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여당의 무덤 징크스 깨지나

충청권 4곳 민주당 큰 격차로 앞서…洪 “대전·충남 승리”

홍준표 승리 자신한 충남, 여론조사에서 양승조 2배 이상 앞서

충북·세종, 현역 프리미엄 안고 이시종·이춘희 독주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은 충청지역은 그동안 ‘캐스팅 보트’라는 평가가 많았다. 충청의 표심이 전체 판세를 가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충청은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충북·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에 걸린 4곳의 광역단체장이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결정된 것이다. 대전을 제외하고 모두 5%p 넘는 득표차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충청은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제1·2회 지방선거에서는 자민련이,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제3회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2곳, 자민련 1곳, 노무현 정부 시절 치러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3곳을 차지했다. 이명박 시절인 2010년 제5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2곳, 자유선진당은 1곳을 획득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충청 지역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76%로 나왔다. PK(63%), TK(69%)보다 높은 수치다. 민주당 지지율도 49%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쉽게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민련 시절부터 이어지는 충청 보수층이 여전히 건재하다”며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와 다르게 홍준표 후보가 3위로 내려앉은 것을 보면 충청 표심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충남과 대전을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홍준표 대표가 밝힌 승리 가능 9곳에 포함된 것이다. 특히 홍 대표는 “영남 5개 단체장 외에 6번째로 충남이 확실히 이긴다”고 강조했다.

양승조, 안희정 악재 딛고 불사조 꺾나

충남은 PK 이외에 홍 대표가 승리를 자신한 지역이다.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충남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충남과 대전을 우세 지역으로 발표하며 “안희정 전 도지사가 상습 성추행으로 충남도민들의 낯을 부끄럽게 했고 후임으로 나서려던 박수현도 비슷한 이유로 사퇴를 했다”며 “충남도민들의 명예를 두 번이나 더럽힌 정당이 민주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우리가 힘을 합치면 도정을 탈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는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 대전MBC, 대전일보, MBC충북, CJB청주방송이 의뢰하고 (주)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7,2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3% 지지율로 양승조 민주당 후보(45.6%) 지지율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KBS 의뢰, (주)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지난 25일과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승조 후보는 49.1%, 이인제 후보는 20.3%를 기록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올드보이 ‘이인제’ 카드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며 “총선, 대선 등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충청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후보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대전, 허태정 우세 속에 박성효 네거티브 연일 공세

홍 대표가 충청권 승리지역으로 꼽은 또 하나의 지역인 대전도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MBC, 대전일보, MBC충북, CJB청주방송가 의뢰, (주)코리아리서치센터가 5월 27일,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허태정 민주당 후보는 50.1%로 박성효 한국당 후보(18.8%)와 남충희 바른미래당(2.2%) 지지율 합의 두 배보다도 앞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보수 후보 단일화가 추진됐지만 지난달 28일 결렬됐다.

제9대 민선 대선시장을 지낸 박성효 후보는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지자 허태정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달 27일 선대위 발대식에서 민주당 소속 권선택 전 시장의 낙마를 언급하며 “시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정당이 다시 표를 달라고 후보를 내면서 사죄의 표시가 없다”며 “대통령의 인기가 좋다 해서 민주당에 표를 주면 대통령이 시장을 할 수 있는가. 누가 일하느냐에 따라 시정과 구정이 달라진다는 것을 똑똑히 본 만큼 똑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후보 캠프측은 허 후보의 병역문제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전시당은 허태정 후보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고 “네거티브로 스포츠맨십까지 더럽히는 자유한국당, 이제 그만”하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허태정 후보와 박성효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진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자유한국당은 깊이 성찰해보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충북, 이시종 독주 속 야권 단일화 삐걱

충북에서는 ‘선거 무패의 신화’ 이시종 민주당 후보가 충북지사 3선에 도전한다. 이 후보는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재선, 충북지사 재선을 합쳐 총 7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이력이 있다. 8년간의 도정 평가도 좋은 편이라 이 후보의 지지율은 높게 나오고 있다. 대전MBC, 대전일보, MBC충북, CJB청주방송이 의뢰해 (주)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는 54.9%를 기록하며 박경국 자유한국당 후보(12.0%)와 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3.8%)를 여유있게 앞섰다.

이 후보의 독주를 막기 위해 보수 야당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순탄치 않다. ‘후보 매수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바른미래당 충북도당은 자유한국당 박경국 후보 측에서 만들었다는 ‘야당 도지사 후보 간 협의 검토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단일화 결과로 양보한 후보를 일종의 러닝메이트(예:정무부지사)로 한다’, ‘상대 후보 선거캠프 약간명을 선거 결과에 따라 공직 참여’라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바른미래당은 “이 문건은 유망한 젊은 정치인을 정무부지사라는 당근을 매개로 주저앉히려 했던 증거”라고 박 후보를 비난했다. 박 후보는 그러나 “후보 사퇴를 전제로 정무부지사직을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도 선관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일로 감정이 격해진 두 후보간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세종은 충북과 사정이 비슷하다.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이춘희 민주당 후보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전MBC, 대전일보, MBC충북, CJB청주방송이 의뢰하고 (주)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7,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춘희 후보는 57.6%로 7.9%의 송아영 자유한국당 후보와 3.5%의 허철회 바른미래당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섰다. 홍준표 대표가 전략공천한 송아영 후보가 선거를 목전에 앞둔 상황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한국당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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