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갈등 극심…안철수ㆍ유승민ㆍ호남 ‘제갈길’

안철수 단일화 시도에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 강력 반발

선거 이후 책임론 놓고 갈등 재점화 가능성↑

安 측근 문자 메시지는 安의 향후 행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3일 “구글 트렌드(Google Tredns)에서 안철수가 꾸준히 앞서고 있다. 3번을 찍으시면 저는 당선되고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의 심장이 다시 뛰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년전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구글트렌드만 도널드 트럼프가 앞섰고 결국 트럼프가 당선됐다. (구글트렌드에서) 안철수가 꾸준히 앞서고 있는데, 여러 포털의 트렌드가 모두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대로 안 후보는 연일 각종 기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유쾌하지 않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줄다리기에 이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반발이 주를 이룬다.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 강력반발…“단일화ㆍ통합, 경악하고 분노”

안철수 후보 측의 단일화 협상 내용이 하나둘 씩 공개되면서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평택시장선거에 나섰다가 공재광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전격 사퇴한 이동화 예비후보를 제명했고, 송파을 재보선에서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시도하려했던 박종진 후보에게 엄중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제3당으로서 존재감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단일화를 중앙당과 상의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안철수-김문수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과 단일화 운운하는 것 자체는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당 중앙선대위원장이기도 김 원내대표는 “저는 지도부의 한 사람이지만 안철수 후보는 지방선거 후보자일 뿐”이라며 “안철수 후보는 합당이나 이런 것(단일화)을 추진할 어떠한 자격도 없다”며 맹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한국당은 조속히 해체되고 청산되어야 할 정당일 뿐"이라며 "최근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단일화 문제가 거론되고, 급기야 당대당 통합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광주시당위원장인 권은희 의원도 “한국당과 후보단일화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한국당과 서울 시장 단일화를 넘어 당대당 통합이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고 안철수 후보를 비난했다. 권 의원은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과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와 권 의원의 지역구는 각각 광주 광산구갑과 광주 광산구을이다.

박주선 공동대표도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바른미래당 창당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단일화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단일화 논의는 자유한국당과 김문수 후보가 서울시장 당선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득표율 2위라도 하여 선거 후 불어 닥칠 자유한국당의 혼란과 소멸을 막아보겠다는 고도의 포석으로 기획 연출한 추악한 정치 굿판에 안철수 후보가 끼어든 것으로서, 안 후보는 이 굿판을 당장 걷어차고 빠져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공동대표의 지역구는 광주 동구남구을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현재 호남 민심은 민주당으로 급격히 쏠려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4일,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라의 민주당 지지율은 58%를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은 8.1%, 민주평화당은 1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추진은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지만 낮은 당 지지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을 들쑤신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론조사대로 지방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은 거취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한국당과의 단일화와 통합 얘기는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천 파동·단일화 논란은 전초전?…선거 이후 불거질 극심한 내홍

정치권에서는 노원병·송파을 공천파동과 안-김 단일화 논란은 갈등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불거질 책임론을 놓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들이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며 “크게는 유승민-안철수 계파의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국민의당 출신 가운데서도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 반발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안 후보 때리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안 후보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단일화 물밑 협상에서 ‘통합’이 거론된 것에 반감을 갖고 있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들이 선거 이후 안 후보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문제는 선거 결과에서 패할 경우 사퇴를 수습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인력 풀이 많지 않은 바른미래당 상황상 외부에서 ‘비대위원장’과 같은 인사를 수혈해야 하지만 ‘중도·개혁·보수’라는 다층적인 이념 집단이 모인 곳에 쉽사리 뛰어들 인물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후보 영입에도 애를 먹은 바 있다.

또 하나의 뇌관이 존재한다. 안 후보의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김문수 후보 측근 차명진 전 의원의 문자 내용이다. 지난 5일 공개된 문자 메시지 가운데 김 교수는 차 전 의원에게 “찰스(안철수) 밀어주고 이후 한국당에서 홍(준표)제끼고 찰스와 함께 야권 재편 주도하는 게? 답답해서 적어보았네요“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보냈다.

김 교수는 ”차명진에게 사적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가 안 후보의 최측근이라는 점에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의견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설(說)로만 떠돌던 얘기가 안 후보 측근에게서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안 후보가 향후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문자“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한국당과의 연대 혹은 통합에 큰 거부감이 없음을 꾸준히 내비쳤다. 보수 야권 재편 과정에서 유 공동대표와 안 후보의 의견이 일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이탈은 막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지방선거 이후 탈당, 분당, 통합 등 야권발 정계 개편이 상당한 규모로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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