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트럼프에 유리… 경제제재, 압박으로 1차회담 만회할 듯

2차회담서 美 공세적으로 나올 전망…CVID 목표 놓고 '빅딜' 시도 가능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

‘세기의 담판’이라는 북미정상회담은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인 ‘보유핵’을 끝내 지켰고, 대북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소득까지 올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막판까지 전력을 다했지만 북핵 해결에 실패하고 ‘비핵화’라는 빛바랜 훈장만을 얻었다.

<주간한국>은 이번 북미회담의 승자가 북한(김정은 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앞서 보도했다. 즉, 북한이 더 많은 성과를 얻는 결과로 회담이 끝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본지는 그 근거로 두 가지 상징적 사례를 들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회담을 하루도 남겨두지 않은 11일 밤 9시쯤 갑자기 싱가포르 시내 관광에 나선 점이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빠져나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과 함께 대표적 관광지인 마리나베이샌즈를 돌아보고 밤 11시쯤 돌아왔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보인 행동은 매우 이례적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례가 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제 조율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김 위원장이 외출하기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수용을 공개적으로 최후 통첩했다.

북미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미국 협상팀 성 김 필리핀 대사 일행과 북한 협상팀 최선희 부상 일행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북핵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실 이번 북미회담의 최대 관심사이자 핵심 의제는 ‘북핵’이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핵폐기)’를 일관되게 요구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CVID 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은 현재 진행중인 핵과 향후 개발할 미래의 핵은 포기할 수 있지만 종래 보유해온 ‘보유핵’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북한의 보유핵 유지 입장은 회담 당일에도 유지됐다.

북미회담의 승자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두 번째 근거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 일 독대 후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참모들이 배석한 확대회담을 시작하면서 “훌륭한 출발을 한 오늘을 기화로 해서 함께 거대한 사업을 시작해볼 결심은 서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김 위원장이 말한 ‘거대한 사업’을 시작해볼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다방면으로 추적해 그것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 지원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전후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반면, 미국은 북핵을 미완의 과제로 남겨둔 채 ‘비핵화’라는 명분만을 얻었다. 김 위원장이 1차 북미회담의 승자가 된 셈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 북미정상회담은 이번 한 차례 회담으로 끝나지 않고 몇차례 이어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2차 회담부터는 미국이 공격적으로 나오고 상당한 실익을 챙길 것으로 전망한다. 2차회담에서 당장 CVID가 성사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이번 1차회담이 북한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데는 미국에게 ‘시간’이 부족한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즉, 12일 북미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최대 의제인 북핵(보유핵)을 결론지을 수 없었다. 때문에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체제보장’ ‘미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본 것이다.

하지만 2차회담은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시간’이 미국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최대 현안은 ‘식량위기’ 라는 경제난이다. 4월에 식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북한은 6월에 아사자가 속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위기는 중국이 대규모 쌀과 옥수를 지원해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지원도 한계가 있어 북한은 8월부터 식량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정권수립일인 9ㆍ9절(9월9일)과 당 창건일인 쌍십절(10월10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려 한다.

올해는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1월 신년사에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는 의의 있는 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8월, 아무리 늦어도 9월, 10월 이전에 식량위기와 대대적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가 최대 관건이다. 그 이전까지 북미회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면 된다. 상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문제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유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의 우위를 배경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해 북한이 끌려오게 한 카드를 다시 쓸 수도 있다. 즉,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5월 평양을 방문해 제시한 ‘새로운 대안’과 경제 제재로 압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북미회담의 실패를 어떻게 만회할 지, 그리고 어떤 카드로 북한을 압박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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