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대 체제 돌입, 당권 향방은?…여권 정계개편 변수

차기 총선 공천권 쥔 당대표 물밑 경쟁 치열

이해찬ㆍ김두관ㆍ송영길ㆍ최재성 등 후보권 10여 명

김부겸ㆍ김영춘 장관 당 복귀설 나돌아…친문 견제 시작?

호남 압승 후 민주당 원심력↑ 가능성…호남 국회의원 거취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강임준 군산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전북지역 후보들과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6ㆍ13 지방선거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 선거 전날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등 큰 이슈에 가려져 좀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인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싱거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상황이다.

지방선거는 국민 입장에서 실생활과 밀접한 지역 살림과 교육을 맡을 일꾼을 뽑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 쪽은 차기 총선을 위한 숨고르기에, 패배한 쪽은 책임론에 내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에 크게 고무된 상태다. 보수의 본진인 TK(대구·경북)에서도 상당한 선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역대급 선거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춘석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가 항상 선거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닌 만큼 낙관론과 방심은 금물”이라고 밝힌 것처럼 막판 보수 결집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3달 앞둔 전당대회…차기 당대표 각축전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우세 혹은 압승으로 흘러가면서 시선은 오는 8월 전당대회로 벌써 옮겨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을 함께 이끌어갈 여당 지도부가 결정되는 자리다. 특히 국정 파트너로서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 친문, 비문 등 10여명의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의원으로는 7선의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송영길, 우원식, 우상호, 박영선, 김두관, 윤호중, 이종걸, 이인영, 안민석, 신경민, 박범계, 설훈, 이석현 의원 등 3선 이상 의원이 자천타천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친문으로 분류되는 이해찬 의원의 이름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친노 좌장이자 친문 핵심인 이 의원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 총리를 역임한 터라 국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국정 경험으로는 민주당 내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이 의원이기에 문 대통령의 파트너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 의원의 저돌적인 스타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특유의 강경한 스타일이 야당과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적지 않고 당내에서도 친문의 독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내 비주류와 야당이 부담스러워 하는 이 의원보다는 ‘3철’ 중 한명인 전해철 의원의 등판도 거론되고 있다. 친문이 주를 이루고 있는 당원 여론조사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고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어 소통에 원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6ㆍ13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재입성을 꾀하고 있는 최재성 전 의원도 후보다. 최 전 의원은 “(정권 탄생에)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재보선 승리 이후 당 대표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변수도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단행될 개각을 통한 김부겸(4선ㆍ대구 수성갑)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3선ㆍ·부산 부산진갑) 해양수산부 장관의 당 복귀 여부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이들은 민주당의 외연을 넓혔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고 장관직 수행 관련 평가도 나쁘지 않다. 내각의 일원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친문이 원내대표(홍영표)와 국회의장(문희상) 후보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친문 색채를 옅게 할 인물들로 꼽히고 있다.

특히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장관에게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대표는 매력적인 자리다. 그러나 미래 권력의 조기 부상은 현재 권력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친문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김부겸, 김영춘 장관은 전대 출마론에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당권 도전 여부가 거론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당권을 두고 친문과 비문 혹은 잠룡 주자들간의 당내 주도권 싸움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힘겨루기가 지속될 경우 차기 총선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총선 승리에 실패할 경우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관리형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문의 지지를 얻어 당대표에 오른 추미애 대표가 대표적 사례다. 관리형 당대표 후보로는 김두관, 김진표, 우원식 의원 등을 꼽힌다. 김진표 의원은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초기 국정운영 로드맵 설계를 주도했다. 김두관 의원은 참여정부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지사를 지냈다. 18대 대선 당시 경남지사직을 던지고 경선 출마 이력을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친문의 지지를 얻을 경우 당대표가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민주당 1기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도 거론되다. 그러나 이들이 차기 대선 주자를 관리하거나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정계개편을 주도하기에는 영향력이 다소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범여권 정계개편 가능성도…호남 민심은 어디로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은 물론 범여권의 정치지형도 바뀔 가능성을 제기한다. 진보 진영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 전남지사와 광주시장 그리고 함께 치러지는 광주 서구갑, 전남 영암ㆍ무안ㆍ신안 재보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격차로 앞서나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들의 거취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의 전국적인 승리와 함께 호남에서도 압승을 달성한다면 이 지역에서 민주당의 원심력은 한층 강력해질 것”이라며 “민심을 확인한 지역 정치인들은 차기 총선을 대비한 주판알 튕기기에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운신의 폭이 좁지만 그들을 따르는 참모들은 민주당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하루 빨리 합류해 총선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민주당 합류도 점쳐지고 있다. 여당 내 관계자는 “재보선 12곳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대로 의석수를 확보하면 123~125석까지 가능하다”면서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의석수를 끌어 모으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를 지원할 입법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지난 1년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여당 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원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