크탱크) ARS가 고장났던가 홍 대표가 어차피 질 거 그냥 속된 말로 ‘뻥’이나 좀 치고 지자 그런 것 아닌가 싶다”고 혹평했다.

지난달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홍 대표의 ‘9곳’ 전망에 대해 “속으로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는 지금 와서 패색이 짙은 모습을 보일 수 없지 않는가”라며 “그러니까 일종의 허장성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나머지 야당은 지방선거 목표에 대해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유의미한 여론조사 결과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만 당의 지지기반에 맞춰 선거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유승민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대구를 비롯해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를 필두로 한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특히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버티고 있는 대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 대표로서는 광역단체장(대구시장)이 아니더라도 구청장, 시군의원 등 일정 부분 성과를 내어 대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입장이다.

호남에 기반을 민주평화당은 임정엽 후보를 전북지사 선거에, 민영삼 후보를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시켜 선전을 기대한다. 정의당은 광역단체장 9곳에 후보를 내고 선거 레이스에 본격 나선 상태다.

전문가 “민주당 14곳 가능…일방적 우세 예상”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광역단체 17곳 가운데 민주당이 14곳 승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며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하면 여당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현재 판세로는 민주당 압승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국정농단 이후 유권자의 보수 성향 강도와 보수층 결집도가 약화돼 있고 보수정당이 갈라져 있기 때문에 표가 나뉘는 상황이다. 여당에 유리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이슈가 사라진 선거’로 규정했다. 한반도 평화 무드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보통 선거를 정점으로 해서 다양한 이슈와 사안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거 위에 한반도 정세 변화라는 더 큰 이슈가 있어 선거 자체에서의 쟁점들이 부각되지 않는 형국”이라고 봤다.

유 박사는 “정권 초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항상 여당에 유리했지만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대통령 효과가 유난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선거”라며 “여당 쪽에 기운, 일방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당의 고공 행진에 대해서 윤 센터장은 “정권 평가 성격의 선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집권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권 견제 필요성에 대해 유권자들이 높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실정들도 현 정권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에서 시작된 보수 심판 기류가 여전히 큰 틀에서 작동하고 있고 보수층 입지가 위축된 상황에서 보수 정당도 분열돼 있다는 점도 보수 정당 고전의 한 요인”이라며 “보수 정당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견제 필요성이나 여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먹히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정당이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보수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도 예상됐다. 유창선 박사는 “북미정상회담 등 큰 이슈에 가려져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주로 보수층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을 예상된다. ‘찍어봐야 떨어질 것’이라고 예단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투표율이 낮아져도 여당인 민주당에는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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